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타 동영상’ 현역 북한장교가 촬영했다

▲ 촬영자가 카메라 초점을 맞추는 장면

<자유북한방송>이 26일 보도한 ‘탈북여성 구타 동영상’의 촬영자는 동영상에 등장하는 북한 국경경비대 현역 군관(장교)이었으며, 그 군관은 신변의 위협을 느껴 27일 북한을 탈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동영상 입수 관계자(중국 거주)는 28일 DailyNK와의 전화통화에서 “동영상을 촬영한 사람은 군관이며 지난 8월 초 내가 직접 그 군관에게 북한 국경경비대의 일상생활을 알 수 있는 모습을 촬영해달라고 부탁, 카메라를 전달했다”고 밝히고, “군관은 8월 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 국경경비대의 내외부를 몰래 촬영했다”고 말했다.

입수 관계자는 또 “동영상의 일부 스틸사진이 26일 밤 남한 TV에 보도되면서 조작과 연출 의혹이 제기돼 사건이 커지자 군관은 신변의 위험을 느끼고 27일 밤 북한을 탈출, 28일 오후 3시 현재 중국에 은신 중”이라고 전했다.

익명을 전제로 전화통화에 응한 입수 관계자는 “북한의 내부실상을 알리려는 목적에서 자유북한방송에 동영상을 전달했으며, 저작권을 외국방송사에 판매할 의도도 있었다”고 말했다.

몰래카메라 촬영자가 밝혀짐에 따라 동영상 진위 여부를 둘러싼 몇 가지 의문들이 풀리게 되었으며, 향후 동영상이 공개될 경우 더 자세한 경위와 내용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DailyNK가 단독입수한 스틸사진. (사진 무단전재 엄금)

좌측 사진을 보면, 보초장이 발싸개(북한에서 양말 대용으로 발을 감싸는 천)를 고치는 사이 군관이 몰래카메라를 슬쩍 조정하고 있다.

동영상을 입수한 <자유북한방송>은 촬영자가 밝혀질 것을 우려해 해당 부분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영상조작 및 연출 시비로 사건이 확대되면서 촬영자인 북한군관이 신변위험을 느껴 탈출, 안전한 곳에 도착하였음이 확인되자, 군관이 촬영하였다는 사실을 밝히는 차원에서 DailyNK는 동영상 입수 관계자로부터 위 스틸사진을 단독 입수, 공개한다.

우측에 있는 사진은 이미 공개된 스틸사진으로 좌측 사진과 비교할 때 줌(zoom)이 약간 멀어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DailyNK가 단독입수한 스틸사진. (사진 무단전재 엄금)

촬영자인 군관이 카메라를 가리면서 화면각도를 조정하고 있다. 북한군관 전용의 넓은 허리띠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장면도 동영상을 공개할 시에는 삭제될 예정이었다. 우측에 있는 사진은 카메라를 가리고 서있는 군관.

1. 어떻게 촬영되었나?

동영상은 8월 15일~17일 사흘간 북한 국경 00경비대 건물 내외부에서 촬영되었다.

동영상 입수 관계자는 8월 초 몰래카메라 기능을 갖춘 일제 캠코더를 국경 인근에서 촬영자인 군관에게 넘겼으며, 군관은 촬영한 동영상이 담긴 테잎을 8월말 입수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관계자는 “군관은 8월 15, 16일 초소 내외부의 모습을 촬영하고 카메라를 소지하던 중 8월 17일 밤 탈북여성이 잡혀오자 국경경비대의 탈북자 취조장면을 몰래 촬영하였다”고 말했다.

2. 동영상에는 무엇이 담겼나?

DailyNK는 27일 동영상 내용을 확인했다.

동영상은 공개된 14장의 스틸사진에 나오는 대로 중국에서 북한으로 강을 건너 ‘돌아오던’ 탈북자가 체포되어 국경경비대에서 취조를 당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등장하는 군인들은 국경경비대 현역 군인이고, 촬영된 곳은 당직실 내부다.

