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2년 차인 북한 김정은은 주민 생활 개선과는 무관한 고위층과 부유층만이 이용 가능한 스키장과 물놀이장 건설에 주력하고 있다. 지지층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에게 특혜를 줘 자신의 정권을 안정화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반해 북한 주민들의 인권문제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18일 방한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조사단은 20일부터 한국에서 탈북자들을 만나 북한인권 유린 실태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현재는 유엔이 직접 나설 정도로 북한인권 문제가 국제사회서 공론화 됐지만 불과 10년 전만해도 북한인권 문제는 한국사회를 비롯해 주요 관심사가 아니었다. 대학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전북대 북한인권동아리 ‘북극성’은 북한인권에 대해 아무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던 2000년 출범해 14년째 북한인권 개선 활동을 벌이고 있다. 당시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6·15 선언이 나오는 등 남북관계가 개선되면서 북한에 대한 유화적인 인식이 많았다. ‘북극성’의 북한인권 개선 목소리는 시민들의 외면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북극성’은 이후 14년간 묵묵히 대학생·시민들에게 북한인권 실태를 알리는 활동을 전개해 왔다. 최근 만난 북극성 최지훈(사진) 대표는 “북한인권 개선 활동이 옳다는 생각했고 북한인권 문제를 우리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에게 14년간의 북한인권 개선 활동에 대한 평가와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세계 최초 북한인권 동아리라는 명성을 들었다.
세계최초인지는 확인된 바 없다(웃음). 그러나 2000년에 활동을 시작했으니 한국 대학을 통틀어 최초로 북한인권 관련 활동을 시작한 것은 맞다.
-지방 소재 대학, 특히 공대 단대 내에서 ‘북한인권’ 이슈로 동아리를 만들었다는 게 흥미롭다.
크고 화려한 곳에서 모든 것이 나오라는 법은 없다고 본다. 때로는 작고 외진 곳에서 절실한 것이 태동할 수가 있다. 전북대학교는 공과대학 학생이 약 6000명인데, 그 학생들 중 2000년 당시 대학가에서 외면받고 있던 ‘북한인권’ 이슈에 공감하는 선배들이 주축이 돼 동아리를 결성했다.
-‘북극성’이라는 명칭은 어떤 의미가 있나.
북극성은 예전부터 망망대해에서 항해사들에게 기초적 방위(方位)를 제공해주는 역할을 했다. 북한인권 해결에 있어서 변함없이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이 되자는 취지에서 명칭을 만들었다.
-동아리 규모는?
현재 약 35명의 동아리원이 활발히 활동 중이다. 단과대학 동아리이긴 하지만 타과생들에 배타적인 것은 아니라서 상대 경제학부, 사회대 정치외교학과, 생활대 식품영양학과 학생들이 같이 활동한 적도 있다.
-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정기적으로 전북대 상과대학 북한인권동아리인 ‘두드림’과 매년 5월 학내 사진전과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전에서는 주로 북한 내 종교탄압과 정치범 수용소 실태를 고발한다. 서명운동은 ‘북한인권법 제정’과 ‘재중 탈북자 강제송환 반대’ 등 이슈를 중심으로 진행한다.
비정기적으로는 탈북자를 학내로 초청해 강연을 듣거나 전주시 내 한옥마을 등지로 나가 시민 대상으로 북한인권 촉구 활동을 해왔다. 특히 2008년 동아리 발대식을 맞아 여성 탈북자 한 분을 초청, 격려사를 부탁드렸는데 당시 동아리원의 의지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된 게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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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권역의 대학들이 대체로 북한에 대해 유화적인 성향을 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학내에서 일반 학생들과의 인식 차이에서 오는 고충은 없었나?
호남권의 모든 대학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전북대 학생회의 경우 오히려 ‘비(非)운동권’ 성향을 견지해 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학우들 같은 경우에는 예전에는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지만 이제는 서명운동과 사진전 등을 하면 적극적으로 호응해 준다. 오히려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활동할 때 일부 사람들이 “시대에 뒤떨어진 운동 아니냐”며 나몰라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북한인권’ 활동을 하면서 직면했던 한계점이 있었나.
분명히 한계가 존재한다. 북한인권 개선을 호소한다고는 하지만, 직접 북한에 가서 북한 인민들을 도울 수도 없고 정치권 내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이라는 신분에서 우리가 옳다고 믿는 것을 확실하게 관철시킬 수가 없다는 점이 큰 한계점이다.
또한 ‘북극성’은 지방 소재 대학 동아리라는 특수한 사정도 있다. 인터넷시대라 정보습득과 교류가 자유롭다고는 하지만 서울에 소재한 여러 북한인권 단체들과 긴밀히 협력하는 데 한계가 있다. 언론에의 노출도 현저히 적다. 이 때문에 전북지역에서 함께 활동했던 원광대 북한인권 동아리가 현재는 휴지기(休止期)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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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활동하면서 느꼈던 보람이 있다면.
우리들의 목소리에 북한인권 문제를 사람들이 인정할 때 가장 보람된다. 이런 변화를 우리가 만들었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어떤 기틀을 다지는 데 한몫했다고 자부한다. 초반기 ‘진보’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활동을 비난한 세력에 대해 북한인권 개선 활동이 옳았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고 시련을 극복하면서 ‘시대정신’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될 점이다.
-향후계획을 알려 달라.
북한의 정치범수용소 실태를 알리는 UCC를 ‘립덥(립싱크와 더빙을 합쳐서 만든 조어. 특정 노래를 립싱크처럼 부른 영상에 원곡의 소리를 덮어씌우는 형식)’ 방식으로 제작할 예정이다. 아직 구체적인 기획 단계는 아니지만 앞으로 멀티미디어 콘텐츠에 익숙한 일반 대학생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을 만들 예정이다.
‘지방 소재’의 한계점을 극복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북극성’만의 색깔을 찾는 것이 중요한데, 북한인권 활동에 독창성을 가미해 ‘북극성’의 브랜드 파워를 기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아직까지 구체화되진 않았지만 도내 중·고등학교의 교사와 학생들을 초청, 여러 가지 북한인권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활동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