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장, 왜 하필 대선 전날 訪北했나?

12월 18일, 대통령 선거 하루 전날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이 비밀리에 평양을 방문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김 원장은 대선을 1주일 앞둔 12월 12일 2박 3일 일정으로 러시아를 방문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었다. 그런 그가 대선을 하루 앞두고 평양을 방문할 수밖에 없었던 시급한 사안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국정원은 이에 대해 “김 원장이 작년 12월 18일 하루 일정으로 육로로 평양을 방문해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기간 평양 중앙식물원에 기념 식수한 소나무의 표지석을 설치했다”고 해명했다.

국정원은 또 “북측이 정상회담 당시 표지석을 설치하는 데 부정적이어서 이를 설득해 일을 매듭짓기 위해 김 원장이 직접 방북했던 것”이라며 “예정된 행사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 정보기관의 수장이 ‘표지석’ 하나 설치하러 평양을 극비리에 방문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것도 대선을 하루 앞둔 민감한 시점이어서 더욱 그렇다.

때문에 일각에선 대선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한 건’의 유혹, 즉 ‘북풍’을 기획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또 한편에서는 노 대통령 임기 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답방 문제 논의를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보기관의 특성상 이러한 의혹들에 대한 실체가 규명되기에는 쉽지 않겠지만, 분명한 것은 대선을 하루 앞둔 김 원장의 평양 방문은 적절하지 못했다는 데 대부분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 정권과 코드를 밀접하게 맞춰왔던 김 원장이 정권교체를 대비해 남북정상선언 이행을 위한 북측과 막후 교감을 나누기 위해 방북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기 말 정상회담이라는 성과를 낸 노 대통령이 김 원장을 북측에 보내 김영남 답방이라는 과욕을 부렸을 여지도 있다.

안타까운 것은 국정원의 정체성이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이래 늘상 국정원의 개혁을 외쳤지만, 고유의 업무인 ‘국가의 안보’ 보다 ‘정권의 안보’에 치우치면서 정보기관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이번 비밀 방북의 석연찮은 구석도 이를 뒷받침한다.

노 대통령은 지난 2003년 취임 이후 처음으로 국정원을 방문했을 때 “정권을 위한 국가정보원 시대를 끝내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국정원 시대를 열자”고 했었다. 지금은 그 말이 국정원 허공에만 맴돈다는 느낌이다.

1997년 정권교체 이후 안기부의 이름을 국가정보원으로 바꾸고, 원훈(院訓)도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에서 ‘정보는 국력이다’로 대체했다. 국가 정보기관으로서 새롭게 태어나는 듯했다. 하지만 결국 명패만 바꿔단 꼴이라는 지적을 피할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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