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묘히 짜맞춘 듯한 北입장…의혹 하나도 안풀려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기 위해 방북했다 돌아온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이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사건 경위를 설명했지만 그동안 제기된 각종 의혹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북측으로부터 남북 공동조사 제안도 거절당했고, 사고 현장도 접근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북측의 설명만 듣고 돌아온 현대아산이 사건의 실체규명에서 사실상 아무런 성과 없이 돌아온 게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윤 사장이 이날 설명한 사건 경위도 방북일정 중 직접 현장을 찾아 실측한 내용과 북한 군당국의 조사보고서를 토대로 하고 있지만, 그동안의 북측 담화문, 정부 발표와 당시 현장에 있었던 관관객들의 증언과 차이를 보여 더욱 의혹만 부추기고 있다.

◆ 北초병이 朴씨 접근 제지한 지점, 1200m→800m = 윤 사장이 전한 북측의 주장에 따르면 박 씨는 군사경계선을 넘어 북한 영내로 800m 가량 진입했다가 북측 초병에 발견됐다. 이는 지난 13일 정부가 현대아산 측의 사고 경위 보고를 토대로 발표한 1200m와는 무려 400m의 차이를 보인다.

이와 관련 북측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담화는 지난 12일 담화를 통해 “관광객인 우리 군사통제구역 깊이까지 침범하였다”고만 밝혔다.

박 씨가 북측 초병에 의해 사망한 지점에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윤 사장에 따르면 박 씨의 피살 지점은 군사경계선 300m부근이다. 하지만 당초 정부 브리핑에 따르면 피살 지점은 경계선에서 200m지점이었다.

◆사망시간, 4시50분→4시55분 = 박 씨가 사망한 시간도 차이를 보인다. 북측은 담화를 통해 당초 4시50분경에 박 씨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한지만 윤 사장의 이날 발표에 의하면 박 씨가 사망한 시간은 4시55분을 전후한 시점이다. 담화보다는 5분이 늘어났지만, 당시 총소리를 직접 들은 증인이 밝힌 ‘오전 5시20분 전후’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 의혹은 더 증폭되고 있다.

박 씨의 이동시간도 조정됐다. 당초 박씨가 4시30분에 숙소인 비치호텔에서 나와 4시50분경 사망했으므로 총 이동시간은 20분 안팎이었다. 하지만 이날 윤 사장의 발표에 의하면 박 씨는 4시18분에 나와 55분경에 사망했으므로 예초 이동시간보다 늘어 총 37분이 됐다.

이에 따라 주요 의혹 중 하나였던 50대 여성의 비상식적인 빠른 이동 속도에 대한 의혹이 다소 해소되는 부분이다.

당초에는 윤씨는 20분 안에 성인의 조깅속도로 3∼3.3km를 갔다는 계산이 나왔지만 이번 설명을 통해 30∼40분 내에 2.4km를 이동했던 것으로 수정되면서 박 씨의 이동속도는 ‘빠른 걸음’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낮춰졌다.

◆ 北초병 ‘공포탄’ 쐈나?…사격횟수 의문 = 북측은 담화를 통해 초병이 박 씨를 발견, 서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달아나자 공포탄을 쏘고 거듭 서라고 해 사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정된 북측의 주장은 북측 초병은 서라고 3차례 경고 후 박 씨가 달아나자 추격, 공포탄 1발을 쏜 뒤 실탄 3발을 발사해 2발이 박 씨를 몸을 관통했다는 것.

북측 초병이 공포탄 1발과 실탄 2발을 쏜 것으로 알려진 최초 보고와는 달리 경고사격 1번에 조준사격 3번 등 모두 4발이 발사된 것으로 고쳐진 셈이다.

이는 사건 목격자인 대학생 이인복 씨와 또 다른 증인인 여성 관광객 이 모 씨가 “총성은 두 발 밖에 안 들렸다”고 공통되게 주장하는 내용과 격차가 더 벌어지는 내용이다.

북측은 또 초병이 박 씨가 달아나자 추격하다 멈춰 조준 사격했다고 주장했다. 북측의 최초 담화나 정부 브리핑에서는 초병이 추격했다거나 조준 사격했다는 부분이 보고되지 않았었다.

북측은 초병이 박 씨를 추격하는 과정에서 둘 사이의 거리가 점점 멀어져 조준 사격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50대 중년 여성을 20대 병사가 쫒아가지 못해 사격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다.

◆초병, 박 씨 신분을 알아보지 못했나? = 초병이 박 씨의 신분을 알아보기 힘들었다는 게 북측의 입장이지만, 증인들은 당시 사고 현장이 훤히 밝은 상태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 사장도 현장 답사를 통해 “총격 시점인 4시55분경에는 육안으로 사람을 식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박 씨는 당시 치마를 입고 있어 남,녀 구분도 가능했으리라는 관측이다.

이와 함께, 박 씨가 호텔을 나선 시각도 최초 4시 31분에서 13분 빠른 4시 18분으로 조정됐다. CCTV가 실제 시간보다 12분50초 빠르게 시간이 설정돼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이 적용된 CCTV의 시각이 아날로그 시계처럼 느려지는 경우가 없다고 가정한다면 애초에 시간을 10분이나 15분도 아닌 ‘12분50초’나 당겨 입력했다는 것인데 정확한 데이터를 얻기 위해 쓰는 CCTV의 시간을 왜 그렇게 설정했을지 설명이 안 된는 부분이다.

윤 사장은 “최초 보고가 이번 설명과 다른 것은 정확한 현장 조사나 실측을 통해 이뤄진 게 아니라 눈으로 대략 가늠한 결과였기 때문”이라고 변명했다.

그러나 실제 의문이 제기되는 ‘피살 지점’과 북측 초병의 최조 제지 지점, 박 씨 이동 경로 등에 대해서는 북측의 일방적인 보고를 그대로 발표한 것뿐이어서 실측을 통해 정확하게 파악했다는 현대아산의 설명은 궁색하다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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