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북중 접경지역을 철저히 봉쇄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경지대에 사회안전성 명의로 ‘북부국경봉쇄작전에 저해를 주는 행위를 하지 말데 대하여’라는 제목의 포고문이 내려온 것으로 4일 알려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에 “지난달 25일부터 총 다섯 가지 조항을 담은 사회안전성의 포고문이 공공기관들과 역전 등에 붙었다”며 “포고문의 주요 내용은 봉쇄선으로부터 1~2km 계선에 완충지대를 설정하고, 이곳에 비조직적으로 들어간 인원과 짐승에 대해서는 무조건 사격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안전성은 일부 주민들이 제멋대로 국경연선에 드나들고 심지어 비법(불법)월경하면서 악성 비루스(바이러스)를 유입시킬 수 있는 공간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공기와 물건을 통해 전염병(코로나19)이 전파되는 현실에서 연선지대의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유지·강화하는 것이 더욱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실제 본보가 입수한 사진 속 포고문에는 ▲국경봉쇄선으로부터 1~2Km 계선에 완충지대를 설정할 것 ▲국경차단물에 관한 도로, 철길들에서는 야간에 인원과 윤전기재들의 통행을 금지할 것 ▲완충지대에 비조직적으로 들어갔거나 도로, 철길에 관한 국경차단물에 접근한 인원과 짐승에 대해서는 무조건 사격할 것 ▲북부국경 일대에 설정한 행동질서를 엄격히 지켜 조국의 안전과 인민의 안녕을 사수할 것 등의 내용이 담겼다.
안전성은 먼저 완충지대를 설정한다는 사실을 명시하고 모든 주민이 불법으로 출입하는 행위를 하지 말며, 조직적인 승인 없이 인원과 물자를 출입시키는 행위 또한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특히 조직적인 승인을 받고 완충지대에 들어갈 때에는 공민증 등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증명서를 무조건 휴대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안전성은 철조망 등 국경차단물과 인접한 도로, 철길의 야간 통행 금지를 지시하면서 4월~9월은 20시부터 다음날 5시까지, 10월~3월은 18시부터 다음날 7시까지로 구체적인 야간 통행 금지 시간을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동절기와 하절기를 구분해 통행 금지 시간을 달리 적용한 것은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에 대비해 국경봉쇄 장기전을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또 안전성은 북중 접경지역에 설정된 규율과 질서를 어기고 완충지대에 승인 없이 들어가거나 국경차단물에 접근하는 주민들은 물론, 압록강과 두만강에 침입하는 주민들에 대해서도 무조건 예고 없이 사격한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아울러 안전성은 기관, 기업소, 단체에 국경봉쇄 및 비상방역 사업에 저해를 주는 행위가 나타나지 않도록 주민과 종업원들에 대한 교양과 통제를 더욱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또 주민들에 대해서는 완충지대 불법 출입을 비롯해 인민군대의 국경봉쇄 작전에 해를 끼치는 행위들을 예리하게 살펴 제때 신고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안전성은 포고문 마지막 부분에 다섯 번째 조항으로 ‘이 포고는 공화국 영역 안의 모든 기관, 기업소, 단체와 공민에게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소식통에 따르면 국경지역 주민들은 안전성의 포고문이 내려오자 ‘전염병이 없어질 때까지 연선 봉쇄를 정규화하겠다는 것 아닌가’ ‘국경경비대와 앞 지대 군대에 중앙당 일꾼들까지 삼중으로 봉쇄하니 질식돼 죽겠다’ ‘봉쇄만 하지 말고 배급을 주던가 입에 풀칠은 하게 해줘야 할 것 아니냐’라는 등의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소식통은 “월동준비를 위해 사들여야 할 화목(장작) 한 립방(㎥)당 가격이 포고문 나온 뒤에 1.8배가 올랐다”며 “주민들은 다음 주가 되면 또 2배 이상 오를 것이 뻔하다며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쉬고 있는 상태”라고 현지의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