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PSI 논란’과 한미 협의 전망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을 둘러싼 국내 논란의 파장이 한미 관계에도 묘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단 국내의 논란은 12일 정부와 열린우리당간 회의 이후 봉합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정은 “정부가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노력에 적극 참여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에서 변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문희상 당 북핵대책특위 위원장)고 발표했다.

따라서 한동안 엇박자를 보이던 여권내 PSI 논의의 방향은 ‘안보리 대북 결의’를 준거로 하는 선에서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간단치 않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안이 최종적으로 어떤 내용으로 귀결되느냐와 함께 미국의 대북 제재 방침이 어느 선까지 올라가는 지에 따라 국내의 논란은 재연될 소지가 다분하다.

특히 미국내 기류를 잘 알고 있는 외교부내 일각에서 ‘PSI 참여 확대 불가피론’이 여전히 존재하고 한나라당 등 야권의 ‘전면 참여’ 주장까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일각에서 북한 핵실험 사태에 대한 미국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미국이 ‘섭섭함’을 피력하는 등 상황이 복잡한 단계로 비화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결국 PSI 논란은 유엔의 결의안 채택, 그리고 미국의 방침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향방이 정리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보면 내주말(20일 전후)께 방한할 예정인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행보에 더욱 관심이 쏠리게된다. 그 때쯤이면 유엔 대북 결의안도 채택될 것이고 이를 준거로 한 우리 정부의 대북 제재방안도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시 말해 한미 양국이 정리된 안을 놓고 협의가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라이스 장관의 방한에 앞서 서울에 올 것으로 알려진 로버트 조지프 미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의 서울 방문 일정이 사실상 취소된 것도 이런 저런 사정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외교관행상 상관보다 먼저 와서 주요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금기’라는 것은 외교가의 기본에 해당된다.

따라서 조지프 차관이나 대니얼 글레이저 미 재무부 테러자금 및 금융범죄담당 부차관보의 경우 라이스 장관을 수행하는 형식으로 서울에 오던지, 아니면 라이스 장관이 직접 현안을 처리하면 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라이스 장관이 서울에 와서 보다 강력하게 한국의 PSI 참여확대를 요청할 경우다. 현재 정부는 유엔 결의안 내용 가운데 PSI와 궁극적으로 연결되는 부분이 어떻게 나올지, 그리고 그 경우 정부의 입장을 어떻게 조율할 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정부 관계자는 “유엔 결의안 채택과 미국의 입장 등이 정해지더라도 우리가 PSI에 참여하는 구체적인 내용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공해상에서 미국 항공모함이 대량살상무기(WMD)를 선적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정지시키고 ‘검사’하는 것과 우리 해군 함정이 한반도 인근해역에서 비슷한 활동을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는 얘기다.

자칫 ‘서해교전’과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때, 화약고와도 같은 한반도의 상황을 감안할 때 ‘예기치 않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우려인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사안별로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선을 설정해놓은 것도 유엔 안보리 결의가 우리의 PSI 참여 확대를 유도하는 방향에서 정리되더라도 ‘파국을 피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다만 이 경우 핵실험까지 강행한 북한에 대한 제재에 한국이 너무 소극적으로 나서는게 아니냐는 미국의 불만이 제기될 수 있고 이로 인해 한미 양국간 신경전이 재연될 소지는 있다.

서울의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핵실험까지 한 마당에 과거와 같은 대북정책을 고수하는 쉽지않으나 그렇다고 한반도의 직접당사자로서 신중함을 잃어서는 절대 안될 것”이라면서 “어려운 상황에서 국내 각 세력들이 의견수렴을 원활히해서 지혜찾기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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