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포로 542명 북에 생존, 정부는 ‘맴맴수월래’

▲ 2003년 입국한 국군포로 출신 전용일씨의 가족상봉

6일 50회를 맞는 현충일과 6.25 전쟁 발발 55주년을 앞두고 국군포로에 대한 관련법안이 준비되고 방송사에서 특집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등 이들의 귀환을 위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6.25 국군포로 송환을 국가가 책임지고 해결토록 하는 ‘국군포로 대우 등에 관한 법률’을 6월 임시국회에서 다룰 예정이다. 지난달 12일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은 북한인권법안 토론회에서 국군포로 문제를 북한인권 범주에 포함시켜 국가의 책무로 규정하는 법안을 추진 중임을 밝힌 바 있다.

지난달 26일 헨리 하이드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은 미 의회 상하 양원에 한국의 국군포로 문제를 포함한 납북자 문제 해결을 북한 당국에 촉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결의안은 “50년이 넘도록 한국의 전쟁포로 500여 명을 구류함으로써 1953년 7월 27일 체결한 휴전협정조약 3조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유엔의 지휘 하에 있던 한국군 전쟁포로들은 미국과 연합군의 군인들과 함께 싸웠으며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모든 연합국들의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다고 규정했다.

미국 의회가 국군포로 문제에 적극 나서게 된 것은 한국 정부가 문제해결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국군포로 북한 내 생존자 542명”

윤광웅 국방장관은 지난 2월 국회 대정부 질의 답변에서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북한에 생존해 있는 국군포로가 542명 가량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에 체류중인 국군포로는 현재 2명 가량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지난 4월 관련 상임위에서 밝히기도 했다.

북한은 1994년 이후 해마다 국군포로 탈북자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국군포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2002년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직접 지시로 6.25 당시 행방불명된 군인과 민간인들을 찾아보자는 뜻밖의 제안을 해왔지만 이후 추진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북한이 국군포로 존재를 부인하고 있는 이상 현실적 해결책이 없다는 입장. 지금껏 남북 당국자회담에서 이 문제는 한번도 정식 의제로 오르지 못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는 국군포로 문제를 쉬쉬하는 분위기다. 2000년 당시 임동원 국정원장은 “국군포로 문제는 1953년 정전협정으로 일단락된 것으로 정부가 거론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취했다.

<국군포로가족모임> 서영석 대표는 “미군은 지난 10년간 6.25 전쟁 때 북한지역에서 사망한 미군 유해의 발굴과 본국 송환을 위해 노력해왔고, 일본은 납치자 문제를 대북 수교 협상의 최우선 의제로 제시한 결과 생존자 송환까지 이뤄냈다”면서 “정부의 대북 저자세가 문제해결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만택씨 가족, 강제북송 항의 정부에 훈장 반납

6.25 전쟁 이후 포로 교환 협상에서 유엔군 측은 8만 8천여 명의 명단을 북측에 통보했지만 한국에 돌아온 국군포로는 8천여 명. 북한 내 생존해 있는 국군포로 숫자도 탈북자와 국내 연고자의 증언을 토대로 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생존 숫자는 이보다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로 귀환한 국군포로는 1994년 조창호 소위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40여 명. 이들도 대부분 정부의 도움을 얻기보다는 자력이나 중국 내 협조자의 도움으로 북한을 탈출, 중국을 경유해 한국으로 들어왔다.

국군포로 국내 귀환은 대부분 가족과 관련 NGO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형국이다. 오히려 정부는 일부 브로커들이 국군포로에 지급되는 4억여 원이 넘는 보상금을 노리고 이들을 북한에서 빼내고 있어 우려된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올해 1월에는 한국행을 시도하다 중국 공안에 잡힌 국군포로 출신 탈북자 한만택(72)씨가 정부의 늦장 대처로 강제 북송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던져줬다. 한씨의 가족들은 같은달 28일 한씨가 받은 훈장을 국가에 반납하기 위해 청와대를 방문하기도 했다.

“국가 위기 때 누가 목숨걸고 나서겠나”

정부 발표에 근거해도 북한 내 생존해 있는 국군포로는 500여 명. 이들은 지금도 함경북도 은덕군 아오지 탄광과 함경남도 단천시 검덕광산 등에서 집단 거주하며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군포로 출신 조창호씨는 “이들이 북한에 확실히 살아있다는 증거까지 있고 정부에서 확인까지 했는데 아무 소리 못하고 있는 현실이 너무도 안타깝다”면서 “비료도 주고 6.15 공동선언을 기념하기 위해 북한에 가서 행사도 하는데 전쟁포로에 대해서 말도 못하면 남북화해가 과연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을 지키다 위험에 처해 있는 사람들이 지금 북한에서 너무나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이런 태도로 일관하면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누가 나서겠느냐”며 정부의 자세를 질타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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