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채 발행 부작용 최소화하라”…北당국, 환율 안정화 조치 돌입

소식통 "단속반 조직해 환전 행위 집중 단속...내화 가치 하락 차단 목적"

달러
미국 100달러 지폐. /사진=pixabay

북한이 국가 재정 안정화 및 외화 흡수를 위해 공채를 발행한 지 20여 일이 지난 가운데, 공채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화를 흡수하는 과정에서 환율이 폭등해 내화 가치 하락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적극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11일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북한 당국은 개인들의 외화 고가 및 대량 매매를 금지하기 위해 환전 여부를 집중 단속하는 1118상무(단속반)를 조직했다. 1118상무는 국가보위성과 인민보안성, 인민위원회 준법부 성원들로 구성됐고, 이들은 각 지역 보안서에 등록된 화폐상들을 미행하면서 밀착 감시하고 있다.

이들은 달러 매매자를 적발하는 즉시 현장에서 체포할 수 있고, 해당 거주지가 아닌 1118상무가 임의로 지정하는 지역의 구류장에 수감할 수 있는 권한도 갖게 된다. 이와 관련, 이전 단속반은 불법 환전을 적발만 하고 수사는 체포자의 거주지 관할 보안서에 이관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화폐상들이 지역 보안성과 결탁돼 뇌물을 주고 처벌을 피하는 토착비리를 방지하기 위해 1118상무가 직접 적발, 구속 및 수사까지 관할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당국이 화폐상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 이유는 공채 발행 후 환율 폭등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달 국가기관공채와 국가무역공채 두 가지 형태로 공채를 발행했으며 전체의 60%에 해당하는 국가기관공채는 기관기업소에 발급하고 나머지 40%에 해당하는 국가무역공채는 돈주들에게 외화로 매입하도록 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 [단독] 北, 17년 만에 ‘공채 발행’ 카드 꺼내나…자금난 심각한 듯)

이에 따라 시장에 달러가 부족해질 것을 예상한 고위층들이 화폐상들에게 환율보다 높은 값을 주고서라도 달러를 사들이려 하고 있다.

외화 매매를 단속하는 1118상무가 조직된 후 화폐상들은 활동을 극히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단속 때문에 현화장사(화폐상)들이 아예 시장에 나오지도 못하고 있다”면서 “다른 물건을 사러 나올 수는 있지만 일단 시장에 현화군(꾼)들이 출연하면 상무들이 바로 따라 붙어 모든 활동을 감시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화폐상들은 전화로 주문을 받고 실제 거래는 심부름꾼을 통해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신뢰가 있는 기존 거래 손님만 상대하고 안면이 없는 사람이 환전을 요청할 경우 1118상무의 위장 단속일 수 있어 단칼에 거절한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이와 함께 북한 당국은 위조 달러 단속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은 보위성과 보안성 등 권력 기구의 비호 아래 위조 지폐가 제작, 유통되는 것을 묵인해왔다.

그러나 공채 발행으로 장마당 내 외화 유통이 줄어들면서 위조 달러가 많아질 것을 우려해 사전에 관련 단속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짜 달러 유통이 성행할 경우 일시적으로는 환율이 낮아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화폐 신뢰도가 추락해 내화 가치가 폭락할 위험이 있다.

한편 북한 당국은 공채 발행이 국가재정 안정화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내부 평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기관에 지급되는 현금이 대폭 축소됐기 때문이다.

다만 당국은 공채로 인해 흡수되는 외화량이 예상보다 많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소식통은 “돈주들이 외화로 공채를 매입하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며 “누가 딸러(달러)와 종이 쪽지(공채)를 바꾸려 하겠냐”고 말했다.

이에 당국은 공식 장마당 입구에 설치된 국가외환거래소나 국가은행에서 달러를 북한 돈으로 환전할 경우 장사꾼들에게 장세의 30%를 낮춰주는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부족한 외화를 채우기 위한 후속 조치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 당국이 공채 발행 효과를 평가하기 위한 1차 재정 총화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현재 조선중앙은행에서 각 기관 기업소 재정과에 공채 계획의 50%를 발급한 상황”이라며 “나머지 50%는 재정 총화 결과와 함께 3/4분기까지 매매 상황을 보고 발행 계획을 축소하거나 혹은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