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모은 `힐의 노트’ 어떤 내용 담겼나

“협상가의 고민이 역력했다.”

미국의 대표적 대북 협상파로 알려진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서울 방문(11-12일) 기간 한국 고위층 인사들과의 회동에서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하소연했다는 후문이다.

주한 미대사를 역임해 한국에 대한 애정을 과시해온 힐 차관보는 때로는 격정을 토로하기도 했고, 때로는 북한에 대한 섭섭함을 털어놓기도 한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워싱턴 `매파’들의 견제 속에서 어렵게 결정된 `김계관과의 베이징 양자회동’ 제안에 북한이 ‘아무런 응답’조차 하지 않은 것이 그의 `온화한 미소’를 거두게 한 것 같다고 외교 소식통들이 13일 전했다.

`도대체 북한이 협상의 의지가 있느냐’는 힐 차관보의 절망섞인 질문은 향후 미국이 대북 정책을 어떻게 추진해갈 지를 시사해주는 메아리처럼 들릴 수도 있다.

힐 차관보는 이번 동북아 순방을 마치면서 북한에 대한 실망을 피력한 뒤 `두툼한 자료’를 꺼내들었다. 이 이른바 ‘힐의 노트’는 미국이 현 시점에서 평가하는 북한 동향과 6자회담 전망, 그리고 이른바 `유엔 안보리 결의(1695호)에 따른 이행조치’ 등을 광범위하게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북한과의 협상이 끝내 무산됐을 경우에 꺼낼 수 있는 카드’가 조목조목 정리돼 있다는 것이다.

안보리 결의에 따른 미국의 ‘이행조치’는 대북 제재로 불리곤 한다. 여기에는 우선 2000년 클린턴 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유예조치에 따라 일부 해제했던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 정부 시절인 1999년 9월 17일 발표돼 이듬해 6월 19일 발효된 미국의 제재조치 완화내용에는 이중용도 품목(dual-use goods)을 제외한 대부분의 상품 및 원료 교역 허용 조치가 우선 포함됐다.

이로 인해 북한산 상품 및 원료 수입이 허용되고 미국 기업이나 해외지사의 비민감 물자와 용역의 수출 및 재수출이 허용됐다.

또 대북 농업 및 광업, 석유, 목재, 시멘트, 운송, 인프라(도로.항만.공항), 관광 분야에 대한 투자 허용과 미국인의 북한에 대한 송금제한 철폐, 미국인의 북한 여행 자유화, 미국 선박 및 항공기의 북한 입국 및 북한으로부터의 선적, 북한인의 대미 자산 투자 허용 등도 포함돼있다.

북미관계를 생각할 때 이런 조치들이 복원된다 해도 단기적으로 북한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렵지만 상징적인 효과는 무시할 수 없으며 장기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이와 함께 안보리 결의에 따른 조치도 거론된다.

안보리 결의에는 ‘모든 회원국들은 국내법 및 국제법에 따라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및 미사일과 관련된 제품, 물질, 기술 등이 북한으로 이전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며 북한의 WMD 및 미사일과 관련된 금융 자산이 이전되지 않도록 한다’고 돼있다.

따라서 북한의 미사일과 WMD 규제와 관련, 북한으로 수출입되는 무기 수송을 막기 위해 미국 주도로 관련국들이 정기적으로 정보 교환 및 훈련을 하는 `WMD 확산방지구상(PSI)’을 강화하는 내용도 상정가능한 미국의 조치에 포함된다.

또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WMD와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모든 북한 선박의 해상검문 등도 거론되고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의 불법활동을 지원하는 혐의가 있는 은행들에 대한 규제활동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은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자금 2천400만달러를 동결한 데 이어 마카오와 호주,싱가포르, 베트남 등에 소재한 북한 계좌를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안보리 결의 이행조치와 이른바 `법집행’ 조치들이 모두 포괄돼 있는 미국의 향후 대북 압박조치는 교착상태인 6자회담에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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