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장 ‘인사청문회’ 실시하라

▲ 임명장을 받고 접견실로 향하는 조영황
국가인권위원장 <사진:연합>

“북한의 인권상황 개선은 유엔과 관련국들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원과 자극이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북한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초등학생도 할 수 있을 만한 이런 초보적 이야기를 누가 했을까? 1년에 200억 원의 국가예산을 사용하는 인권 전담기구이자 정부 독립기구, 준사법기구, 준국제기구 <국가인권위원회>의 수장, 장관급 대우를 받는 조영황 위원장이 한 말이다.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에게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에서 조 위원장은 “개인의 생각”을 전제로 하면서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위와 같이 입장을 밝혔다.

북한인권에 대한 원칙적 접근이 국가인권위원회 역할

“북한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말에 담긴 뜻은 무엇일까? 구체적인 설명이 없으니 추론할 수밖에 없다. 일단 여기서 ‘북한’이 북한 지도자를 말하는 것인지, 북한 인민을 말하는 것인지 모호하다. 북한을 북한 지도자로 생각하고 말했다면 그는 국가인권위원장의 자격이 없다. 지도자의 의지가 어떻든 인민의 편에 서서 말 그대로 ‘인권’을 지적하는 것이 국가인권위원장이 할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조 위원장이 이야기한 ‘북한’이 ‘북한 인민’이었다고 믿고 싶다. 그래서 “북한 인민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믿고 싶다. 전적으로 옳은 말이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장이라면 북한이 인민의 개인적 의지를 표출할 수 없는 사회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다. 정치범수용소, 공개총살, 보위부 등 폭압기구와 감시체계, 존재하지 않는 언론, 단일후보에 의한 선거, 집회와 결사의 자유 부재 등이 그것을 증명한다. 상황이 이러하니 국제사회의 지원과 자극이 절실한 것이며, 우리가 국가인권위원장에게 듣고 싶은 말은 바로 이런 구체적 이야기다.

기본적으로 북한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말로 국제사회의 지원과 자극을 애써 낮춰보는 것은 인권위원장의 자세가 아니다. 인권의 존엄과 보편의 원칙에 입각해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이 <국가인권위원회>가 할 일이다.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의 특수성 등을 들며 유엔인권위원회의 대북인권결의안에 기권하겠다고 하더라도, 인권문제는 그렇게 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리면서 정부 당국에 원칙적 접근을 촉구해야 <국가인권위원회>가 본연의 역할을 다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그때, <국가인권위원회>는 대체 어디에 있었던 것인가? 사표라도 써놓고 배수진을 쳤어야 국가인권위원장답지 않나?

북한인권 소신없으면 국가인권위원장 인준 말아야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1항에는 ‘인권’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헌법 및 법률에서 보장하거나 대한민국이 가입 비준한 국제인권조약 및 국제관습법에서 인정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

그러나 지금껏 <국가인권위원회>는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으로 되어있는 북한 인민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에는 일체 함구한 채, 이번에 조 위원장처럼 “공식적 입장이 없다”는 발언만 반복했다. 그 ‘공식적 입장’이란 것을 북한 인민이 다 죽고 나서야 공개할 것인가. 이라크 인민의 인권, 비정규직 노동자의 인권을 위해서는 특별히 오랜 검토와 조사활동을 거치지 않고도 자신 있게 결의와 권고를 남발하던 <국가인권위원회>가 말이다.

차제에 우리는 국가인권위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할 것을 촉구한다. 앞서 지적하였듯 <국가인권위원회>는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인 북한 인민의 인권 역시 분명히 다루어야 할 책임과 의무를 지녔음에도, 전임 위원장들은 너무도 당연한 듯 이를 무시해왔다. 헌법적 대상자인 7천만 명 중 2천 3백만 명은 없는 셈 친 것이다.

국회에서 국가인권위원장의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 북한인권문제 해결을 위해 어떻게 활동할 것인지를 묻고, 이에 함량미달이라고 판단되면 임명하지 말도록 촉구해야 한다. 그것이 <국가인권위원회>가 반쪽짜리 인권위원회가 아니라 명실상부하게 ‘국가’의 인권위원회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돕는 길이기도 하다.

곽대중 논설위원 big@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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