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지역 유행어 “돈 없는 사람은 산으로!”

북한에서 쌀값 폭등과 더불어 생필품 가격까지 덩달아 오르면서 장사수완이 없는 주민들이 산으로 향하고 있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5일 ‘데일리엔케이’와 전화 통화에서 “간부들이나 장사꾼들은 돈벌이에 신났지만 일반 사무원들과 장사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정말 힘들어 한다”며 “돈 없는 사람들은 식량을 구하기 위해 모두 산으로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중국 국경지대에서 약초에 대한 국가적 무역과 밀수가 성행하면서 힘없는 사람들은 너도 나도 약초 캐기에 나서고 있다는 것.

특히 “고사리 철이 한창인 양강도에는 장사능력이 없는 사람들과 농촌사람들, 멀리 앞 지대(내륙지대) 사람들까지 약초 캐기에 몰리면서 백암군과 삼수군, 갑산군 일대를 비롯한 산악지대에 사람들이 깔렸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소식통은 “젊고 힘 있는 사람들은 고사리와 돌꽃 뿌리를 캐려 다니면서 하루 보통 10kg정도 꺾는다”면서 “젖은 고사리 10kg을 말리면 말린 고사리 1kg이 된다”고 설명했다.

북한에서 고사리 가격은 최근 연간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 1998~2000년에는 무역기관들에서 말린 고사리 1kg이면 밀가루 4kg을 바꿔줬다. 그러나 2000년 이후 중국무역대방들이 가격을 계속 낮추면서 지난 2005년부터는 말린 고사리 1kg당 밀가루 2kg으로 바꿔주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의 경우 고사리 수매 가격은 1kg당 북한 돈 5천원으로 양강도 식량가격으로 볼 때 입쌀 2.5kg 가격에 해당해 지난해보다 다소 높은 가격이라고 한다. 그러나 국경지역 밀수꾼들의 경우 무역업자들에 비해 조금 비싼 가격으로 고사리 1kg당 5300원 수준으로 좀 더 비싸다.

이 때문에 무역업자들이 물량 확보하기 위해 직접 산지에 몰려들어 장사꾼들과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다. 무역업자들은 밀가루나 중국산 옥수수, 사탕, 과자와 같은 식품들을 가지고 현지 주민들과 맞교환을 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개인 장사꾼들의 경우 돈을 주고 고사리를 거두고 있는데 이 때문에 무역업자들이 현지 보위원과 보안원(경찰)들까지 동원해 개인장사꾼들을 단속하도록 하고 있어 현지 주민들과 장사꾼들의 큰 반발을 사고 있다.

한편, 농촌학교에서는 학교 비품마련, 충성의 외화벌이 등의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보름간씩 ‘고사리 방학(시간을 주고 고사리를 바치도록 하는 것)’을 주고 한명 당 말린 고사리 10kg씩 바치도록 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최근에는 돌꽃 뿌리, 시호, 둥글레 뿌리, 황기도 중국 사람들이 많이 요구하고 있다”며 “둥글레 뿌리의 경우 가격은 낮지만 대신 캐기가 쉬워 나이 많고 생활이 어려운 늙은이들이 끼니를 에우기 위한 돈벌이 수단으로 되고 있다”고 말했다.

양강도 백암군과 삼수군의 경우 해발 2000m 이상에서 자라고 있는 돌꽃 뿌리가 큰 인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가격이 보통 북한 돈으로 8천~1만원이다. 돈 없는 사람들은 두세 명씩 짝을 식량을 가지고 산에 올라 일주일가량 캐면 많은 경우 한 사람당 60kg 정도까지 캘 수 있어 인기 있는 돈벌이 대상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이 약초수출과 밀수가 성행하면서 국경지역에서는 “돈 없는 사람들은 산으로!”라는 구호까지 생겨났다는 게 탈북자들과 소식통의 설명이다.

하지만 소식통은 “돈 없는 사람들이 이렇게 힘들게 약초를 캘 때 돈 많은 장사꾼들과 무역업자들은 돈벌이에 신이 났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들(무역업자들과 장사꾼들)이 높은 가격으로 사람들을 유인해 놓고는 엄격한 등급제와 수분감모를 계산해 40% 정도의 이득을 현지에서 챙긴다”며 “직접 무역이나 밀수를 통해서도 이와 같은 이득을 얻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없는 사람들은 헐값으로 팔아서라도 당장 생계를 유지해야 하니 그런 약점을 이용해 돈을 버는 사람들은 엄청난 수익을 올린다”면서 “돈벌이에 혈안이 된 사람들은 오히려 지금과 같은 사태가 더 장기화되기를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