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전문가들 처음부터 日유골감정에 `갸우뚱’

영국의 과학전문잡지 `네이처’ 온라인판(www.nature.com)의 지난달 보도로 촉발된 일본인 납치피해자 요코타 메구미의 유골감정을 둘러싼 신뢰성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네이처는 요코타 메구미의 유골을 감정했던 일본 데이쿄 대학 연구팀의 한 관계자 말을 인용, “그가 분석 결과는 확정적인 것이 아니며 유골 샘플이 (이물질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인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유골은 딱딱한 스펀지와 같아서 사전에 아무리 철저하게 준비를 한다고 해도 연구팀이 시료를 다루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땀이나 피지(皮脂)가 스며들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굳이 선후를 따지자면 이같은 문제점은 지난 1월 23일 북한이 비망록을 통해 일본 데이쿄 대학 연구팀의 유골분석 결과를 조목조목 반박한 직후 국내의 법의학 전문가들이 이미 지적했던 내용이다.

이들은 이정빈 서울대 의대 교수, 박기원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유전자 연구실장, 이승환 대검찰청 유전자분석실장 등 3명으로 모두 유전자 감식에는 일가견이 있는 법의학 전문가들이다.

세 사람은 지난 1월 일본측의 유골감정 결과에 대해 한결같이 ▲1천200도 고온에서 화장된 유골에서 DNA 검출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설령 DNA가 검출됐다고 해도 분석 과정에서 외부의 이물질에 의한 오염된 결과일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이 교수는 국내에서 유전자 감식이 걸음마 단계였던 지난 1994년 `지존파’ 일당이 소각한 사체의 뼈에서 DNA를 추출해 사망자의 신원 확인에 성공하면서 이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그는 지난 1월 25일 연합뉴스가 제공한 북한의 비망록을 검토하고 나서 “북한측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나도 화장으로 가루가 된 유골에 대한 DNA 감정을 여러 차례 시도해봤지만 1건도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데이쿄 대학이 유골에서 DNA를 추출할 때 사용한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법이 지닌 근원적 문제점을 거론했다. 그는 “미토콘드리아 DNA를 가지고 분석을 하는 곳이 많지 않고 워낙 민감한 실험이라 같은 샘플을 가지고도 방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분석 방법의 맹점을 지적했다.

특히 2002년 대구에서 발생한 지하철 화재사건 당시 불에 탄 유골에 대한 신원 확인 작업에 참여했던 이승환 대검찰청 유전자 분석실장 역시 “고온으로 완전히 백골화한 뼈에서 DNA를 추출, 분석에 성공했다는 논문은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며 일본의 유골감정 결과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대구 지하철 참사에서도 완전히 타버린 희생자들의 뼈에서 DNA 감정을 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당시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사체 6구는 아직까지 가족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실장은 11일 데이쿄 대학 연구팀에서 사용했다고 보도된 유전자 분석기법(nested PCR)에 대해 “이 방법은 유전자를 2번 이상 증폭시켜 분석을 하는 것으로 증폭 과정이 반복될수록 정확도가 떨어지는 단점을 갖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 때문에 법의학 전문가들은 이 방법에 의한 분석 결과의 신뢰성을 인정하는 데 아주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은 대구 지하철 화재사건과 같은 대형 사고를 통해 불에 탄 유골 감정에 대한 풍부한 노하우를 축적해온 반면 일본은 경험이 극히 일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처는 이와 관련, “일본의 법의학 전문가들은 화장 유골에 대한 분석 경험 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반면 일본 언론은 작년 12월초 요코타 메구미의 유골이 가짜라는 일본 정부의 신중치 못한 발표를 그대로 대서 특필하면서 `일본 법의학의 성가를 높인 쾌거’라는 자화자찬식 보도에 매달렸지만 감정 결과에 대한 문제점은 거의 지적하지 않았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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