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끄는 힐 차관보 서울 행보

미국 측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11일 1박2일 일정으로 방한, 그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힐 차관보는 이날 유명환 외교부 제1차관과 이종석 통일부 장관을 잇달아 예방한 뒤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 만찬 회동을 갖고 북핵 6자회담 재개방안을 논의한다.

◇ 제재와 외교적 해결사이 절충 모색 = 힐 차관보는 천 본부장 등과의 면담에서 미국이 무게를 두고 있는 대북 압박을 통한 북핵 문제해결과 우리 정부가 주장하는 ‘제재에 상응하는 외교적 노력 ’간에 절충점을 모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힐 차관보는 미국의 대북 강경기조를 반영, 7월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문 채택의 후속 조치 차원에서 조만간 시행될 것으로 알려진 대북 제재 조치의 당위성에 대해 설명하는 한편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대북 압박에 한국도 적극 동참할 것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가 이날 입국하면서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결의문을 지지하며 이번에 한국 측 파트너의 의견을 들어본 뒤 워싱턴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그러나 제재 보다는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에 무게를 두고 있는 우리 정부로서는 북한이 핵실험 등 상황을 악화시키는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도록 하려면 대화의 문을 열어 놓아야 함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천 본부장은 앞서 지난 달 31일 미국을 방문, “제재 일변도로는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므로 제재에 상응하는 외교적 노력도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우리 측 고위 관리들은 이번 힐 차관보와의 회동에서도 ‘압박’과 ‘대화’ 사이의 균형 잡기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우리 정부 입장을 설명하면서 북한을 끌어들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교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 회담 재개 아이디어 나올까 = 9.19 공동성명이 나온지 1주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한미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머리를 맞대게 된 만큼 회담 재개를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북한 백남순 외무상이 참석한 7월 말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북한의 태도변화 조짐 없이 끝난 이후 정부 당국자들은 “아이디어가 고갈됐다”는 푸념을 하곤 했다.

우리 정부는 금융 제재를 풀어야 회담에 나갈 수 있다는 북한과 6자회담 틀 밖에서는 북미 양자대화를 갖지 않는다는 미국이 서로 체면손상 없이 만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려고 노력했지만 그간 성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북한의 핵실험 준비 가능성이 제기되고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최근 평양 주재 러시아와 중국의 외교관들을 면담한 자리에서 핵실험 강행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상황은 더욱 암담해 지는 듯했다.

반면 북한이 지난 달 26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6자회담에 참여할 의지가 있음을 피력한 이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회담 재개를 위한 분위기가 새롭게 조성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감돌고 있어 상황 전개 방향을 속단키는 어렵다.

이 같은 기대감을 반영하듯 힐 차관보도 이날 “북한이 6자회담에 돌아오기만 한다면 미국은 북한이 원하는 만큼의 양자대화를 가질 수 있다”며 북한의 선택을 촉구했다.

북한이 핵실험이라는 막다른 길을 택하느냐, 회담에 복귀하느냐는 갈림길에 선 지금 한·미 6자회담 수석대표의 회동에서 북한의 회담복귀를 이끌어낼 새로운 외교 카드가 도출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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