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나서서 대북정책 바꿔야 한다”

▲ ‘바른사회시민회의’ 유세희 공동대표 ⓒ데일리NK

북한의 인권개선을 촉구하는 ‘8.15 북한인권대회’가 오는 10일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개최된다.

이번 대회는 뉴라이트 진영을 대표하는 ‘자유주의연대’(대표 신지호)와 ‘바른사회시민회의(공동대표 유세희), ’북한민주화네트워크‘(대표 한기홍), ’북한인권청년학생연대‘(대표 김익환) 등 4개 시민단체의 공동주최로 열린다.

지난해 1회 대회가 개최된 후 1년여의 시간동안 북한인권문제는 국내외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지난 해 11월에는 사상최초로 유엔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통과됐고, 서울과 브뤼셀, 로마에서는 북한인권국제대회가 성공리에 개최됐다.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는 의회와 시민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북한인권청문회가 잇달아 열리고 있으며, 공개처형을 앞둔 북한 내 주민을 위한 국제구명운동이 펼쳐지는 등 북한인권운동은 점차 국제적 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 내에서는 아직도 북한인권에 대한 이해가 아직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북한인권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국제인권단체들의 수많은 자료와 발표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인권문제는 미국 대북압살정책의 일환이라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한국사회를 잠식하고 있다.

데일리NK는 이번 ‘8.15 북한인권대회’를 공동 주최하는 각 단체 대표들과의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한국 사회 내 북한인권운동의 현 지점을 진단해본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유세희 공동대표(한양대 명예교수)는 7일 오후 데일리NK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인권개선을 위해서는 이제 국민이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국 사회에서 북한인권운동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정부의 그릇된 정책 때문이므로, 이제는 국민들이 나서서 정부와 북한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는 것.

그는 “상식이 있고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이라면 북한인권문제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마치 북한에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얘기하는 일부 단체들의 얘기는 참 뭐라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끄러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북한문제 해결의 열쇠는 ‘인권개선’

유 대표는 “북한 체제의 호전성, 폐쇄성의 바로미터는 바로 북한의 인권상황이라 할 수 있다”며 “북한의 인권이 개선된다는 것은 북한이 정상국가에 들어서는 것을 뜻하며, 그렇게 된다면 자연스레 북핵문제 등 북한을 둘러싼 문제들을 해결 될 것”이라고도 진단했다.

– 지난해에 이어 8.15를 기념해 두 번째 북한인권대회가 개최된다. 이번 대회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

한국과 북한은 한날 한시에 해방됐지만 한국이 그동안 많은 발전을 이룬 것에 비해 북한은 잘 알다시피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특히 같은 민족이고 형제인 북한 주민들의 인권상황은 매우 나빠지고 있다.

그래서 광복절을 맞을 때마다 북한 동포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취지로 작년에 국내 북한인권단체들과 함께 ‘북한인권촉구대회’를 개최하게 됐었다.

금년에도 행사를 통해 국민들에게 북한 인권의 심각성을 알리고, 우리의 의견을 모아 북한의 인권개선을 요구하고자 한다.

– 지난 해 대회가 개최된 후, 11월에는 유엔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통과됐고 12월에는 서울에서 북한인권국제대회가 개최되는 등 북한인권에 대한 관심이 국내외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지난 1년간의 성과를 평가한다면

작년 여름 대회 이후 특히 12월에 북한인권국제대회가 서울에서 열리며 국내에서 북한인권에 대한 인식수준이 높아졌다. 젊은이들도 북한인권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정부의 대북정책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현 정부는 대북정책에 있어서 소위 ‘우리민족끼리’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남북관계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접근이 잘못되고 있다는 것은 북핵문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북핵 문제와 인권문제는 결코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6자회담을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외면해 왔다. 그러나 지난 해 유엔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통과되어 정부도 국제사회 움직임을 외면할 수만은 없게 되었다.

