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北인권 침묵’ 숨은 이유 있다

▲ 조영황 국가인권회 위원장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조영황)가 북한인권에 대한 입장표명 여부를 두고 심각한 내부갈등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인권위 내부 인적 쇄신 없이는 적극적인 북한 인권개선 노력이 나오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이 4일 공개한 국가인권위 ‘북한인권관련 기본입장 수립논의’ 전원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인권위원들은 찬반 양론으로 선명하게 갈려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전원위원회는 위원장과 인권위원 10인(상임위원 3인, 비상임위원 7인)으로 구성돼 인권위 운영에 관한 기본 정책을 결정한다.

인권위원들이 북한 인권문제를 두고 뚜렷한 시각 차이를 보이게 된 데는 북한 인권문제가 노무현 정부와 일부 시민사회단체가 극도로 꺼리는 민감한 사안인데다 일부 인권위원들이 정치적 입장에 따라 해석을 달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김재경 의원이 공개한 회의록에 따르면 이 회의에서 대법원장과 한나라당 추천 위원 5인은 입장표명 찬성,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민주당 추천 위원 5인은 반대입장으로 선명하게 갈렸다.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는 “인권위는 입법(4인)∙사법(3인)∙행정(4인.위원장 포함)에서 추천권을 갖고 있으며 국회 동의를 거치기 때문에 독립성이 훼손되지 않는다”면서 “교육부 추진 NEIS 반대 입장이나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정부나 특정 정치세력의 입장을 추종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색 배제 위원, 북한인권 입장표명 한 목소리

그러나 북한인권 문제에서 정치색이 배제된 대법원장 추천 위원들은 한 목소리로 인권위가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인권위원들이 정치적 색깔에 따라 북한 인권을 판단하고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게 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3년에는 이라크전 반전(反戰) 성명서, 지난해에는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 올해 들어서는 사형제도 폐지 의견, 비정규직 관련 법률 의견, 초등학교 일기장 검사관행 개선 권고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이루어지는 인권 침해요소에 대해 활발한 의견 표명을 해왔다.

그러나 인권위는 북한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이상하리만큼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해왔다.

2003년 4월 국회 법사위 질의에서 김창국(金昌國) 전 위원장은 “인권침해가 북한에 많으냐, 남한에 많으냐”는 질문을 받고, “계량화된 자료가 없어서…”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몇 일 후 기자간담회에서 김 전 위원장은 “탈북자 증언과 미 국무부 보고서 등 각종 자료를 통해 북한 인권문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해, 국회 답변과 다르게 말했다.

지난해 북한인권 관련 회의에서 김 전 위원장은 “이라크전 의견표명과 관련해선 인권위원회의 성가가 무척 올라갔고, 특히 우군이라고 할 수 있는 시민단체, 인권단체들로부터 높이 평가를 받았다”면서도 “(북한인권) 의견표명을 하면 인권위원회는 존립의 문제까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우리 우군을 완전히 잃어버리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정책위 소극적 자세가 북한 인권 무관심 원인

올해 1월 동국대학교 북한학연구소는 인권위의 용역을 받아 『탈북자증언을 통해서 본 북한인권실태』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이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후 언론을 통해 보고서가 공개되자 인권위 관계자는 “이 보고서가 나갈 경우 북핵문제 해결 및 남북관계에 부담을 줄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인권위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서 이런 소극적 자세를 취하게 된 배경에는 북한인권문제 거론을 꺼려하는 정부와 국내 시민단체의 친북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인권위 관계자는 “아무래도 정부 눈치를 보는 것 같다”면서 “과거 사회단체나 국내 인권문제를 관여했던 분들이 북한 인권 문제에 무게를 두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인권문제는 정책위원회에서 다뤄왔는데 (정책위)역대 책임자들이 북한 인권문제 거론을 반대해온 것이 주요한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 운영에 관한 주요 의제를 결정하는 전원위원회에는 과거 전국민족민주연합(전민련) 조국통일위원장 출신과 현 6.15 공동선언 부산실천연대 공동대표, 참여연대 실행위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인권단체 출신은 한 명도 없다.

일부 위원 북한에 무지

전민련 조국통일 위원장 출신 이해학 위원은 “남쪽에서도 인혁당 처형이나 5.18 광주 학살 등 많은 인권탄압이 있었다. 처형하는 것은 공개적으로 했느냐, 비공개로 했느냐 하는 차이만 있을 뿐”이라고 말해 북한사회의 실정에 무지를 드러냈다.

인권위의 집안 단속도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인권위 전원위는 26일 회의에서 인권위 소속 상임위원 및 비상임위원은 북한인권 관련에 일체의 개인 발언을 하지 말도록 결정했다. 일종의 함구령이다.

인권위 한 상임위원은 “개인 신상 문제도 아니고, 국가안보와 관련된 일도 아닌데 회의 공개나 개인 발언이 어떻게 문제가 될 수 있느냐”는 이의를 제기하자 “다 같이 가야지 혼자 가면 되겠느냐”는 답변이 나왔다고 한다. 회의록 비공개와 내부 의견 차단이라는 비밀주의가 결국 여론 수렴과 인권위의 투명한 의사결정을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5일 국회 법사위 질의에서 국가인권위 조영황(趙永晃.64) 위원장은 “12월까지 인권위 차원에서 입장 표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이 인권위의 공식입장은 아니라는 답변을 덧붙여 ‘일부 의견’수준으로 정리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인권위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힐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입장을 밝힌다 해도 소수 의견, 추상적인 개선 필요 언급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 대상도 북한정권을 향하지 않고 정부나 국제사회에 이런 활동을 주목해야 한다는 형태가 될 듯하다.

결국 국가인권위는 내부 인적 쇄신과 정부 눈치보기로부터 탈피, 좌파적 시민 사회단체의 영향을 차단할 때만이 북한인권문제에 분명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