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北고문실태 외면 말아야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자들이 북한 내 수감시설에서 벌어지고 있는 고문의 실태를 고발하고 나섰다.

북한민주화운동본부(대표 김태진)는 북한 수감시설에 갇혀본 경험이 있는 탈북자 100명을 상대로 조사한 내용을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했다. 조사 대상자 전원이 “북한의 수감시설에서 폭행과 고문을 당했다”고 대답했다.

이들이 당한 고문은 실로 끔찍한 것들이다. 북한 수감시설에서는 여성들에 대한 성고문을 비롯해 총 12가지 유형의 고문 방법이 존재한다고 한다.

몽둥이로 사람을 두들겨 패는 ‘몽둥이찜질’, 머리뒤에 손깍지를 끼고 앉았다 일어섰다를 수 백번씩 반복시키는 ‘펌프고문’, 각목을 무릎관절에 끼우고 한 시간씩 무릎을 꿇리는 ‘관절꺽기’, 두 팔과 두 다리를 등 뒤로 묶어 천정에 매달아 놓는 ‘비둘기 고문’, 머리를 물통에 담궜다 꺼내기를 반복하는 ‘물귀신 고문’ 등이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와 인민보안서에서 즐겨쓰는 고문방법이다.

중국에 거주하던 탈북여성들이 북한으로 송환되면 신체내에 숨겨둔 돈을 찾는다는 명목으로 온갖 성고문을 겪어야 한다. 알몸으로 수 백번씩 쪼그려 뛰기를 해야하고, 남자 간부들이 서슴없이 여성들의 몸을 유린하기도 한다.

특히나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안성훈(9세) 군은 4살 때 어머니와 함께 중국에서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었을 당시 겪었던 폭행과 굶주림으로 지금까지 발달장애를 겪고 있다고 소개됐다. 북한 보위부 요원들은 ‘엄마를 찾으며 징징거린다’는 이유로 4살 짜리 어린 아이를 두들겨 패고 굶겼다고 하니 인간의 이성이 어디까지 추악해 질 수 있는지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북한 수감시설 내의 고문행위는 수인들의 죄목, 형기, 성별, 나이 및 수감시설의 유형와 무관하게 무차별적이고 일상적으로 자행된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한결같은 증언이다. 이는 북한 수감시설 내 고문행위가 북한당국의 지침과 통제 범위안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될 수 있다.

북한 요덕수용소에서 3년간 수감된 경험이 있다는 탈북자 정광일씨는 “북한의 각종 수감시설의 일선 관리들은 보다 손 쉽게 수인들을 통제하기 위해 더욱 잔인한 고문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수용소의 열악한 생활환경과 댓가가 전혀 없는 강제노동. 굶주림 속에서 수인들의 탈옥이나 저항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 ‘고문을 통한 공포심 유발정책’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탈북자들은 북한의 수감시설에서 벌어지는 고문과 인권유린에 대해 우리 국가인권위원회가 실태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북한 주민들이 당하고 있는 국가폭력에 이제라도 상징적인 국가기관이 관심을 보여주길 바라는 것이다.

탈북자 100인의 증언이 발표됨으로써, 지금까지 ‘관할권 범위 밖’이라는 이유를 들먹이며 북한인권문제를 회피해왔던 국가인권위도 이제 마땅한 핑계거리를 찾을 수 없게 됐다.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이 북한당국에 보복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인간으로 존재하는 것이 치욕스러웠다던 고문피해 기억들을 이겨내고 북한의 실태를 세상에 고발한 탈북자 100인의 증언에 대해 국가인권위는 최소한의 ‘성의’라도 보여줘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고상한 척 알아듣기 어려운 말로 포장되는 국가인권위의 북한인권론은 이제 들을 만큼 들었다. ‘인권’은 수 천년 동안 인류문명이 만들어온 사상문화적 재부(財副) 중에 가장 명백한 흑백논리를 담고 있는 가치개념이다. 사람을 때리면 안된다, 여성을 성폭행하면 안된다, 법규 위반자라도 고문하면 안된다 등의 ‘인권상식’은 그 어떤 사상적, 정치적 개입도 허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국가인권위는 ‘인권의 상식’에 기초해 북한의 인권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있다면 어떤 수준인지, 그 진상을 규명하는데 이러저런 핑계를 늘어놀 이유가 없다.

연간 200억이나 되는 예산을 깔고 앉아 있는 국가인권위를 향한 탈북자들의 요구는 의외로 소박하다. 한국에 들어온 탈북자만 1만 3천명이 넘으니 이제 국가인권위가 나서서 북한에서 벌어지는 고문실태에 대해 더욱 자세히 조사해 달라는 것이다. 스스로 돈을 모아 작성한 고문피해자 100명에 대한 자료를 제시하며 국가인권위를 향해 읍소하고 있다. 탈북자들이 마지막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은 국가인권위의 ‘양심’이 아니라 ‘최소한의 상식’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 국가인권위가 답할 차례가 왔다. 조만간 우리는 대한민국 국가인권위의 ‘인권 상식’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몰상식’이 끝내 들통나지 않을까 지금부터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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