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전문가 “北 통한 전염 가능성”

대동강돼지공장
대동강돼지공장. /사진=조선의오늘 핀터레스트 캡처

폐사율이 100%에 이르는 치명적인 돼지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처음 국내에서 발생한 가운데 전염경로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북한에서 ASF가 발병한 이후 제대로 된 방역이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북한으로부터 바이러스가 유입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기사 : 아프리카돼지열병 北에도?… “살림집서 키우던 돼지 많이 죽어”)

북한 축산공무원 출신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위원은 17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ASF 발병 원인은 해당 농가의 사육방식과 주변 환경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발병 지역이 접경지대인만큼 북한과의 연관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발병농가는 DMZ로부터는 약 10km 정도 떨어졌으며 한강 하구로부터는 2∼3km 거리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6월 인천 강화군의 양돈 농가 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방역 현장을 점검하면서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이 공식 확인된 만큼 접경지역에서의 차단방역이 매우 중요하다”며 “북한 접경지역에는 철책선이 설치돼 있어 내륙을 통한 멧돼지 유입은 어렵지만 물길을 통한 유입 가능성이 있어 특히 한강하구 접경지역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조 연구위원은 “남북한의 강, 하천, 지하수 등이 연결된 상황에서 생존 기간이 길고 물리적‧화학적 저항력이 강한 만큼 ASF 바이러스가 동물, 곤충 등을 매개로 넘어왔을 수 있다”며 “야생멧돼지, 조류, 흡혈 곤충 등이 매개체 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공기 전염이 아닌 바이러스가 직접적으로 돼지와 접촉해야 감염이 일어나는 만큼 동물, 음식, 사람을 통해 확산하는 특징이 있다.

조 연구위원은 “북한은 돼지를 우물에서 잡는 등 도축 환경이 열악하고 시장에서 감염 돼지가 유통되는 등 방역 환경이 열악하다”며 “만약 북한 유입이 확인된다면 북한의 방역상황이나 시스템의 열악성에 관해서도 관심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북한에 공동 방역 제안하고 답변을 기다리고만 있는데, 조금 더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관련, 김현수 농림축산부 장관은 17일 브리핑에서 “북한과의 아프리카돼지열병과 관련한 추가로 진행된 것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ASF를 차단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행정력과 주민의식의 부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17일 본지에 “당국이 7월 말까지 돼지열병을 완전히 방어하라는 지시를 내렸지만, 솔직히 소용이 없다”면서 “개인 혹은 시장에서 무질서하게 돼지가 도축되고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단속은 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반영이 되지 않고 있다”면서 “강력한 집행도 안 될 뿐더라 주민들의 경각심도 상당히 낮은 편이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본지는 내부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당국이 감염확산을 막기 위해 관련 조직을 만들고 방역을 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방역 약품 부족, 철저하지 못한 돼지고기 유통 단속으로 인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관련기사 :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또…北, 대응 나서지만 실상은 ‘허점투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