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 자유·인권 지키는 기본적인 전제다

국정원 스마트폰 해킹의혹에 대한 여야 정치권의 공방이 점입가경 수준으로 번지고 있다. 해킹 프로그램의 구입 및 기술적 운용을 지원했던 국정원 임모 과장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함에 따라 관련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나 작금의 국정원 해킹 논란은 본질을 비껴간 정치공세에 다름 아니다.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국정원이 이탈리아로부터 구입한 해킹 프로그램이 민간인 사찰에 활용됐다며, 인권침해 쟁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반면, 국정원과 여당 측은 해당 해킹 프로그램은 외국인 및 종북(從北)인사, 기술연구 분야에만 적용됐다는 입장이다. 이런 와중에 해킹 프로그램을 담당했던 국정원의 임모 과장이 민간인 사찰은 없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를 두고 야당은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심지어 새정치연합의 문재인 대표는 임모 과장이 떳떳한데 왜 자살을 했냐는 식의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지난 20일 새민련은 이번 사건과 관련된 국정원의 모든 사무실 조사를 위해 전문가들이 장비를 갖춰 방문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도 했다. 사실상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사를 하겠다는 취지의 얘기로 들린다. 심지어 새민련은 지난 21일 국정원이 운용한 해킹 프로그램의 로그 파일 원본 등 30개의 자료를 제출하라는 터무니없는 요구도 제기했다. 이 같은 야당 측의 무분별한 공세는 국가안보의 근간을 뒤흔드는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야당은 자신들이 강조했던 안보에 있어서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던 얘기가 빈말이었음을 스스로 자인하고 있는 셈이다.

야당의 요구대로 국정원이 운용했던 로그 파일 등을 외부로 반출해서 공개한다면 국정원의 정보 수집 역량이라는 것은 사실상 무력화된다. 국정원이 다루고 있는 ‘정보’라는 것은 업무의 특성상 비밀과 보안이 원칙인데 그것이 까발려진다면 국정원이라는 조직이 왜 존재해야 하겠는가. 이런 점에서 야당이 ‘국정원 죽이기’를 의도적으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새민련의 문재인 대표는 취임 이후부터 줄곧 ‘유능한 경제와 안보정당’을 강조했다. 지난 3월 6일에는 “경제와 안보는 원래 우리(진보 진영) 것”이라는 취지의 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해킹 의혹에 대한 파상적인 공세를 보면 과연 새민련이 국가안보를 중시하고 그것을 담보해낼 수 있는 수권정당의 면모가 있는지 심히 우려스럽다. 결국 새민련이 안보를 강조했던 것은 국민들의 표를 의식했던 립 서비스에 지나지 않는 정치적 수사였다는 점이 명징해졌다.

뿐만 아니라 야당은 바로 얼마 전에 있었던 국회법 개정 파동에서 자신들이 그토록 목청 높여 주장했던 내용도 곱씹어 봐야 한다. 당시 대통령과 여당 원내대표의 미묘한 갈등을 이용해서 정치적 이해관계를 챙겨보려고 야당이 고수했던 주장은 삼권분립 및 국회의 권한이었다. 입만 열면 국회가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이고 독립적 영역임을 강조하던 야당이었다. 그런데 22일 새민련의 원내대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검찰수사를 하지 않으면 진상규명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여당을 압박했다. 국회 정보위원회의 기능과 역할은 뒤로 한 채 검찰 수사를 요구하는 야당의 주장은 이번 사건을 정치 공세의 호재로 이용해보려는 의도를 잘 말해준다. 당내 분열과 분당 논란 등으로 인해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고 지지율이 답보 상태인 현 상황에서 야당 입장으로 보면 지지율을 만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판단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야당은 이런 식의 정치공세만 일삼고 여권의 악재에서 반사이익만 챙기려는 행태로는 국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정녕 국가안보에 여야가 따로 없고 보수, 진보가 다를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야당은 이번 사태에서 정치적 이해의 주판알만 굴릴 게 아니라 대한민국 국가안보를 위한 대승적 방안을 천착해야 한다.

이 얘기는 야당이 신주단지처럼 모시고 있는 국민의 인권이나 알 권리가 국가안보보다 중요치 않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이루는 근간이 국민의 자유와 인권이라는 점에서 개인의 권리는 마땅히 최고의 가치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국민들이 그런 가치들을 온전히 실현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번영과 안정이 뒷받침돼야 하고, 그를 위해서 국가의 안보가 충만히 달성돼야 한다는 것은 상식의 영역에 속한다. 국가안보가 흔들려서 사회가 불안정해지게 되면 국민들도 동요하고 인권이나 자유는 지켜지기 어렵게 된다. 더 나아가 안보가 붕괴된다면 생각하기조차 끔찍한 사태들이 뒤를 이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국가안보가 중요하다는 것이지, 이런 주장이 ‘국가주의’의 발로나 독재의 논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때마침 북한의 사이버 공격능력이 더욱 강력해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북한이 이번 사태와 관련된 이탈리아 업체 ‘해킹팀’ 유출자료에서 입수한 정보를 이용해 과거보다 훨씬 강력한 해킹 기법으로 인터넷 사이트 5곳을 해킹했다는 사실이 21일 확인된 것이다. 북한의 사이버 테러 수준이 날로 강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국가정보원의 대북, 대(對) 테러 업무는 손을 놓고 있어야 할까. 지난 5월 초 국정원이 현영철 처형 사실을 확인할 때에도 일각에서는 국정원의 정보수집 능력을 비판했었는데 지금처럼 북한의 도발 본능과 호전성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정원은 어떻게 처신하라는 말인가.

이번 사건에서 민간인 사찰이 있었는지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국정원 죽이기’에 야당이 집중하다면 국가안보를 책임질 수 있는 대안정당으로서의 면모는커녕 국민의 신뢰를 얻기 힘들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민들의 안전, 자유와 인권을 위해 국정원의 기능이 더욱 강화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국가안보는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지키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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