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김정일독재 부역기관 될라

드디어 마을 어귀에 ‘인권’이라는 꽃나무를 심었습니다. 비, 바람 부는 거친 들판에서 싹을 틔우기까지는 힘겨운 오랜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아이와 어른, 남자와 여자, 종교와 피부색 그리고 신분의 차이가 차별이 되고 억압이 되지 않는 그런 터전으로 가꾸어 졌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입니다. 온실 속 혹은 책갈피에 끼워진 말라 버린 꽃잎이 아니라, 사시사철 늘 우리의 삶 속에서 공기처럼 그 향기가 피워날 수 있도록 이 나무를 가꾸어 가는 그런 사람, 인권위원회가 되겠습니다.

위 글은 성폭력 피해자를 위해 민간단체에서 십 년 넘게 일해 온 국가인권위 한 상임위원이 인권위 홈페이지에 자신을 소개하면서 게시한 글이다.

국가인권위는 최근 전원위원회 회의에서 북한 집단체조 ‘아리랑’이 북한 어린이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기 때문에 공연 관람을 자제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자는 제안을 부결시켰다. 찬성 1표, 반대 9표였다.

이런 결과가 나온 데는 먼저 ‘아리랑’ 공연이 어떻게 준비되는 행사인지 인권위원들이 잘 몰랐던 데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 대집단체조와 아리랑 공연을 준비했던 평양 출신 탈북자들은 군대식 규율과 훈련, 가혹한 훈련 시간과 체벌, 성적 모욕감까지 강요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에서 벌어지는 인권유린 행위에 대해 관심조차 두지 않는 인권위의 행태는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안건 상정 요구까지 제기됐다면 정확한 실태조사라도 해야 하지 않았을까? 성폭력 피해자를 위해 십 년이 넘게 일해온 국가인권위 상임위원은 왜 아리랑 공연 준비자들이 그 자리에서 깡통에 오줌을 싸야 하고, 카드가 틀리면 몽둥이가 가해지는 현실에 침묵하고 있는 진짜 이유가 궁금하다.

국가인권위는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내부 논의를 비공개로 진행하기로 했다. 북한 인권문제는 국가적 비밀도 아니고,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문제도 아니다. 인권위 스스로 자신들이 정치적 판단에 따른 처신을 하고 있다는 자의식과 따가운 여론을 회피하기 위함이다. 인권위 스스로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고 있는 셈이다.

한 상임위원이 심었다는 ‘인권’이라는 꽃나무는 동포의 아픔에 눈감고, 정치적으로 처신하는 습성을 지닌 모양이다. “북한의 공개처형은 실내처형을 밖으로 옮겨 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발언은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다. 이들은 이미 인권위원이 아니라 정치꾼들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국가인권위, 동포의 인권파수꾼으로 다시 태어나야

국가인권위 한 관계자는 인권위원들이 정치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한다. 대통령과 여당이 추천한 위원이 과반수(11인 중 6인)을 넘어가는 상황에서 어떻게 북한 인권에 입장표명을 할 수 있겠냐고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12월까지 가도 입장 표명이 어렵다고 했다.

북한은 우리 사회가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의 감시와 통제, 폭력이 일상화된 사회다. 인권의 햇살이 가장 따뜻하게 비춰야 할 곳이 인권의 동토 북한이다. 인권위원들에게 솔직히 묻고 싶다.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가는 엄마와 생이별하는 딸이 불쌍하지도 않은가’
‘당신이 평양에 가서 한 달만이라도 아리랑 공연 카드 뒤집기를 해볼 자신이 있는가’

이라크 주민의 아픔은 제 살 깎이듯 걱정하고, 외국인 노동자의 차별은 제 동생 일처럼 걱정하는 인권위원들에게 과연 북한 주민들은 무엇인가? 이들에게 북한 동포는 외계인이라도 된단 말인가? 위선의 굿판이다. 자신이 햇볕정책 지지자라면 햇볕에 인권의 날개를 달라고 왜 말을 하지 못하는가?

인권위는 최근 북한이 자신의 권한 밖이라는 변명을 하고 있다. 지금부터 35년 전, 러시아 출신 작가 알렉산드로 솔제니친은 자신의 유명한 노벨문학상 수상소감에서 인권에 대하여 “이 혼란스런 지구상에서 이제 더 이상 국내문제라는 것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선언했다. 북한 동포는 휴전선 너머에 살고 있는 우리의 동포이자 혈육이다. 도대체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한가.

더 이상 권력의 눈치를 보거나, 인권에 정치를 덧칠하려는 국가인권위 위원들은 모두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리고 권력의 시녀가 아닌 동포의 인권 파수꾼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더 이상 독재에 부역자로 남는 오명을 벗어 던지기를 간절히 호소한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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