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언제까지 北인권 뭉개나?

국가인권위회(위원장 조영황)가 26일 발표한 두 가지 권고사항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고 있다.

하나는 지난 달 농민대회에 참가했다 숨진 고 전용철씨와 고 홍덕표씨의 사망원인이 경찰의 과잉진압 때문이라는 발표였다. 인권위는 지난 4주 동안 농민과 경찰 양 측의 주장에 따라 현장을 검증하고 집회 참가자의 증언 등을 조사한 결과, 두 농민의 죽음이 경찰의 폭력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관련 경찰들을 처벌, 징계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양심적 병역거부권은 헌법 제 19조와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 18조의 양심의 자유의 보호 범위 내에 있다”며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것을 국회의장과 국방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두 농민의 사인이 경찰의 과잉진압에 있었다는 발표는 다음 날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를 이끌어냈고 서울경찰청장은 사표를 제출했다.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한 권고도 발표 직후 정치권과 시민사회계의 찬반논란을 증폭시켰다.

인권위의 발표가 저물어가는 2005년, 한국 사회를 뒤흔드는 도화선이 된 셈이다. 그러나 인권위는 진정으로 도화선이 되어야 할 북한 주민의 인권에 대해서 올해도 아무런 언급 없이 지나갈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는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입장을 올해 내에 발표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인권위가 북한 인권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자격이 있느냐에 대한 논의도 정리되지 않은 상태라 올해 내에도 입장 발표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인권위원들 간의 의견차도 아직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전원위원회에서 비공식적으로 처음 논의된 북한인권문제는 몇 개월간의 회의를 거치고서도 전혀 논의의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각종 문제에 신속히 대응하고 있는 인권위의 태도를 봤을 때 쉽게 납득되지 않는 일이다.

내년에는 더 압박에 몰릴 것

북한인권문제는 올 한 해 동안 전 세계적 이슈로 떠올랐다. 전 세계의 인권문제를 다루는 UN인권위에서는 3년 연속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됐고, 192개국이 참가하는 UN총회에서도 사상 처음으로 ‘북한인권결의안’이 가결됐다.

인권위도 올해 초 동국대 북한연구소에 용역을 의뢰해 북한인권실태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받았다. 보고서는 북한인권실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전 세계가 우려하고, 증거도 충분한 상황에서 인권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권위가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자격이 있느냐”는 핵심을 비켜간 논의로 입장 밝히기를 미루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인권위의 권고 사항은 강제성은 없지만 입법이나 행정면에서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인권문제도 인권위의 입장 발표가 있을 경우 사회적 논란의 핵심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다가오는 2006년에는 북한인권문제가 더욱 큰 국제적 이슈로 떠오를 것이다. 이미 한번 드러난 진실은 어떠한 장막으로도 덮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인권위도 더 이상 입장 표명을 미룰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릴 것이다. 2006년 새해에는 인권위가 북한인권상황의 심각성을 우려하는 입장을 발표했다는 뉴스가 나오길 기대해본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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