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집필진 `발끈’한 이유는

좌편향 교과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교육과학기술부가 직접 `수정권고안’을 내놓자 교과서 저자들이 공동으로 `수정권고안 거부’ 의사를 밝히며 반발하고 나서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근현대사 교과서 저자들로 구성된 집필진 협의회는 4일 기자회견을 열어 “교과서 검인정제의 취지를 훼손하는 수정권고를 거부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고 대통령과 교과부 장관의 사과까지 요구했다.

교과부는 지난달 30일 교과서 수정권고안을 발표하면서 “저자들을 최대한 설득하겠다”며 권고 내용이 받아들여지길 기대했으나 저자들은 이같은 `기대’를 저버리고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집필진이 문제삼은 것은 일단 수정권고 자체가 교과서 검정체제의 원칙을 훼손한 것이라는 점과 애초부터 교과서 좌편향 논란이 실제와 다르게 부풀려졌었다는 점 등 크게 두 가지다.

국정이 아닌 검정으로 발행되는 근현대사 교과서에 대해 정부가 수정을 요구하는 것은 자율과 경쟁 속에서 다양한 시각을 가진 저자의 저작권을 인정한다는 검정체제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집필진은 “교과부는 그동안 단 한차례도 집필자들의 의견을 들어보거나 역사학계의 대표들과 논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수정권고안을 만들어 집필자를 설득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설득이 아니라 압력”이라며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특히 수정권고안에서 지적한 총 50개의 교과서 내용 대부분이 좌편향이라는 개념과는 관계없는 단순 지적사항이라는 점을 집필진은 강조하고 있다.

굳이 문제를 삼자면 50개 내용 중 15개 정도가 쟁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이고 나머지 35개는 그저 `건수’를 채우기 위해 집어넣은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

예를 들어 정부의 수정권고안 내용 중에는 신미양요 관련 부분에서 프랑스 함대의 `진로’라는 표현을 `침입로’로 수정하라거나 6ㆍ25 관련 부분에서 북한을 지지하는 `무장 유격대’란 표현을 `좌익 유격대’로 바꾸라는 등 일부 단어 내지는 문구 수정을 요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또 2000년대 이후 남북관계와 관련된 7건의 내용은 교과서 집필 당시와 비교해 달라진 최근 상황을 반영해 `업그레이드’하라는 지적 사항이어서 좌편향과는 관계가 없다는 게 저자들의 주장이다.

이같이 강도높은 반발에 교과부는 당혹스러워 하면서도 일단 저자들을 일일이 만나 설득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아직 저자들의 입장을 공식 문서로 전달받지 못했다”며 “입장을 전달해오면 최대한 설득해 보겠다. 수정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선 그 때가서 논의하겠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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