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청와대 주도 ‘DJ 노벨상 수상 공작’”

국가안전기획부(현 국정원)의 불법 도.감청 의혹을 폭로했던 전 국정원 직원 김기삼씨는 3일 국민의 정부가 정권 초기부터 김대중 당시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을 위한 ‘공작’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이날 자신의 거처가 있는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에서 일부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 정부 첫 해인 98년 5월 국정원 내에 ‘노벨상 공작 담당관’이 임명됐고, 99년 12월부터는 청와대 주도로 노벨상 수상을 위한 계획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김 씨가 국정원 문건을 토대로 직접 작성했다며 이날 제시한 A4용지 10쪽 짜리 자료에는 98년 3월부터 2000년 12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 시점까지 자신이 ‘공작’이라고 보는 행사 내지 사건들이 일지형식으로 담겼다.

일지는 주노르웨이 대사의 노벨연구소 및 노벨위원회 간부 면담, 노벨위원회 주요인사 방한 초청, ‘감옥에서 대통령까지’ 스웨덴어판 출간, 2001년 잰 엘리아손 스웨덴 외교차관 비밀 방북 등을 노벨상 로비의 방증으로 제시하고 있다.

김 씨는 “공작을 입증할 국정원의 내부문건을 갖고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내가 공개하면 짜깁기한 것이라고 반박할텐데 그렇다면 내가 문건을 공개하는 의미가 없다. 동교동측이 반박하면 그 후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김 씨에 의해 노벨상 ‘수상공작’의 주도자로 거명된 인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나를 지목해 `노벨상 공작’을 했다 하는데 국정원내에 노벨공작팀은 없었다”면서 “나는 국정원 재직중 불법적인 일, 국가의 체면을 실추시킬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김기삼 씨는 아무 증거나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이런 주장을 마음대로 떠들고 다녔다”며 “그의 언동이 국민을 현혹시키고 있어 사실과 다른 부분은 바로 잡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 법원은 지난 달 15일 안기부의 불법 도.감청 의혹 및 김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로비 의혹을 제기했던 김 씨에 대해 정치적 망명을 허용했다.

앞서 김 씨는 김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로비 의혹을 제기한 뒤 미국에 체류해오다가 지난 2003년 12월 미국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었다.

김 씨는 당시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망명 신청 후 미 법원이 5년동안 이를 결정하지 않고 미뤄왔으나 이를 더는 미룰 수 없게 되자 어제 재판에서 망명을 허용한 것”이라면서 “1심판결이 난 것이지만 최종적으로도 망명이 확정될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그동안 내가 제기한 의혹들에 대해 한국 정부가 계속 진실을 외면하는 상황이라면 한국에 돌아갈 이유가 없지만 새 정부가 진실을 밝히겠다고 하면 한국에 돌아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