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류.협력목적 방북객 안전장치도 미비

남북간 금강산관광지구와 개성공단의 출입.체류합의서 체결 과정에 참여했던 법률가들은 이 합의서 미비점을 신속히 보완하는 것은 물론 대북 교류.협력 단체 관계자 등 북한의 다른 지역에 출입하는 남한 주민들의 신변안전 보장을 위한 장치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4년 합의서 성안과 체결 과정에 각각 법무부의 실무 검사로 참여했던 한명섭 변호사(법무법인 렉스)와 이효원 서울대 법대 교수는 특히 금강산 관광객 피살 이전인 지난 5월 ‘통일형사정책연구 워크숍’에서 “남북한의 형사사건 처리 방안을 장기적으로 수립하는 것과 별도로 시급한 현실적 문제가 있다”며 “개성과 금강산에서 남측 주민의 신변보장 장치를 더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이들은 17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남한 주민들의 북한내 신변안전 보장을 위해 남북합의서를 보충하는 후속 합의서의 체결, 애매한 조항의 개념과 절차의 구체화, 남북공동위원회 구성 등 대책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명섭 변호사는 합의서 12조에 남북이 출입.체류와 관련해 발생하는 전반적 문제를 협의.해결하기 위해 공동위원회를 구성.운영하게 돼 있음에도 발효 3년이 다 되도록 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은 점을 지적, “공동위를 구성했더라면 이번 같은 상황에서 신속한 대처와 공동조사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성공단 지구의 경우 공단관리위원회가 있지만 금강산지구는 관리위원회조차 없다며 “공동위의 설치가 지연되면 관리위원회라도 만들었어야 하는데 올해 2월까지 남북이 논의를 하다가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흐지부지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현행 합의서상의 출입.체류 규정만으론 설명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는 만큼 합의서 전반의 미비점을 손질해야 한다고 한 변호사는 지적했다.

합의서 1조에 따르면 ‘출입’은 남측에서 금강산 지구로 드나드는 것을, ‘체류’는 금강산에 머무는 것을 말하는데 이번의 경우 금강산 지구에서 북측 군사구역으로 들어간 것이어서 합의서를 적용할 수 있는 상황인지 자체가 논란이 될 수 있다는 것.

합의서 체결 단계에서 참여했던 이효원 교수는 지난 5월 워크숍에서 “현행 합의서는 남한의 형사사법권이 적용되는 인적 범위가 북한에서 추방된 인원에 국한된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고, 추방 인원에 대한 신병인계나 피해보상 등에 관한 구체적 절차도 없다”며 “북한이 조사권을 갖는 경우에도 변호인 접견권이나 이의절차 등을 보장할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었다.

남북관계법 전문가인 유욱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는 “현 합의서는 남측 인원의 ‘신변안전 보장’을 규정한 제10조의 경우 어떤 경우에 경고 또는 범칙금 대상인지, 무엇이 북측 기준을 어긴 ‘엄중한 위반행위’인지 세부 내용이 없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북측이 ‘법질서 위반자’에 대해 조사하고 형사처벌을 시도할 경우 어떤 기준에 따라 판단하는지, 북측 판단에 불복할 때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등의 규정도 없다고 유 변호사는 말했다.

특히 개성과 금강산은 현 수준의 합의서라도 있지만 대북 지원.협력 단체 등의 관계자들이 드나드는 북한의 다른 지역에 대해선 아예 합의서가 없는 점도 한명섭 변호사는 우려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통일부 통계에 따르면 금강산 등 관광 인원을 제외하고 남한에서 사업 등의 목적으로 북한을 방문한 누적 ‘왕래’ 인원은 1987년부터 지난해까지 42만7천506명에 달라며, 특히 2004년엔 2만6천213명이던 것이 2005년엔 8만7천28명으로 급증한 데 이어 2006년 10만838명, 2007년 15만8천170명 등 최근 해마다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한 변호사는 “남한 사람이 북한의 여러 지역에서 교류협력 사업을 하고 있지만 이들은 합의서의 적용범위 밖에서 움직이고 있어 신변보장이 전혀 안되고, 만약 문제가 생길 경우 북한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고 말하고 ▲교류협력 목적의 왕래.체류.거주하는 자에 대한 북측 형사사법권을 배제하거나 ▲개성과 금강산의 ‘합의서’에 대한 후속조치를 다른 지역으로 확대 적용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한 대북 지원단체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단기적으로는 방북 관광객이나 사업자들이 감소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계속 늘어날 것이므로 확실한 신분보장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단체 관계자는 “대북 교류협력 활동을 위한 방문자들은 현지에서 개별활동이나 주민접촉이 제한돼 신변안전 문제나 합의서의 적용 여부가 큰 문제가 됐던 기억은 거의 없다”고 전제하고, “이번엔 군사구역과 관련돼 이례적인 사건이 발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계기로 북한 내 다른 지역에서 안전보장에 관한 세부 규정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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