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위원회 그루빠’ 中 접경지 집중검열

▲ 북-중 남양 세관앞 모습

신의주와 회령 등 북-중 국경지대 전역에 국방위원회 직속 그루빠(검열대)가 내려와 국경경비 태세와 탈북자 발생을 집중 검열하고 있는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국내 입국 탈북자가 국경지대에 거주하는 가족들과의 전화통화와 북한 국경경비대와 관계를 맺고 있는 내부 소식통에 의해 확인됐다.

2003년 국내 입국한 탈북자 김춘일(가명·36) 씨는 “15일 북에 있는 가족과 전화통화를 하는 과정에 지난달 말부터 국방위원회 검열 그루빠가 내려와 국경지역 단속이 크게 강화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김씨는 “이 검열 그루빠는 지난 달 말경에 내려와 국경경비대와 해당 지역 당 및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서와 협동하에 대대적인 국경봉쇄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번 국방위원회 그루빠는 과거 비사회주의 현상을 타격하기 위해 조직되었던 ‘6.4그루빠’, ‘109상무(군 보위부, 검찰, 보안성, 당기관으로 편성된 단속반)’를 능가하는 국가최고기관 검열단이라는 점에서 그 조직배경이 주목된다.

이번 그루빠는 사실상 북한의 최고 통치기관인 국방위원회 직속으로 구성됐으며, 김정일의 비준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검열지침까지 내려왔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유엔 결의안 불안, 국경 통한 영향 우려

국방위원회 그루빠 파견 시점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이은 유엔 대북결의안이 채택된 이후이다. 또한 7월 중순 집중호우로 수 천명이 사망하고 수십만의 이재민이 발생해 국가동원령이 선포된 직후다.

이처럼 대내외적 위기가 고조된 조건에서 외부사회의 사상 문화적 침투를 막고, 대규모 탈북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북한 당국은 한중수교가 이뤄진 1992년에도 중앙당 검열그루빠를 국경지역에 파견해 대대적인 단속을 펼친 적이 있다. 이후 탈북자가 늘어나자 국가기관을 총 동원한 5부 합동검열을 실시하기도 했다.

국방위원회 그루빠 파견은 과거 비사그루빠 활동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당 지역 당 및 보위∙보안기관의 협동하에 진행되던 비사그루빠는 내부 비리와 뇌물 상납이 횡행해 범죄를 근원적으로 뿌리뽑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국경경비대와 관련된 내부 소식통은 “국방위원회 검열그루빠의 기본 임무는 비법월경(탈북자), 북한 내부 문건 반출, 외부세력의 침투 및 연계, 총기밀매 등 비사회주의 관련 불법활동을 일체 단속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중 국경지대에서는 위폐와 마약에 이어 권총과 탄약 등의 총기도 밀매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소식통은 “이 기간에 단속된 불법월경자나 중국∙한국에 나가있는 사람들로부터 방조(도움)를 받은 가족들은 모두 지방으로 추방하고 외부 불순세력이나 종교를 전파하는 자에 한해서는 공개처형까지 하라는 내부지침이 하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내 탈북자 구원운동을 하고 있는 인천거주 탈북자 한모씨는 “국경 10호 초소(국경봉쇄 목적 보위부초소)에서 주민통행을 엄하게 단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씨는 “이번 장마로 피해 입은 사람들 중 살기 어려워 중국에 나오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며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남조선에 가겠다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옌지(延吉)=김영진 특파원kyj@dailynk.com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hyj@dailynk.com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