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북접촉과정 불법행위에 칼날

국가정보원이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이하 실천연대)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와 관련, 과거 민간 차원의 대북 접촉 과정에서 발생한 탈법 행위에 정면으로 칼날을 겨눔에 따라 그 의미와 수사 추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9일 구속된 실천연대 관계자들의 구속영장 혐의 사실 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강진구 전 집행위원장이 2004년 12월 북측 민화협 사무소장 리창덕 등과 만나 북한의 지령을 전달받음으로써 국가보안법에 저촉되는 회합.통신 행위를 했다는 대목이다.

이 단체의 대표적인 혐의 사실은 6.15TV 등을 운영하고 북한 관련 자료들을 게재하는 등 대북 ‘찬양.고무’ 행위를 했다는 대목이지만 행위 자체보다는 그런 행위를 북측의 지령을 받아서 했다는 국정원의 판단이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지난 10년간 남북교류가 활발히 진행되는 과정에서 제대로 걸러지지 않았던 대북 접촉과정에서의 실정법 위반 행위를 국정원이 본격적으로 단속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 놓고 있다.

과거 10년간 남측 민간 인사들의 방북 및 북측 인사와의 접촉이 빈번해지면서 이들이 당초 신고한 방북 목적 외의 활동 또는 논의를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남북 화해협력의 무드를 깨지 않으려는 차원에서 철저한 단속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그런 만큼 민간 차원의 남북 교류협력도 실정법의 틀 안에서 투명하게 진행되게끔 유도하는 차원에서 단속이 필요하다는 것이 공안 당국의 입장인 것으로 관측된다.

국정원이 실천연대 외에 다른 단체들의 유사한 혐의에까지 수사를 확대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국정원이 지령을 내린 주체로 지목한 리창덕 민화협 사무소장의 경우 남측 민간 인사들과의 접촉이 많았고, 통일부 당국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인물이라는 점에서 국정원의 수사가 단일 단체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와 함께 북한의 지령을 받아 활동했다는 부분에 대해 실천연대는 강하게 부인하고 있어 향후 공소제기시 법원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에도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이 부분은 실천연대 행위의 유무죄를 가리는데 중요할 뿐 아니라 실천연대가 ‘선’을 얼마나 넘었는지에 대한 일반 여론의 판단에도 결정적인 근거가 될 전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실제로 ‘지령’인지 여부를 가리기가 매우 까다로운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한다.

북측 인사와 접촉하는 과정에서 북측이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과격한 주장을 하는 경우가 빈번한데, 공안적 시각에서 보면 이런 것들 중 상당 부분은 ‘지령’과 ‘주장’의 경계에 자리해 있다는 지적이다.

즉 정부에 사전 신고한 목적 이외의 대북 협의를 진행하거나 북으로부터 문제있는 요구나 부탁을 받고도 이를 신고하지 않을 경우 딱 떨어지는 간첩활동을 하지 않았더라도 ‘북의 지령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을 수 있는 소지가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실천연대 관계자들의 대북 접촉이 얼마나 빈번했는지와 이른 바 ‘지령’과 실제행동 간에 인과관계가 어느 정도 성립하는지 등이 재판 과정에서 관건이 될 전망이다.

또 국정원이 지령 내용으로 언급한 것들이 얼마나 구체성을 담고 있는지도 관건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정원은 실천연대가 북측으로부터 받은 지령으로 ▲6.15 공동준비위원회를 조속히 만들고 주도권을 통일연대가 확보할 것 ▲김일성을 본받아 대중 속에서 활동할 것 ▲김정일 정권과 북한 인권 문제를 비판한 김영삼 전 대통령과 황장엽을 응징하고 탈북자 단체 활동을 중지시킬 것 등을 영장 범죄사실에 열거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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