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北 위폐증거 알고도 모른 척?

▲ 국회 정보위 회의에서 北위폐 관련 현안보고를 마친 김승규 국정원장

국정원이 2일 김승규 국정원장이 출석한 가운데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 전체회의 현안보고를 통해 “정부는 98년까지는 북한이 위폐를 제조, 유포한 적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의에서는 북한이 최근에도 위폐를 만드는지에 관한 증거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고 한다.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도 회의 직후 가진 브리핑을 통해 “국정원은 98년 이후로는 북한이 위폐를 제조해 유통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것은 국정원 측이 98년 이후 북한의 위폐 제조, 유포에 대한 증거를 정말 갖고 있지 않거나, 알아도 함구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북한산 위조지폐가 2000년대 들어서도 활발하게 유통돼왔다는 증거는 여러차례 포착되었다.

데일리NK는 북한산 위조지폐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지난 달 4일 중국 단둥(丹東)에서 북한과 무역을 하는 무역업자를 통해 2003년산 위조달러 ‘슈퍼노트’를 직접 구입했다.

이 위폐의 진위 여부에 대해 외환은행 본점 서태석 부장(외국화폐 감식 전문가)은 “정교하게 위조된 2003년산 슈퍼노트가 분명하다”고 확인한 바 있다.

당시 서부장은 “직접 출처를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위폐만을 가지고는 어느 나라에서 제작된 것인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지만, 당시 데일리NK가 북한에서 나온 2003년산 슈퍼노트를 구입한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북한이 98년 이후에도 위조달러를 제조, 유통한 것은 확실시 된다.

그동안 국내에서 적발된 100달러 위폐만도 2001년 189장, 2002년 286장, 2003년 544장, 2004년 667장으로 점점 늘고 있다. 하지만 경찰 등 수사기관은 국내에 유입된 슈퍼노트에 대해 “어디서 나온 것인지는 파악하지 못했다”라고만 대응해왔다.

한편, 미 재무부는 지난 해 12월 북한 위폐 제조와 관련한 구체적 증거들을 관련국들에게 제시했었다. 지난 달 23일에는 미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반이 방한, 북한 위폐제조 및 유통과 미국의 금융조치에 대한 브리핑을 가지는 등 미 정보당국은 북한 위폐에 대한 증거를 상당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정원이 98년 이후 북한 위폐의 제조와 유통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면 정보수집 능력 부재로 논란이 야기될 수 있다.

또 98년 이후 위조달러에 대한 증거를 확보했음에도 현 정부의 대북관계를 의식, 언급하지 않은 것이라면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를 무시한 처사로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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