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60년, 서울은 두 개로 쪼개졌다

▲ 반핵반김국민협의회가 광화문에서 개최한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광복 60주년을 맞은 15일 좌(左)ㆍ우(右) 진영의 단체들이 서울 도심에서 잇따라 대규모 집회를 열고 국가 정체성과 통일문제를 두고 격렬하게 대립했다. 이날 광복절 집회는 전날 현충원과 월드컵 경기장 충돌에 이은 좌우 진영 간의 세 대결의 양상을 띠기도 했다.

우익 진영은 오후 서울역 광장과 광화문에서 연이어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자유민주비상국민회의와 국민행동본부가 시민 2천5백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12시부터 서울역에서 개최한 ‘대한민국 정통세력 국민대회’에서는 노무현 정부의 친북행각을 ‘국가반역행위’로 규정했다.

국민행동본부는 이날 발표한 국민행동 강령을 통해 “대한민국은 남쪽의 분열세력과 북쪽의 반역세력이 작당하여 대한민국의 헌법과 정통성과 자유를 말살하려는 거대한 음모를 추진하고 있다”며 “현재 반역이 진행 중”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반역세력(북한당국)을 서울로 불러들여 반란의 상징인 ‘한반도기’로 서울을 뒤덮고 있다”고 비판했다.

▲ 국민행동본부가 15일 서울역에서 주최한 ‘대한민국 정통세력 국민대회’에서 사회자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 집회에서는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았다. 참가자들은 “체제수호 정당을 자임한 한나라당이 노정권의 반역적 대북정책과 망국적 수도분할에 동조하고 애국투쟁을 포기한 사실에 절망한다”면서 “박근혜 대표가 김정일 정권 비판을 포기한 것은 야당의 책무를 포기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반핵ㆍ반김국민협의회가 3시부터 광화문에서 개최한 ‘북핵폐기ㆍ북한해방 국민대회’에는 3천여 명의 단체 회원과 시민이 참석했다. 이날 서울역 집회에서 국민행동본부가 현정권에 대한 비판에 초점을 맞춘 반면, 이들은 북한의 변화와 인권개선 요구에 집중했다.

이 자리에서도 전날 진행됐던 8.15 민족대축전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한나라당 이규택 의원은 “어제 축구경기장에서 태극기를 흔들지 못하게 하는 정부는 누구를 위한 정부이며, 북한에 평화적 목적의 핵을 용인한다는 통일부 장관은 어느 나라 장관인가”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이어 “남북한이 통일될 때 북한 인민들이 ‘우리가 탄압받고 아오지 탄광에 갈 때 우리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하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하겠는가”고 물었다.

이어 6.25 전쟁 국군포로 가족모임 대표 서영석씨는 “북한은 사람이 살만한 곳이라 말하기 어렵다”면서 “죄없는 사람들이 정치범수용소에서 굶어 죽고, 맞아 죽고 있다”며 북한의 현실에 대해 설명했다.

▲ 통일연대와 한총련이 주최한 자주통일행사

그동안 국가 현안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왔던 우익 진영이 같은 날 다른 장소에서 두 개의 집회를 주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전국민중연대ㆍ통일연대를 중심으로 한 좌파 진영은 오전 10시 30분 대학로에서 1만2천여 명이 모여 ‘반전평화 자주통일 범국민대회’를 개최했다. 이 행사 참석한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시대착오적인 한미동맹을 폐기하고 미국의 야욕에 맞서 자주평화 통일을 실현 하자”고 주장했다.

8.15 민족대축전 사흘째로 접어드는 16일에는 고양시 종합운동장에서 여자 남북축구경기와 폐막식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태극기 없는 남북축구‘에 대한 사회적 논란과 좌우 진영의 충돌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강창서 대학생 인턴기자 kcs@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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