동영상은 8월 15일부터 17일에 걸쳐 촬영되었다. DailyNK는 16, 17일에 촬영된 38분 04초 분량의 동영상을 확인하였다. 동영상 관계자는 “15일자 동영상에는 공휴일(광복절)을 맞아 북한 주민들이 비밀리에 한국영화를 감상하는 모습이 담겨있다”고 전했다.

16일자 동영상에는 경비초소 입구에 서있는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일 동지를 위하여 한목숨 바쳐 싸우자”라는 선전탑으로부터 시작한다. 이 구호는 보위부, 보안성, 인민군 예하부대 등 북한 무력(武力)기관의 입구에 내거는 것으로, 이곳이 군 관련시설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촬영자는 시설 내부로 들어가 무기고, 화장실, 취사실, 병실(兵室 ; 내무실) 등 건물 곳곳을 화면에 담았다.

17일자 동영상은 촬영자가 몰래카메라를 설치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카메라는 작은 구멍을 뚫은 상자 속에 들어있는 듯, 초점을 맞추기 위해 조정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어서 ‘보초장’이라는 완장을 두른 군인이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작성하고, 상급부서인 듯한 곳에 전화를 걸어 당일 근무자를 보고한다. 일상업무 보고를 마친 보초장은 업무 처리를 준비한다.

보초장은 먼저 옆방에 묶여 갇혀있는 탈북자를 당직실로 끌고 나온다. 그리고 몽둥이를 들어 일단 때리는 것으로 취조를 시작한다.(남한입국 탈북자들에 따르면 국경경비대에 체포될 경우, 곧바로 상급부대로 옮겨지지만 밤이 늦은 경우 체포된 경비대 초소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조사를 받는다-편집자).

보초장은 성명과 주소지, 중국에서의 체류 햇수, 중국인과의 결혼여부, 특히 한국인이나 종교기관과 접촉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추궁한다. 조사받는 탈북자는 북한을 떠난 지 8년 만에 고향으로 가는 중이라고 말한다.

보초장은 탈북여성이 소지한 짐을 검사한다. 짐 속에는 술과 담배, 중국인민폐 1만원(한국돈 150만원에 해당-편집자), 한국산 영화와 노래 CD 등이 쏟아져 나온다. 여성은 봐달라고 애원하지만 보초장은 “남조선 CD를 소지하고 있어서 봐줄 수 없다”고 말한다.

보초장이 취조를 하는 동안 군관이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데, 가끔 카메라 앞으로 다가와 몰래 촬영 각도를 조절하는 모습이 화면에 잡힌다.(이 동작으로 인해 스틸사진에 각도가 달라진 형태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편집자).

조사를 마치고 보초장은 탈북여성에게 바닥에 널린 짐을 챙기라고 지시한다. 여성의 행동이 느리자 군관이 다가가 빨리 하라고 재촉하면서 발길질을 하고 뺨을 때린다. 보초장이 여인을 포박하여 다시 옆방으로 끌고 가는 것으로 동영상은 끝난다.

3. 입수 경위와 조작 ∙ 연출 의혹에 대한 분석

동영상을 최초 보도한 <자유북한방송> 김성민 대표는 “나도 탈북자로서 동영상을 보니 진실임을 확신하여 공개하게 되었으며, 촬영자인 군관의 신변 안전문제 때문에 조작이나 연출 의혹 등에 대해 일절 대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러 연출을 했으면 이보다 더 비참하게 촬영하지, 대강 몽둥이질과 발길질로 끝났겠느냐”며 “색안경을 끼고 볼 것이 아니라 북한동포들이 겪고 있는 가슴 아픈 현실에 주목해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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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사진을 본 탈북자 김진숙(여, 35세, 2003년 입국)씨는 “사진만으로는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더 (가혹)하다”면서 “3~4명이 집단구타를 하기도 하고 성추행을 일삼기도 하는데 이 정도는 가볍게 처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곽대중 기자 big@dailynk.com
한영진 기자 hyj@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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