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굶기는 김정일 경영자로서 낙제점”

▲ ‘북한 젊은이를 위한 경영학원론’을 집필한 서강대 전준수 교수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데일리NK

“김정일은 대단한(?) 경영자다. 그렇게 경영을 못하고도 망하지 않는 것을 보면 분명 대단하다. 경영학자로서 (김정일은) 낙제점 아래라고 본다. 자기 국민을 굶기는 국가지도자는 임금을 못주는 경영자보다 더 나쁘다.”

최근 ‘북한 젊은이를 위한 경영학원론(박영사)’를 펴내 화제가 되고 있는 전준수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는 3일 ‘데일리엔케이’와의 인터뷰에서 최고경영자 출신의 이명박 대통령과 빗대 북한 지도자인 김정일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2년 전에 개성공단을 방문을 당시 머리를 푹 숙이고 아무런 표정 없이 일만 하고 있는 북한의 젊은 근로자들을 보며 이 책을 쓸 결심을 하게 됐다는 전 교수는 “내가 선생으로서 이 젊은이들에게 뭔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을까를 고민한 끝에 이 책을 썼다”며 책을 쓰게된 배경을 털어놨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같은 대학의 교수 4명과 함께 공동 집필한 이 책 초판 300권이 나오면 통일부나 현대아산 등에 판권을 넘기는 방법으로 북한에 무료로 보급할 계획도 털어놨다.

하지만 시장경제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북한이 이 책을 쉽게 받아들일리 만무하다. 이에 대해 전 교수는 “당장 북한에 받아들여지고 북한 젊은이들이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경제적인 변화의 시기가 정치적인 발전과 자유로운 체제로의 변화 보다 더 일찍 찾아올 것”이라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준비했음을 내비쳤다.

책을 쓰면서 신경을 쓴 부분에 대해서 물었을 때는 ▲두음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북한식 표현을 사용한 것과 ▲실제 북한에서 사용하는 말로 표현을 바꾼 것, 그리고 ▲‘쿠폰’같은 단어를 설명하기 위해 주해석을 많이 달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이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썼고 또 그렇게 써달라고 공동 집필한 교수들에게도 기획 단계부터 부탁을 했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 탈북자 출신 정충실 학생에게 감수를 맡긴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책을 쓰면서 힘들었던 점은 북한식 표현으로 바꾸는 것 외에도 개념을 정리하는 것도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그는 “북한에는 이자나 이익, 이윤이라는 개념이 없고 이자나 이익은 북한 사람들은 일종의 착취로 받아들인다”면서 기업의 목표인 ‘이윤 추구’ 자체를 설명하기가 힘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장마당(시장)과 관련해선 “북한 주민들의 살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생각한다며, “(북한에) 시장경제가 좀 (활성화)되고 정부의 통제를 벗어난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해주면 지금보다는 좀 더 (생활이) 나을 것이다”고 의견을 밝혔다.

[다음은 전준수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

▲ 전 교수는 개성공단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일하고 있는 북한 근로자들을 보며 이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데일리NK

-‘북한 젊은이를 위한 경영학 원론’을 집필하게 되신 동기에 대해서 말씀해주십시오.

“2년 전에 개성공단을 방문했었다. 당시에 일하는 젊은 공장원을 보니까 머리를 푹 숙이고 묵묵히 일만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배낭 하나 메고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니는데 북쪽에 있는 우리 반쪽의 젊은이들은 표정도 없이 일만 하고 있구나. 이런 게 마음이 아팠다.

‘내가 선생으로 이 젊은이들에게 뭔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을까’하다가 ‘내가 이 젊은이들한테 꿈을 키워줘야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쓰게 된 것이 이 ‘경영학 원론’책이다.”

-쉽게 생각해볼 때 개방과 시장경제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북한과 ‘경영학’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이 되고, 이 책이 북한에 받아들여질까 의문이 드는데요.

“저도 이 책이 당장 북한에 받아들여지고 북한 젊은이들이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변화는 뜻하지 않을 때 갑자기 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준비돼 있어야 한다. 학자로서 교단에 몸담은 선생으로서 이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북한이 당장 개방을 하고 외국과 남한 자본들을 받아들여서 합영기업을 만들고 시장경제체제를 운영하지 않더라도 언젠가 올 변화에 대비한 것이라고 생각해줬으면 한다. 그 변화의 시기에 이 책은 북한 젊은이들에게 좋은 교재가 될 것이다.

북한이 현재와 같은 경제 수준을 가지고 자기 국민들을 10년 이상은 못 끌어갈 것이라고 예상한다.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서 북한 주민들의 동요가 있을 거다. 충격을 받을 거다. 중국이 저렇게 잘 살 수 있나. 그런데 우리는 왜 이렇게 못사나.

