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승리…파키스탄에 찾아오는 민주화의 봄

지난 18일 치러진 파키스탄 총선의 결과가 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세계인들은 작년 년말 파키스탄에서 발생해 충격을 던졌던 베나지르 부토 전총리에 대한 끔찍한 테러 사태를 기억할 것이다. 부토는 대표적 야당인사로서 정치연설을 마치고 연단에서 내려와 이동하던 중 괴한이 자행한 총격과 자살 폭탄 테러로 많은 주변 사람들과 함께 결국 목숨을 잃고 말았다. 당시 테러단체 알-카에다는 부토에 대한 암살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히고 나섰다. 경쟁상대인 대표적 야당 인사의 무참한 죽음으로 국민들의 성난 민심은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에게 향했다.

그 후 총선이 연기될 수도 있다는 불안한 정세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치러진 총선에서 야당이 대거 압승하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파키스탄은 총 268개의 연방하원 의석에 대한 선거를 실시하였으며 이 중 생전에 부토가 이끌었던 파키스탄인민당(PPP)이 88석을 차지했으며 또 다른 대표 야당으로 샤리프 전 총리의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N)이 66석을 확보, 두 정당의 하원 의석 수는 154석(57.4%)에 달하였다. 반대로 무샤라프를 지지하는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Q)는 38석으로 14%를 획득하는 데 그쳤다. 함께 치러진 지방의회 선거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며 야당의 압승과 여당의 참패로 드러났다.

야당의 압승으로 무샤라프는 최대의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파키스탄의 민주화를 요구한 국민들은 무샤라프에게 완전한 패배를 안겨준 것이다.

파키스탄의 최근 정국은 무샤라프의 재집권 야욕에 따라 파행을 거듭하였다. 2007년 10월 6일 간접선거로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무샤라프는 연임에 성공하였다. 그러나 야당은 퇴역 후 2년이 지나야 공직 선거에 나설 수 있는 법 규정을 들어 육군참모총장을 겸직하고 있는 무샤라프는 후보 자격이 없다는 소송을 제기했으며 대법원은 소(訴)를 받아들여 판결이 날 때까지 당선자를 확정할 수 없도록 하였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무샤라프는 11월 3일 전격적으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 헌법의 정지를 선언하는 친위쿠데타를 단행하였다. 야당에 우호적인 대법원장을 전격 사임시킴은 물론 야당인사와 시위세력 약 500명을 체포 구금하였다. 새로 임명된 대법원장과 법관들이 무샤라프에 유리한 판결을 내림으로써 무샤라프의 연임에 대한 걸림돌이 완전히 제거되기에 이르렀고 친위쿠데타는 성공하는 듯 했다.

그러나 파키스탄 국민들의 반발은 가라앉지 않았으며 부토 암살을 계기로 시위가 더욱 격화된 가운데 지난 18일 치러진 총선에서 무샤라프 세력의 완전한 파배와 야당의 압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국민들이 무샤라프 정부를 심판한 셈이 된 것이다.

야당은 연립정부를 구성할 차비를 하고 있으며 그동안의 모든 파행을 되돌린다는 입장이다. 무샤라프에 의해 사임된 이프티카르 초드리 대법원장을 다시 복귀시키고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무샤라프의 친위쿠데타와 부토 암살 테러 등에 대해 진상 규명 및 재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야당은 또한 대통령에 의회 해산권을 부여한 헌법을 개정, 의회가 강한 권력을 갖고 있던 1973년 헌법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야당의 움직임은 무샤라프를 풍전등화의 위태로운 신세로 몰아넣고 있다. 그러나 군사쿠데타가 수없이 반복된 전통에 비추어 보면 과연 야당 세력의 공세가 얼마나 순조로울지 속단하기는 이르다. 특히 부토 암살 테러에서 보여지 듯 알-카에다를 비롯해 무장테러 단체의 입지가 강화되는 것은 야당 세력도 바라지 않는다.

1999년 군사쿠데타 이후 무샤라프 권력의 명분은 급진이슬람세력에 의한 국가적 혼란을 방지한다는 것이었던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파키스탄 국경 지역을 중심으로 아프가니스탄과 중동에서 밀려난 알-카에다와 이슬람무장테러단체들이 자리를 잡고 세력을 늘리고 있는 실정이다. 파키스탄이 테러 세력의 세계적 근거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무샤라프를 축출함으로써 초래될 대혼란보다는 야당 세력의 주도 하에 무샤라프가 협력토록하는 방향이 될 공산이 크다.

군사정부와 국민들 간에 극한 대치로 치달았던 파키스탄 정국이 야당의 압도적 총선 승리로 귀결되었다. 민주화를 향한 국민의 승리이다. 파키스탄에 민주화의 봄이 완연할 지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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