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합의없는 ‘사사로운 통일쇼’는 안된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지난 3일 한국정책방송원(KTV)에 출연해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통일방안을 만들어 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에서 통일방안을 논의하느냐는 질문에 “제1차 정상회담에서 이뤄졌던 북측의 낮은 단계 연방제와 남측의 연합제가 공통점이 있다는 합의가 일정 정도 통일의 기초를 놓은 것이 아닌가 판단하고 있으며, 이 기초 위에 발전할 수 있는 내용이 뭐냐는 것을 우리도 연구하고 있다”면서 “양 정상 간에 협의해서 하나 만들어 낼 것이 아닌가 판단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장관의 발언에서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통일방안 합의를 끌어내고 싶어하는 정부의 속내를 읽을 수 있다.

참여와 평화를 내걸고 달려온 노무현 정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마지막 힘을 쏟아 부어 역사적인 업적(?)을 남기고 싶을 것이다. 그것이 ‘정치적 불씨’가 되어 정권 연장으로 이어진다면 노무현 정부로서는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와 같은 정부의 심정을 모르는 바 아니며, 탓할 것도 없다.

그러나 만약, 정상회담에서 통일방안합의를 끌어내고 싶다면, 그 전에 반드시 국민들과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

남한에는 통일방안을 둘러싸고 다양하고 복잡한 의견 차이가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행정일꾼 몇몇이 밀실에서 적당히 조항 몇 개 만들어서 정상회담에서 깜짝 합의문을 발표한 후, 통일방안을 합의했다고 선언하는 식으로 일을 추진하려는 요량이라면 정말 곤란하다. 비민주적일 뿐 아니라, 노무현 정부가 스스로 내걸었던 참여정신에도 어긋난다.

이런 상식적인 원칙을 새삼스럽게 꺼내는 것은 비밀리에 정상회담을 추진한 후 회담 사실을 깜짝 발표해 국민을 놀라게 한 정부의 전력 때문이다.

통일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자 전제는 북한의 변화다. 수령독재체제를 개혁개방체제로 전환하지 않는 한 한반도 통일은 어렵다. 따라서 ‘통일방안합의’가 김정일 정권의 파격적인 변화 의지를 끌어내거나,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떠밀 수 있는 지렛대가 될 수 없다면, 쓸모가 없다.

김대중 정부가 말로만 화려하게 1차 남북정상회담을 열어 여러 가지를 합의해 놓았지만, 김정일 정권은 그 이후에 핵실험을 하지 않았는가?

실효성 없는 통일방안 합의로 당장 ‘표’를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북한의 근본적 변화와 통일의 기반을 다질 수 있을 것인가? 노대통령은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

눈 앞의 이득에 눈이 멀어 실질적 의미도 없는 ‘합의’를 터트리는 것은 국민에 대한 기만이다. 그런 식의 기만정책은 시간이 지나면 본질이 드러나고 만다. 정부는 이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설사 이번 정상회담에서 깜짝쇼 통일방안이 합의된다 해도 유권자들은 국민이 정식으로 합의한 통일방안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정권 재창출을 위한 쇼임을 이미 간파한 국민들이 국회의 논의조차 거치지 않은 그런 사사로운 통일방안을 어떻게 인정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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