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빠지는 문제가 그리 쉬운 길을 갈 것 같지가 않다.
핵시설 검증방법과 절차에 대한 이견(異見)이 크고 북한의 미지근한 핵검증에 대한 협조 태도가 미국의 마음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미국 내의 북한에 대한 ‘매파'(hawk)들의 강한 불만과 함께 아시아 지역에서 미일동맹의 신(新)전략을 짜고 있는 미국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본정부의 강력한 이의 제기를 미 국무부가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상황도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주요한 사안(事案)이 불거질 때마다 이상한 것은 정작 북핵의 당사자인 우리정부가 어떤 위치에서 무엇을 조율하는지가 국민의 눈에 매우 불분명하게 비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점에 대한 분명한 정부의 입장이 나와서 對국민 홍보와 정책의 타당성에 대한 여론의 점검을 받고 국민의 힘이 실린 정책기조가 마련되어야 된다는 점이 소흘하게 취급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6월 26일에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방침을 의회에 공식 통보한 시점으로부터 45일부터인 어제부터(8월 11일) 북한이 목록에서 해제될 수 있는 시간적 요건을 갖추고 있었으나, 북한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핵 신고 검증체계 수용의사가 문제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6자회담의 동력(動力)이 다 떨어져 가는 시점이기도 하기에, 북한이 성실하게 미국과 국제사회가 제의한 검증초안인, 영변의 핵 시설과 북한이 축적해온 플루토늄, 핵무기 관련 자료를 포함하여 우라늄 농축프로그램과 제3국과의 핵 거래 의혹 등에 대한 모든 검증대상에 대하여 전향적이고 성의 있는 협조의사가 투명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북한이 시간끌기와 제한적인 검증대상 고수 전략을 바꾸지 않는 한, 이 문제는 앞으로 더 큰 난관(難關)에 부닥뜨릴 확률이 농후하다.
미국의 국무부도 이제는 애써서 북한의 이러한 무리한 요구를 두리뭉실하게 엄호하는 애매한 문구의 사용을 자제하고, 이러한 상황에서 며칠 안에 북한과의 타협이 이루어져서 테러지원국 해제가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실체를 국제사회에 알릴 때가 된 것이다.
북한과의 거래에서 교착상태가 장기화 되더라도 원칙과 투명성이 전제되는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변화가 없다면, 미국은 철저한 북핵에 대한 검증 절차와 방법의 마련에서 절대로 후퇴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는 이러한 문제는 북한을 압박하는 문제라기보다는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 과정에서 전술적인 양보와 인내심을 다 실험해 보고나서, 북한의 변화가 실질적이지 않다는 현실적인 판단에 근거한 미 국무부의 움직임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정부는 무슨 전략으로 무슨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가? 정작 이렇게 중요한 문제가 중요한 단계로 접어들면서 북미(北美)간의 줄다리기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우리정부는 왜 침묵하고 있는지 필자와 같은 사람도 모르고 있으니 이것이 더 답답한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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