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정치’도 못막는 韓流 활용해 北민주화 전략 짜야”

북한 김정은이 집권한 이후 한국 드라마 시청에 대한 가차없는 처벌 등 체제유지를 위한 ‘공포통치’를 강화하고 있지만, 오히려 주민들의 한류(韓流)에 대한 사랑은 커지고 있다. 북한 당국은 비(非)사회주의 요소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 드라마 시청 등을 강력하게 차단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것.

특히 지도층인 간부도 한류를 즐기고 오히려 북한에서의 한류 확산을 물밑에서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설명이다. 한국 드라마를 즐겨보는 간부들이 이에 대한 통제를 느슨하게 할 뿐 아니라 직접 제작과 유통에 관여하기도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국가정보원은 김정은이 2014년 당(黨) 간부 10여 명을 한국 드라마를 시청했다는 등의 죄목으로 처형했다고 전한 바 있다.  

주민뿐 아니라 간부들의 한류 사랑으로 한국사회를 동경하거나 자본주의 문화를 모방하는 것은 이제 일상적인 풍경이 됐다. 드라마를 접한 주민들 사이에서 한국사회에 대한 관심은 높아만 가고 드라마 배우들의 패션과 말투, 머리 모양 등을 따라하는 것이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설명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최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2000년대부터 주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한국 드라마나 영화가 최근에는 두메산골 지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면서 “그동안 몰래 보던 한국 알판(CD)은 이제 마을 주민들이 같이 봐도 (누가 신고를 하지 않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가 됐다”고 전했다.

함경북도 소식통도 “최근 봉사소에서 일반 ‘머리모양(스타일)’로 깎으려면 1000원만 내면 되지만, 한국 영화배우처럼 해달라고 하면 6000원을 내야 한다”면서 “가격이 비싸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멋을 내려고 하고, 만약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촌스럽다고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양강도 소식통은 “드라마 주인공들이 ‘길거리 매대’(포장마차)에서 멋들어지게 술을 마시는 장면을 지켜본 주민들은 야밤에도 나와 매대에서 식사를 하기도 한다”면서 “드라마 주인공들이 입고 나온 옷을 재봉사들에게 똑같이 제작해 달라는 주민들도 갈수록 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당국의 묵인 하에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 한류확대의 주요 무대라는 것이 소식통의 공통된 지적이다. 당국의 강력한 단속에도 노점상들은 몰래 비법 알판(CD)를 팔고 있고, 특히 돈벌이가 된다는 것을 확인한 대학생들도 한국 드라마를 판매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간부들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해 뇌물을 받거나 판매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특히 한국 드라마를 본 주민들이 시장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한다. 대체로 시장 상인들의 구전(口傳)을 통해 최근 유행하는 한국 드라마와 내용이 확산되기도 한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한국 영상에 대한 정보는 시장을 통해 지속적으로 전해지고 있다”면서 “혹시 누가 ‘어떤 알판 재미있더라’고 이야기 하면 바로 ‘나도 보고 싶다’고 이야기 하는 장사꾼들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단속을 강화할 때 잠깐 빼고는 시장을 통해 알판, 한국산 중고 옷 등도 꾸준히 유통되고 있다”면서 “겉으로는 중국산(産)이나 동남아산이라고 표시되어 있는 것도 알고 보면 한국산인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북한에서 확산되고 있는 한류는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상을 본 주민들이 한국 상품에 대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고 돈과 힘이 있는 간부나 돈주(신흥부유층)는 중국 등을 통해 남한 상품을 몰래 들여와 사용하거나 팔기도 한다. 결혼예물로 한국산 화장품이 인기를 끌고 있고, 일상 생활용품을 구매할 때도 한국 제품을 찾는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돈주(신흥부유층)들 중에 집에 아이들 학습장부터 노트북, 사진기 등 전자기기까지 한국 제품으로 사놓기도 한다”면서 “일반 주민들도 개성공단 초코파이가 인기 있었던 것처럼 밀수로 들어온 한국 소시지나 과자 등도 ‘맛있고 색다르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실상을 전했다.

이러한 북한에서의 한류 확산은 단순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바꾸는 것뿐 아니라 한국사회와 북한사회를 비교하게 되면서 김정은 체제 문제에 대해 주민들의 각성(覺醒)을 촉진시킨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진단이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천편일률적인 우상화만 강조하는 국산(북한) 영상보다는 새로운 것들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한국 영상에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라면서 “남자와 여자가 평등한 모습을 보면서 가부장적인 문화가 조금씩 사리지고 있어 남편이 집안일을 도와주는 것이 더 이상 ‘흉’이 아니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어렸을 적부터 부모를 따라서 몰래 한국 영상을 본 젊은 아이들은 한국 문화를 좀 더 쉽게 받아들인다”면서 “이제는 여기(북한)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던 ‘아버지’보다는 친근한 표현인 ‘아빠~’가 더 자연스럽게 나온다”고 덧붙였다.

양강도 소식통도 “처음 한국 영상을 접할 때는 ‘썩어빠진’ 이상한 문화가 너무 많다고 거부감을 보였던 주민들이 많았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자유스러운 모습에 관심을 가지면서 조금씩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며 ‘내가 이 나라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는 주민이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따라서 북한 김정은은 이러한 한류 확산이 주민의식을 바꾸고 나아가 체제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보고 강력한 단속과 처벌을 이어가고 있다. 북한 당국은 한류 단속을 위해 109, 114상무(그루빠) 등 특별단속반을 내세워 한국 영상 시청을 통제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이제는 감시성원들이 한국 영상을 본 주민들을 눈감아 주면서 뒷돈(뇌물)을 받는 것이 젖어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검열조들도 시장에 빌붙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로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젠 최고지도자(김정은) 부인(리설주)도 값비싼 목걸이와 짧은 치마를 입고 다니는 시대다”면서 “부인은 이렇게 놔두면서 주민들에게 ‘왜 그러고 다니느냐’고 이야기할 수 없는 것 아니냐. 이에 따라 일부 주민들은 ‘이젠 한류 통제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아냥도 나온다”고 소개했다.  

이와 관련 대북전문가들은 북한에서의 한류가 주민 의식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이중 삼중의 통제시스템이 작동되고 있는 북한에서 한류를 통한 주민 의식변화가 집단적 반발 움직임으로 비화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민주주의 의식이 고취시킬 수 있는 콘텐츠 개발과 함께 전방위적으로 북한에 정보를 유입시킬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28일 데일리NK에 “주변국가들의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핵실험을 강행하는 북한 정권을 제대로 바꾸기 위해서는 북한 주민들의 민주주의 의식화가 필요하다”면서 “주민들이 민주주의에 대해 깨어 있어야 체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전할 필요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것처럼 대북 라디오 방송도 강화해 김정은 정권의 아픈 곳을 지속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면서 “한국 영상이 인기가 있다는 점을 활용해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을 자주 보낸다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 고위 탈북자는 “북한 간부들 사이에서 한국 영상이 유행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그들의 사고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게 아니냐”면서 “간부와 주민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분석하고 이들이 민주주의를 완전히 이해시킬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개발해 지속적으로 전달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