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은 23일 “북한이 90년대 중반과 같이 20만 명 이상 대규모 아사자 발생이 우려되는 심각한 식량 위기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전옥현 국정원 1차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전체회의에 출석, “올해 북한의 식량 수요량은 540여 만t이지만 현재 확보량은 420만t으로 120여 만t 정도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보고하며 이같이 밝혔다.
전 차장은 “금년 10월말 추수기까지 중국이나 WFP(세계식량계획) 등으로부터 30여 만t이 제공되고, 미국이 북한에 주기로 합의한 50만t 중 20만t 정도가 추가로 도입될 것으로 예상돼 그럭저럭 지탱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평양 이외 지방에서는 하루 200~300g의 식사량이 배급되고 일부 지역은 배급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넉넉한 식량배급을 받지 못한 이들은 텃밭 경작을 이용해 얻은 작물이나, 암시장을 통한 쌀 거래를 통해 근근이 버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보위 한나라당 간사인 정형근 의원은 회의 직후 가진 브리핑에서 “현재 1인당 546g의 식량을 2천3백만 명의 북한 주민 중 당·정·군 핵심계층과 기업소 근로자 등 9백만 명에게만 우선 배급하고 있다”면서 “노약자와 도시빈민 등 취약계층은 배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식량 사정은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판단된다고 국정원이 보고했다”고 전했다.
정 의원은 “특히 10월 추수기까지 식량 부족 없이 견디려면 ‘특권계층’에 대한 배급량마저 400g으로 줄여야 할 것으로 국정원은 보고 있다”며, 이는 “현재 FAO(세계식량기구)가 정한 1인당 최소 식량 권장량인 458g에도 미치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통일부는 지난 21일 “현재 북한이 긴급지원을 필요로 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지만,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통일부 김호년 대변인은 이날 “올해 북한이 필요로 하는 식량을 540만t으로 보고 있으며, 자체 생산량은 401만t, 외국에서 들여 온 식량은 20만t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북한의 식량 부족분을 120만t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럴 경우 오는 8월 초순까지는 지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정보위 회의에는 김성호 국정원장이 해외 출장 중이어서 전옥현 제1차장이 원장을 대리해 보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