북한 정권이 못 사는 주민들에게 해줄 수 있는 양보선은 지금보다 좀 더 자유로운 경제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과의 합작형태나 개성공단의 확대 등을 고려할 때 필연적으로 필요한 것이 경영학이다. 경제적인 변화의 시기가 정치적인 발전과 자유로운 체제로의 변화 보다 스케줄이 더 일찍 찾아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교수님을 포함해서 총 다섯 분이 같이 쓰셨죠?

“책을 쓰기로 마음먹고 네 분의 교수님께 의도를 설명드리고 부탁드렸더니 흔쾌히 받아주셔서 같이 책을 쓰게 됐다. 먼저 ‘무역과 물류’를 제가 쓰고 ‘인사․조직관리’를 박경규 교수님이 ‘회계와 재정’을 김순기 교수님이, ‘마케팅’을 하영원 교수님, ‘생산․관리’를 서창적 교수님이 맡아주셨다.

처음부터 북한 학생들을 위해서 우리나라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이면 누구나 읽고 이해하기 쉽게 써달라고 부탁을 드렸고, 교수님들이 그렇게 신경을 써주셨다. 한분, 한분이 그 분야에서 유수한 교수님들이다. 저도 그렇고 교수님들도 학문적인 영역이고 특히 경영학에는 영어가 많아서 어려움이 있었다.”

-책을 탈북자 출신의 정충실 학생이 감수했다고 하는데요.

“서강대 경영학과에는 새터민 출신 학생이 3명이 있다. 정충실 학생은 공부도 열심히 하고 활달한 학생이다. 정충실 학생의 부모님께도 여러모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 북한 말로 경영학 책을 쓴다는 것 자체가 참 어려웠는데 정충실 학생과 그 부모님이 실제 북한에서 사용하는 말들과 아닌 것들을 많이 감수해주었다. 정충실 학생 외에도 다른 새터민 학생도 감수에 참여했다.”

-책을 쓰시면서 특별히 더 신경을 쓰신 부분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두음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북한 말에 맞게 표현을 고친 부분도 있고, ‘쿠폰’같은 용어를 설명하기 위해 주해석을 많이 달았다. 북한에서 실제 사용하는 말로 용어를 바꾼 것도 있다. 남한의 학생들에게 읽히는 책들보다 더 많이 신경을 써야 했다.

북한에는 이자나 이익, 이윤이라는 개념이 없다. 이자나 이익은 북한 사람들은 일종의 착취로 받아들인다. 기업의 목표가 이윤을 창출하는 것인데 이런 기본적인 것을 설명하는 것도 힘들었다. 처음 시도인 만큼 더 보완될 것이라고 본다.”

-북한에 장마당을 보고 ‘시장경제의 싹’이 자라나고 있다고 보는 학자들이 있는데, 교수님은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시장경제의 싹’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주민들의 살기위한 몸부림이라고 본다. 북한 정권이 주민들에게 양보를 한 것이라고 보기 보다는 절박한 상황에서 북한 주민들의 살기위한 몸부림에 가깝다. 시장경제가 좀 (활성화)되고 정부의 통제를 벗어난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해주면 지금보다는 좀 더 (생활이) 나을 것이다.”

-책과는 좀 동떨어진 질문입니다만, 이명박 대통령이 방미 중에 ‘내가 대한민국의 CEO’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의 김정일을 북한의 최고경영자로 볼 때 경영학자로서는 어떤 평가를 내리시겠습니까?

“대단한 경영자다. 그렇게 경영을 못하고도 망하지 않는 것을 보면 분명 대단하다. 경영학자로서 낙제점 아래라고 본다. 자기 국민을 굶기는 국가지도자는 임금 못주는 경영자보다 더 나쁘다. 최고경영자로서 평가할 가치는 없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북한 젊은이들을 위해 더 하고 싶은 일이나 추진하고 계신 일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실제 이번에 나오는 책을 가지고 북한에서 젊은이들에게 강의를 하고 싶다. 우리나라에 은퇴한 뛰어나신 경영학 교수님들이 많다. 저도 참여하고 뜻 있는 교수님들 모아서 직접 강의를 하고 꿈을 키워주는 일을 하고 싶다. 물론 북한에서 협력적이고 유연하게 나올 때 가능할 것이다. 북한 젊은이들이 빠른 시일 내에 경영학 지식을 가져서 좀 더 잘 살고 꿈을 가진 젊은이들이 되는 것을 교단에 몸담은 선생으로서 가장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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