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에 시달리던 함경북도 회령시의 한 주민이 국경경비대 군관에게 잣을 밀수하자고 말했다가 노동단련대 처벌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3일 데일리NK에 “회령의 40대 여성 주민이 이달 초 안면 있는 국경경비대의 한 군관에게 당장 먹을 것이 없는 어려운 상태이니 가지고 있는 잣을 밀수하자고 졸랐다가 노동단련대 처벌을 받았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여성은 해마다 하던 뙈기밭 농사가 올해 태풍피해로 망하게 되자 잣 수확철을 계기로 집에 있는 돈을 전부 긁어모아 단 몇 달간만이라도 먹고살 수 있을 정도의 잣을 확보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경이 봉쇄돼 밀수하기 힘든 조건에서 당장 집에 먹을 것이 떨어지게 됐고, 결국 그는 몇 달 전부터 알게 된 국경경비대 군관을 찾아가 어려운 사정을 호소하면서 함께 잣을 밀수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앉은 자리에서 잣을 팔면 본전도 못 건질 상황이어서 밀수를 시도해보려고 어렵게 군관을 찾아간 것인데, 이 군관은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잣을 넘겨달라고 하느냐”며 면박을 주는 것도 모자라 상부에 이를 고발하기까지 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상부에서는 이 여성 주민의 행위를 문건으로 안전부에 넘겨주었으며 결국 이 여성 주민은 안전부에 불려가 닦달질을 받게 되고 시범겜(본보기)으로 노동단련대 3개월 처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하고 난 뒤 비슷한 사정을 가진 주변의 주민들은 단련대 처벌을 받은 이 여성 주민을 두둔하며 국경경비대 군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주민들은 “잣을 가지고 밀수할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이고, 먹고 살기 어려워서 한 말로 실제 행동에 옮긴 것도 아닌데 굳이 고발했어야 했느냐”, “국경경비대는 온갖 나쁜 짓을 다 하면서 굳이 안전부에까지 찔러서 잡혀가게 해야 하느냐”는 등의 말로 불평을 토로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안전부에서는 이 여성 주민의 행위는 국가의 국경 봉쇄 조치에 불복하는 행위이며, 80일 전투로 온 나라가 들끓는 시기에 밀수할 생각을 하는 것조차도 반역행위로 인정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소식통은 “최근에 생활이 어렵다는 것을 이유로 들며 국가 정책을 어기고 제멋대로 행동하려는 주민들에게 본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여성 주민을 단련대 처벌한 것으로 보인다”며 “밀수할 기회를 엿보고 있던 일부 주민들은 사안의 심각성을 느끼고 올해는 굶어 죽더라도 밀수는 못 하겠다면서 안타까움과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