이제는 국민이 나서야 할 때다. 정부의 대북정책,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국민이 나서서 압력을 가해야 한다. 국민의 의사를 반영 못하는 정부의 대북정책은 실효성이 없는 것이다.

– 브뤼셀에서 열린 3회 북한인권대회도 참석하고 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유럽 등 국제사회와 한국이 북한인권에 갖는 시각은 어떻게 다른가

한국에서 북한의 인권문제를 얘기하면 미국 대북정책의 일환이라고 비판하는 시각이 많다. 유럽에 가보면 그런 얘기를 차마 할 수 없을 것이다. 유럽 국가들이 뭐가 답답해서 미국 대북정책을 따르고 미국의 앞잡이가 되어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하겠는가.

유럽 국가들이 북한의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인권이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인권은 체제와 이념을 떠나서 기본적인 권리에 해당하는 것으로, 민주주의 총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 사람들이 북한인권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정부가 홀대하니 한국 ‘北인권운동’ 발전 못해

– 특히 한국의 좌파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북한의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오히려 한반도 평화를 저해하는 행동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유럽의 인권운동가들이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인권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보며, 사실은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을 이 사람들이 하고 있다는 생각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거기에다 마치 북한에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얘기하는 일부 단체들의 얘기는 참 뭐라고 말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부끄러울 뿐이다. 지난 브뤼셀 국제대회 때 북한에는 인권문제가 없다며 우리를 미국의 앞잡이로 매도하는 원정시위대가 활동하기까지 했다.

EU에 속한 과거의 동유럽 국가들은 북한 체제가 어떤 곳인지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들은 북한에 인권문제가 없다고 하는 일부 국내 단체들의 주장을 한심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좌파 단체들은 또 ‘인권문제는 북한뿐 아니라 미국에도 있다. 인권문제 없는 나라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가 문제 삼는 것은 정도의 차이다. 북한의 인권유린은 그 정도가 극에 달하고 있다. 북한인권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북한 체제를 전복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는 그들의 주장에 과연 누가 동의하겠는가? 상식이 있고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이라면 믿을 사람 한 명도 없다.

– 인권운동은 아무래도 정부가 나서는 것보다는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한국의 시민사회가 북한인권문제에 너무 무관심한 것 아닌가.

바른사회시민회의도 북한 문제 중 인권의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불행히도 북한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는 시민단체는 좌파 성향의 시민단체에 비해 그 수가 훨씬 적다. 북한인권에 대한 정부의 관심도 없을 뿐더러, 북한인권단체에 대한 지원도 미비하다. 국가인권위 입장이라는 것도 굉장히 미온적이다.

이런 정부의 태도나 정책이 일반 시민단체들의 북한인권문제에 관한 관심을 낮추는 원인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정부가 북한인권에 대해 관심 갖는다면 호응할 수 있는 일반 시민단체들도 늘어 날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그만큼 따라가지 못하지만, 앞으로 국민들의 의식수준도 높아질 것이라고 낙관한다.

김정일 체제는 남한 정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북한에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세력은 남한의 여론이고 국민들의 생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한 내에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활동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북한인권개선을 요구하는 국제적인 분위기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국내외적 압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북한 정권의 생각도 달라질 것이다.

– 북핵 위기나 미사일 발사 이후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비중이 적어진 것도 사실이다. 인권문제가 북한문제 해결에 중요한 이유가 있다면.

기본적으로는 인권문제를 저런 식으로 취급을 하는 북한 정권이 국제사회에서도 북핵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인권문제를 일으키는 체제는 본질적으로 주변국과 평화롭게 살 수 없다. 북한 체제를 여러 가지로 평가할 수 있는데 북한 체제의 호전성, 폐쇄성의 바로미터는 바로 북한의 인권상황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의 인권상황이 개선된다면 제대로 된 국가로서 국제사회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인권문제가 개선되면 핵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전망도 생기는 것이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