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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의 ‘경선 대장정’의 첫 출발지는 여권의 아성 ‘광주’였다.
경선 초반 판세를 결정지을 경제분야의 ‘정책비전대회’가 열린 광주 5·18기념회관에는 이명박-박근혜 두 유력 대선주자를 지지하는 전남·광주지역 지지자들이 대거 몰려와 세를 과시했다.
이들은 각각 지지 후보의 승리를 확신하면서도 경선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다짐도 함께 내비쳤다.
이 지역에서 한 자리수 지지율에 머물던 한나라당의 약진도 눈에 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기반이 일부 무너지면서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의 지지세가 상승하는 분위기가 완연했다.
자신을 이명박 지지자로 밝힌 광주시 월산동에 거주하는 김광현(61) 씨는 “당심에 있어서는 반반이지만 민심에 있어서는 월등하게 이 전 시장이 앞서고 있다”면서 “이 전 시장의 추진력이 박정희 대통령의 후광에 힘입은 박 전 대표보다 낫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근혜 지지자로 밝힌 전남 영광 거주 이영자 씨(가명 50대)는 “박정희 대통령이 얼마나 일을 잘했나. 아버지 피를 이어 받은 박 전 대표가 여성의 섬세함과 어려울 때 당을 이끌었던 리더십으로 잘해낼 것”이라면서 “여성도 한 번 대통령 해 봐야지”라고 말했다.
행사장 주변에는 이명박-박근혜 지지 모임인 ‘MB연대’와 ‘박사모’ 회원들이 각각 100여명 정도가 집결해 지지자를 응원했다. 이들은 행사장 입구 양편으로 갈려 ‘기 싸움’을 벌였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성향인 광주의 민심도 상당한 변화가 엿보인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신망에 대해서도 다소 엇갈린 반응을 보였따. 현 정부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로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그 틈을 이명박-박근혜 유력 주자가 파고 들고 있는 양상이다. 광주시 계림동에서 행사장을 찾아온 한 노신사는 “아무리 무식한 시민이라 할 지라도 최근 정부와 열린당의 모습을 보면 속내를 알 수 있다”면서 “이번 대선에선 국정 실패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층의 변화는 더 파격적이다. 광주 시내에서 만난 전남대생 김민수(가명·22) 씨는 “열린우리당 해체의 모습을 보면서 지지 정당을 바꾸게 됐다”며 “주변 친구들 중 열 명 중 네 명은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추억으로 인한 지지율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지만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실정으로 인해 민심이 한나라당으로 이전되고 있는 상황이다”며 “대학생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이명박-박근혜에 대한 지지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선대생 한 여학생도 “당 내 이권 싸움에 여념이 없는 열린당, 민주당, 통합신당의 모습을 보고 실망했다”면서 “이전 세대처럼 ‘무조건 민주당’ 하는 식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행사장 주변에는 입장하지 못한 시민들이 불만을 터트리며 행사관계자와 실랑이를 벌여 혼란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행사장에 입장하지 못한 한 40대 여성은 “한나라당의 정책과 공약을 들어보기 위해 왔다”며 “당원들만으로 어떻게 민심을 반영하냐”며 비판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특정 후보의 지지층이 대거 입장할 경우 큰 혼란이 일어날 수 있고, 후보 지지자들의 충돌이 예상돼 인원을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