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이제 그만 좀 흔들었으면..”

“이제 그만 좀 흔들었으면 좋겠습니다.”

386 운동권 출신들이 연루된 이른바 ‘일심회’ 사건 수사와 김승규(金昇圭) 국가정보원장의 사의 표시 이후 외압설, 국정원 내부 알력설 등까지 불거지면서 논란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을 두고 국정원 쪽에서 새 나온 말이다.

이젠 수사에 올인할 수 있도록 가만히 지켜봐 달라는 하소연에 가까운 발언인 셈이다.

◇ “수사에 전념하고 싶다” = 김 원장 역시 30일 내부 회의에서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는 사의 배경에 대한 보도와 관련, “일부 언론이 추측하거나 확대 해석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추측이나 확대해석에는 정부 내 대북 포용론자와 국정원의 갈등이 폭발했다는 것이나 핵실험 이후 국정원이 청와대 및 통일부와 충돌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는 게 국정원측 설명이다. 수사에 대한 외압설도 마찬가지라는 것.

물론 김 원장의 육성이 언론에 실리면서 논란의 확대 재생산을 돕는 촉매 구실을 했다는 지적도 낳고 있지만 아무튼 국정원 입장에서는 ‘일심회’ 수사를 놓고 장외에서 엉뚱한 방향으로 논란이 전개되고 있는 점을 몹시 부담스러워하는 듯 하다.

실제 국정원이 당연히 해야 할 ‘본연의 업무’에 해당하는 이번 수사가 자칫 정치 공방에 휘말려 본질이 흐려지거나 의미가 퇴색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특히 국정원 내에서 원장과 특정 간부 사이나 출신지역별로 편가르기를 부추기는 소문까지 꼬리를 물면서 조직의 안정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까지 전개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가뜩이나 피의자들이 묵비권 행사에 단식까지 하고 있어 수사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논란이나 소문은 수사에 좋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김 원장은 이에 따라 수사내용이 새나가지 않도록 사실상 함구령을 내리고 “이럴 때일수록 흔들림 없는 자세로 본연의 업무에 더 충실해야 한다”며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김원장 재임중 가닥 잡힐 듯 = 후임 원장 인사까지 맞물리면서 뒤숭숭한 분위기도 배어 나온다.

이는 이른바 ‘코드 인사’ 논란이 원장 인사 이후에 재점화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관측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여기에 수사를 둘러싼 정치 공방까지 가세할 경우 논란은 증폭될 공산이 크다.

국정원은 이에 대해 단호한 입장이다. 이번 수사가 ‘간첩을 잡는’ 본연의 임무에 해당하는 만큼 인사 문제가 수사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인 셈이다.

특히 이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된 장민호씨 등 5명의 신병과 수사기록을 다음 달 12일 전에는 검찰로 송치할 예정인 만큼 김 원장의 재임 기간에 사건의 윤곽이 뚜렷해질 것으로 공안당국은 보고 있다.

실제 신임 원장이 내정되더라도 국회 인사청문회 등 관련절차를 밟아 취임하려면 적어도 다음 달 20일은 지나야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물론 인선 결과가 발표되면 무게 중심이 급속도로 신임 원장 쪽으로 쏠릴 가능성도 있지만 이번 사건에 대한 김 원장의 강한 의지에 비춰 특별한 정치적 변수가 없는 한 김 원장이 스스로 조기 퇴임을 택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관측이 우세한 상황이다.

법대로, 그리고 인권보호 원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는 국정원이 이번 사건을 둘러싼 무성한 의혹을 깨끗히 해소할 수 있는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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