국정원 일심회 수사 `삼중고’

고정간첩이 연루된 의혹이 있는 일심회 사건을 수사 중인 국정원이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다른 어떤 사건보다 보안 유지가 필수적인 간첩 수사에서 수사 내용 일부가 외부에 흘러나가는가 하면 피의자들이 묵비권과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고, 암호 해독 작업도 일부 차질을 빚고 있어 수사에 속도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고정간첩 신분으로 일심회를 조직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장민호씨를 제외하고 이정훈 민주노동당 전 중앙위원, 최기영 민노당 사무부총장, 이진강, 손정목씨 등은 모두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장씨도 처음엔 혐의를 일부 시인했지만 변호인을 면담한 뒤 태도를 바꾼 것으로 알려져 국정원은 더욱 곤혹스런 입장이다.

게다가 이들은 진술을 거부하며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어서 추가 진술을 받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공안당국의 수사에 항의하면서 단식까지 벌이고 있어서 수사진을 난감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피의자들은 수사 과정에서 국정원이 “관타나모 수용소에 보내겠다고 위협했다”는 등 인권침해 주장을 내놓으면서 국정원 수사의 절차적 정당성까지도 문제 삼고 있다.

암호로 된 문건을 해독하는 것도 일거리다.

공안당국은 장씨의 압수물 가운데 장씨가 북한에 보낸 것으로 보이는 보고문과 기밀 문서들을 속속 해독해 내고 있지만 일부 문건의 암호 해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일각의 반발도 국정원으로선 수사가 끝날 때까지 떠안고 갈 수밖에 없는 짐이다.

전ㆍ현직 당직자가 2명이나 구속된 민주노동당은 이번 사건이 조작 사건임을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으며 정부 핵심 관계자들 가운데서도 이번 사건 수사가 설익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며 평가 절하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 수사팀의 김을 빼고 있다.

민노당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을 간첩단 사건으로 규정한 김승규 국정원장을 직무상 취득한 비밀 누설 금지 조항 위반으로 고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도 국정원 입장에선 마뜩찮긴 매한가지다.

이런 탓인지 국정원 내에선 이번 수사가 구속된 5명 외에 더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거나 5명이 모두 간첩 혐의를 받게 될지 단순히 국보법 위반 혐의만을 받게 될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역풍을 우려하는 듯한 발언도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국정원에서 사건을 넘겨 받아 기소 범위를 정하고 법원에서 유무죄를 다퉈야 할 검찰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국정원장이 ‘간첩단 사건’으로 규정한 것과 무관하게, 검찰은 유죄를 받아낼 수 있는 사안 만을 기소해야 하기 때문에 미리 ‘간첩단’ 사건으로 규정하는 것이 자칫 자충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안창호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가 이번 사건을 언급하면서 ‘386’ 또는 ‘간첩’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최대한 조심스런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이번 사건의 한계를 누구보다 잘 인식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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