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조영황 “영화 ‘태풍’ 봤지만 별 느낌 없었다”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입장 표명을 연기하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해 여야 국회의원들의 호된 질책이 쏟아졌다.

10일 오후 국회 법사위에서 진행된 국가인권위원회 2006년 업무현황 보고에서 조영황 위원장은 “지난해 9월부터 북한인권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지만, 의견이 첨예하게 갈려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납북자•국군포로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 중에 있다고 대답했다. 북한 당국에 대해서 인권위가 납북자 송환을 직접 권고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실효성도 없다고 주장했다.

안상수 위원장이 “납북자와 국군포로 숫자가 몇 명이나 되느냐”고 물었지만, 조 위원장은 대답하지 못했다. 조 위원장뿐 아니라 30여 명이 배석한 인권위 간부들까지 납북자의 정확한 숫자를 몰라 회의장이 잠시 술렁거렸다. 이내 “500명 정도 된다”고 대답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인권위가 이념적으로 편향됐다고 지적했다. 공무원 정치참여 허용, 대체복무제 인정, 직권중재 폐지, 국가보안법 폐지 등 국가운영의 틀을 바꿀 수 있는 현안에 대한 내부 결정에서 찬성만 10명이 있고 반대가 없는 것이 정상이냐고 물었다.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 (NAP)권고안 채택 표결에서는 위원 1명만 기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는 여당 내에서 북한인권에 대한 태도 변화가 감지됐다. 반미(反美) 자주파로 분류되는 최재천 의원은 “이제 북한인권문제 제기는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같은 당 양승조 의원도 입장 표명이 유보된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인권위, 집단 최면에 빠졌다”

최 의원은 “인권위가 각종 실태조사와 연구사업, 각종 회의 참가 등 지극히 간접적이고 조용한 방법으로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은가”라고 질의했다. 조 위원장은 “참고하겠다”고만 대답했다.

최 의원은 통일부와 외교부에 북한인권 관련 예산이 편성된 것이 북한의 압박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국가인권위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다루는 것이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양승조 의원이 북한인권에 대해 ‘2005년 내 입장표명 약속을 왜 지키지 않는가’를 추궁하자 “북한 당국에 권고안을 내지 않는 것으로 내부 입장이 결정됐지만, 우리 정부에 어떤 입장을 표명할지는 아직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또 2000년 북으로 송환된 비전향 장기수와 관련, 북에 송환됐지만 그들은 아직 대한민국 국민으로 봐야 한다고 했으며, 이들이 남한을 상대로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진정서가 접수되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시효가 지나서 조사대상이 아닌 것으로 내부 결론을 내린 바 있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영화 ‘태풍’은 봤지만,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의 내용을 다룬 ‘수용소의 노래’는 읽어보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태풍’에 대해서도 “별다른 소감이 없었다”고 했다.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은 “어떻게 (탈북자의)인권을 다룬 영화를 보고도 인권위원장이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주 의원은 “죽어가는 동물을 보면 그것으로 만든 음식은 먹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미물(微物)일지라도 원한을 갖기 때문이다”면서 “죽어가는 북한 동포를 외면하는 집단 최면에 빠져 있는 인권위”라고 질책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