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포로 가족모임의 건투를 빈다”

<6.25 참전 국군포로 가족모임>이 결성됐다. 북한관련 NGO 명부에 또 하나의 이름이 올라간 것이다. 시민들이 NGO를 결성해 뜻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물론 반길 일이다. 그러나 국군포로 가족들의 모임이 결성되었다는 소식은 왠지 모를 씁쓸함을 던져준다.

정부(政府)와의 관계에서 NGO의 존재이유는, 정부가 할 수 없거나 소홀한 영역을 대신하거나 보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 안에서 건전한 비판자, 견제자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NGO이다. 그런데 전쟁 중 포로를 자국으로 데려오는 ‘지극히 당연한’ 정부의 역할을 왜 NGO가 대신하여야 하는지, 정부는 지금껏 왜 그런 당연한 의무에 소홀하다 급기야 이런 NGO마저 결성하도록 만들었는지, 그것이 씁쓸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격앙된 사람들은 “지금 한국 정부가 존재하기나 하는가”라고 묻는다. 이젠 국민들이 정부의 존재 가치마저 의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이 정부가 헌법상으로는 정부라고 인정하지 않고 있는 이른바 ‘정부를 참칭하고 있는 세력’은 자신들이 파견했던 간첩들을 데려오는데 온갖 힘을 쏟아부어 끝내 그것을 이루어냈는데, 정작 ‘합법정부’라 자처하는 정부는 입도 뻥끗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니 “괴뢰가 합법이 되고 합법이 괴뢰가 돼 버렸다”는 세간의 목소리도 그럴 듯하게 들리는 것이다.

정부 더이상 못믿어, 스스로 팔걷고 나선 것

‘자주성 콤플렉스’에 걸린 듯 과거를 자학하며 ‘자주정부로 나가기 위한 과도적(?) 괴뢰정부’임을 자랑스러워하는 남한의 지난 정부와 현 정부는 국군포로와 납북자를 ‘넓은 의미의 이산가족’으로 보고 대처하자는 해괴한 이론까지 만들어냈다. 어찌하여 ‘끌려간’ 사람들을 ‘헤어져 흩어져 있는’ 현상으로 덮어버리려 하나. 이들의 논리대로라면 강도에게 죽은 사람이든, 자살한 사람이든, 늙어 죽은 사람이든 어차피 결과적으로는 죽은 사람이니 사망원인 같은 건 따질 필요가 없고, 거칠게 말하자면 살인자도 ‘언젠가는 죽을 사람을 조금 빨리 죽인’ 경우에 불과하게 된다.

상황을 종합해보자면 남한의 지난 정부와 현 정부는 어떠한 ‘가치’나 ‘원인’을 살피는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도로 가든 모로 가든 북 정권을 적당히 구슬려(사실은 굴복하여)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최상의 가치이자 목적이라고 착각하고 있다(그런데도 사실은 이전 정부 때보다 훨씬 많은 북한의 도발이 있었다). 따라서 북한에 5백여명의 국군포로가 생존하고 있든, 또 그만큼의 납북자가 억류되어 있든, 나아가 6.25전쟁 당시 피랍자 명단이 발견되었든 말든 지금의 이 정부는 그런 것은 안중에도 없으며 데려올 생각은 고사하고 이야기를 꺼낼 생각도 안 한다. 이런 문제를 자꾸 거론하는 사람을 오히려 ‘단속해야 할 사람’으로 여긴다.

이런 ‘단속대상’들이 급기야 가족모임을 꾸렸다. 중국으로 탈출했다가 체포된 국군포로 한만택씨가 끝내 북한으로 송환되는 것을 보면서 이들은 “더 이상 한국 정부만 믿어서는 안되겠다”고 나섰다. 한씨의 가족은 화랑무공훈장을 국가에 반납하기까지 했다. 국가유공자의 가족들이 훈장을 반납할 정도이면, 지금 이 정부는 대체 어떠한 정통성에 기반해 있으려는 것인가?

촉구형(促求型) 구호를 외치는 것도 이젠 지쳤다. ‘~하라’고 외치던 구호가 ‘~하자’로 바뀌면서 가족들은 한국정부를 차츰 마음 속에서 지웠다. 지금 그들은 정부와 협조하며 나아가려는 것이 아니라 싸워 쟁취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단체를 결성했다. 한국정부 스스로 자초한 결과이다. 아니, 이것이 시작에 불과할 것이다. 국군포로를 무시하고 납북자를 쉬쉬하며 독재정권 비위 맞추기에 급급했던 정부가 맞이할 결과는 앞으로 지켜 볼 일이다.

이번 창립대회에서 국군포로 가족들은 “살아계신 우리의 아버지여 형제여 / 우리가 대한민국과 함께 달려가고자 두 눈을 부릅뜨오니 / 부디 조금만 더 생명의 끈을 모질게 잡고 있기를 바라나이다”라고 스스로 아버지와 형제를 데려오겠다는 눈물의 결의를 했다. 그 첫마음이 변함없이 뻗어나가, ‘그들이 아니면 오늘의 대한민국도 없었을’ 국군포로 모두가 가족의 품에 안기게 될 날이 반드시 밝아오리라 믿는다. 국군포로 가족모임의 건투를 빈다.

곽대중 논설위원 big@dailynk.com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