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급회담’ 북관계 어디로

북한 미사일 파고 속에서 개최 여부를 놓고 저울질한 끝에 열린 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이 결렬됨에 따라 향후 남북관계의 향배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일단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차기 회담 날짜를 잡지 못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단기적으로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기도 힘들어 지면서경색 국면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나아가 한반도 안팎의 상황이 추가로 악화될 경우 장기간 대화가 단절되는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부정적 영향은 우리 정부가 이번 회담의 목표로 제시한 미사일 문제와 6자회담 복귀 문제는 물론이고 북측이 요구한 쌀 차관 지원이나 참관지 자유방문 문제도 서로 받아들이려는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는 점 때문이다. 이들 의제는 정말 난제였다.

특히 양측이 종결회의를 갖기는 했지만 북측 대표단은 이례적으로 “북남상급(장관급)회담은 결코 군사회담이 아니며 6자회담은 더욱 아니다”는 내용의 성명을 기자들에게 뿌려 감정까지 상한 상태에서 헤어지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사례로 봐도 2001년 11월 6차 장관급회담 때 북측이 9.11테러 이후 우리측의 비상경계 태세를 문제삼으면서 5박6일 간의 공방 끝에 공동보도문을 내지 못하면서 이듬해 4월 임동원 대통령 특사의 방북 때까지 당국간 회담이 중단된 적이 있다.

이번에는 아예 회담을 하루 앞당겨 종결한 초유의 사례를 만들면서 6차 때보다 더한 상황이 야기될지 모른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게다가 이번 회담 결렬과 때를 같이 해 한반도 안팎의 `북한 미사일 정세’가 대화 국면을 이어가지 못하고 유엔 대북 결의안 논의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긴장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도 치명적 요인이 되고 있다.

남북관계는 주변국 움직임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정부는 이미 미사일 문제의 출구가 마련되기 전까지는 올해 쌀 차관 50만t제공과 비료 10만t 추가 지원을 위한 논의를 유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남북 현안이 국제 현안에 직접 연동돼 있는 상황이다.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우리 정부의 지렛대가 국제정세에 연동돼 있는 것이다.

우리 내부적으로는 미사일 발사의 연장선상에서 대북 여론이 극도로 악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북측이 이번 회담 전체회의에서 “선군(先軍)이 남측의 안정도 도모해 주고 남측의 광범위한 대중이 선군의 덕을 보고 있다”고 주장한 것은 가뜩이나 악화된 국내 여론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때문에 안팎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런 맥락에서 당국 관계에 그치지 않고 남북 간 민간 부문의 교류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으면서 위축될 것으로 보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종전과는 달리 현재 남북관계에는 양측이 원하는 현안들이 즐비한 상태인 만큼 경색 국면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는 관측도 없지 않은 상황이다.

예컨대 매년 가던 쌀 차관은 중국의 대북 원유 파이프라인 못지 않게 중요한 `식량 파이프라인’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한 해를 건너 뛸 경우 북한의 식량난이 가중되는 것은 물론 경제정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애초 우리측이 이번 회담의 의제로 미사일과 6자회담 복귀 문제를 국한하고 쌀 차관 논의를 하지 않겠다고 못박은 상황에서 북측이 이번 회담에 나온 것도 이같은 사정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이미 지난 달 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열차시험운행을 조건으로 채택한 경공업-지하자원 협력 합의서도 북한에게는 소중하다. 올해만 8천만 달러 어치에 달하는 신발과 의류, 비누 원자재가 북측으로서는 절실한 상황인 것이다.

실제 북측이 이번 회담 기본발언에서 쌀 차관과 경공업 원자재 제공을 요구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보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번 회담이 사실상 결렬된 데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야기된 외부 환경이 일정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 비춰 6자회담이 극적 전환점을 맞을 경우 남북관계도 쉽게 제 모습을 찾아갈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런 긍정적인 요소들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남북관계가 앞으로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편이다.

이에 따라 남북 당국 간 관계로 보면 7월에 열기로 합의했던 `자연재해 방지 실무접촉’과 `제3국 공동진출 실무접촉’이 성사될 지 여부가 관심사가 되고 있지만 일단 날짜 잡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 해에 이어 8.15 때 당국 대표단이 방북하는 문제도 불투명해지면서 당분간`시계 0’의 상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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