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원위 홍역, 한번은 치뤄야 할 일이다

국가인권위 상임위원 2명의 사퇴로 촉발된 인권위 정체성 시비가 점입가경이다.


비상임위원 1명과 전문위원 61명이 ‘집단사태’에 가세한 이후 민주당과 민노당, 일부 좌파단체들까지 현병철 위원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현 위원장이 지금까지 독단적으로 조직을 운영하고, 인권위의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것이 이들이 내세우는 명분이다.


특히 현 위원장의 취임 이후 인권위가 ▲MBC PD수첩의 미국산 소고기 보도에 대한 검찰 수사 ▲야간시위 위헌법률심판 제청 ▲민간인 사찰 ▲국방부 불온서적 지침 등 소위 자신들이 생각하는 인권침해 사례에 대해 어떤 의견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사퇴한 상임위원과 비상임위원, 전문위원들이 인권위를 이끌던 과거부터 인권위의 정파적 운영에 대한 국민여론의 지탄이 존재해 왔음을 똑똑히 기억한다.


‘인권의 보편성’이나 ‘헌법정신’등과 같은 기본가치를 척도로 우리 사회의 문제를 둘러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정치적 이상과 가치를 실현하는 도구로 인권위를 활용해왔던 전례가 한둘이 아니다.


이라크 파병 문제와 같은 외교문제에는 과도하게 개입하면서도 북한인권 문제와 같은 상식적인 가치는 애써 외면해 국제적 망신까지 샀고, 폭력시위와 같은 초법적 행위를 묵인하며 국민화합에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했다. 일개 인권단체도 아닌 엄연한 국가기관이 이렇게 갈피를 못잡고 왔다 갔다 하는 동안 보편적 인권의식의 확산은 둘째치고, 저급한 이념 대립이 인권영역까지 확산됐을 뿐이다.


비록 인권위가 헌법에 근거해 설립된 것은 아니지만, 우리 헌법이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을 최고가치로 지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권위 역시 보편 타당한 인권개념과 헌법정신의 존중을 기본사명으로 삼아야 한다.


사실 현재 인권위의 파행은 밥그릇 싸움, 머리숫자 싸움으로 읽힌다. 현 위원장 반대파들은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자신들과 정치적 성향이 다른 위원장과 위원들이 하나둘씩 등장하자 지금까지 자신들이 해오던 의결 관행을 새삼 문제 삼고 있다.


특히 유남영, 문경란 두 상임위원은 고작 2~3개월의 임기를 앞두고 ‘사퇴’라는 카드를 꺼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들은 현 위원장이 상임위의 권한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전원회의에서도 주요 안건을 결정할 수 있도록 운영규칙을 개정하고 있다고 반발했지만, 전원회의가 의사결정권을 갖는 것은 어느 조직이나 상식처럼 받아들여지는 보편적 체계다. 두 상임위원의 반발은 오히려 그동안 인권위가 상임위에 편중된 파행적 결정을 내려왔다는 점을 스스로 실토한 셈이 되고 만다.


인권문제는 좌나 우, 진보나 보수의 가치 범주로 다뤄서는 안될 영역이다. 법치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최우선으로 보호하려는 헌법정신과 인류가 창조해낸 보편타당한 가치에 기초해 풀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적 혁신이 먼저다. 
 
현 위원장은 16일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최근 논란과 관련한 국가인권위원장 입장’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끝까지 일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현 위원장은 사퇴를 하더라도 인권위를 제자리에 세워두고 사퇴해야 한다. 정치적 압력에 밀려 흔들린다면 대한민국의 인권시계는 다시 후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이참에 인권위의 합리적 인적 구성을 도출해 내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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