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경비대에 수면제 먹이고 탈북… “무조건 잡아라” 1호 방침까지

김형직군 일가족 4명 중국으로 건너가…국가보위성, 중국 공안·변방대에 공문 보내 협조 요청

투먼 양강도 지린성 국경 마을 북한 풍서 밀수 금지
중국 지린성 투먼시 국경 근처 마을. 맞은편에 북한이 보인다. /사진=데일리NK

접경지역인 북한 양강도 김형직군에서 최근 일가족 4명이 강을 건너 탈북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일로 ‘1호 방침’까지 내려지면서 국가보위성은 중국 당국에 정식으로 협조를 요청하는 등 탈북한 일가족을 잡아들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는 전언이다.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김형직군에 거주하는 일가족 4명은 지난 1일 새벽 국경 경비에 빈틈이 생긴 때를 노려 압록강을 건너 중국으로 향했다.

이 사건이 최상부에도 보고되면서 지난 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직접 지시인 이른바 1호 방침이 떨어져 현재 국가보위성이 탈북한 일가족을 잡는 데 혈안이 돼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일가족 탈북 사건에 이례적으로 1호 방침이 내려온 것은 이들이 당시 경계근무를 서는 국경경비대에 수면제를 먹이고 대원들이 잠든 틈을 타 도강(渡江)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탈북한 일가족의 사택에는 평소 국경경비대원들이 자주 드나들었는데, 이들은 그중에서도 평소 친하게 지내던 국경경비대 부분대장(하사)이 근무를 서는 때에 그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몰래 탈북할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제 실행에 옮겼다.

실제 이 가족은 이 부분대장이 1일 새벽 근무를 선다는 것을 알아내고 미리 수면제를 섞은 탄산음료와 빵을 준비해두고 있다가 그날 사택에 들른 부분대장에게 건넸다. 또 그와 함께 근무서는 하급병사까지 챙기는 양하면서 탄산음료와 빵을 하나씩 더 챙겨주기도 했다.

그간 밀수로 생계를 이어온 이 가족은 중국으로 통하는 길을 다 알고 있었던 데다 경비대원들이 어느 구간에서 근무를 선다는 것까지 다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별 탈 없이 강을 건너 탈북할 수 있었다.

다만 이들의 탈북 직후 국경경비대가 사건 발생 사실을 알아차리면서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갔다. 이 일은 즉각 중앙 국가보위성에까지 보고됐으며, 결국 사건 발생 다음 날인 2일 ‘억만금을 들여서라도 민족반역자를 무조건 잡아 와 시범겜(본보기)으로 강하게 처벌하라’는 내용의 1호 방침이 떨어졌다.

이에 국가보위성은 중국 내 보위성 요원들에게 체포 임무를 내리는 한편, 중국 공안과 변방대에 공문을 보내는 등 중국 측에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중국 측은 탈북민 북송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권 지적을 의식한 듯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1호 방침에는 ‘인민이 군인에 약을 먹이고 도망쳤다는 것은 심각한 군민관계 훼손 행위로, 국경 군민(軍民)의 사상을 전면 검토하라’는 지시도 담겼다고 한다.

이에 따라 2일 중앙 국가보위성 성원들이 김형직군에 내려와 사건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면서 현지 국경경비대 행정, 정치, 보위 군관들을 불러 개별담화를 진행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담화에서는 “너희들이 믿고 있는 인민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약을 먹이고 도망치고 있고, 도망치기 위해 이보다 더 한 일도 할 수 있다” “군인들이 어떤 사택에 짐을 맡기고 자주 들락거리고 있는지 철저히 보고하라” “당분간 군인들이 주민 사택에 다니지 못하게 단속하라”는 등의 언급이 있었다는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탈북한 일가족이 건넨 음식을 먹고 잠이 든 국경경비대 부분대장은 곧바로 영창에 수감돼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분대장의 진술에 의하면 탈북한 일가족은 경제적으로 그리 어렵지 않아 먹고 사는데 크게 지장도 없었을뿐더러 일가친척 중에 비법월경자나 월남도주자도, 범죄를 저질러 교화나 단련대에 간 사람도 없는 소위 ‘혁명적인’ 집안의 주민들이었다.

다만 부분대장은 조사에서 이들이 얼마 전 국경 지역의 장벽·고압선 설치를 두고 “앞으로 밀수를 못 하게 되면 희망이 없다” “우리는 뙈기밭 농사나 지으면서 강냉이나 먹고 짐승처럼 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 “밀수를 못 하면 사람처럼 못 산다” “장벽이 올라가는 것을 보니 올해가 관건이다”는 등의 말을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지금 이 사건이 김형직군을 비롯해 양강도 전체에 다 소문으로 퍼졌다”면서 “이 일로 국경 지역의 분위기는 더 흉흉해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