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부양’ 무죄…국회폭력에 또 ‘면죄부’

법원이 ‘공중부양’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에게 무죄판결을 내렸다. 국회 사무총장실에 난입해(?) 탁자 등을 파손하는 등 폭력적인 행위를 서슴치 않고, 국회 사무총장 등의 업무진행을 방해한 행위에 “고의성이 없다”며 법원이 면죄부를 준 것이다.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이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된 국회 내 집기와 비품을 파손한 행위가 잘못이 아니라는 판결이다. ‘미디어 관련법 처리’에 대한 찬성과 반대를 떠나 ‘폭력’을 휘둘렀다는 분명한 사실을 부정한 것에 다름 아니다.


이는 ‘법치’가 또다시 정치논리에 의해 훼손됐음을 뜻한다. 특히 정쟁에 따른 국회 폭력에 대한 잘못된 선례를 남기게 됨으로써 추후 같은 폭력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이번 판결로 국회에서의 폭력과 불법이 정쟁에 악용될 수 있는 길이 생긴 셈이다.


또한 검찰의 사법적 기능에 있어서도 ‘구멍’이 뚫리게 됐다. 대검 공안부는 “국민들이 모두 보았는데 어떻게 무죄인가? 이것이 무죄라면 무엇을 폭행이나 손괴방해행위로 처벌할 수 있겠는가”라면서 “국회폭력에 대해 잘못된 선례를 남기는 것에 대해 시정을 구하겠다”고 밝혔다.


김준규 검찰총장도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며 “재판부가 법과 원칙에 어긋나는 일을 했으니 신속하고 철저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이념’과 정치적 성향에 따라 법의 중립성과 공정성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판사는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떠나 법률에 따라 재판을 해야 하는데, 재판의 독립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판사의 방종이 도를 넘은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정당들의 도덕적 해이도 지적된다. 


앞서 지난해 11월 법원은 2008년 말 국회 폭력사태 때 회의장 출입문과 집기를 부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민주당 문학진 의원과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에 대해 각각 벌금 200만원과 5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에도 법원의 중립성과 형평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당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자성의 목소리 대신, 폭력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며 법원의 판결을 환영했다.


이번 판결 역시 마찬가지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여권이 남발하고 있는 질서유지권에 대해 사법부가 경종을 울렸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고, 민노당은 “사법부의 판결은 상식적이며 합리적인 판결일 뿐 아니라 검찰의 무리한 기소와 정치구형에 일침을 가한 의미심장한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노동당이 ‘MB악법’을 저지하고 소외된 서민들을 대변하기 위한 정치활동들이 정당했음을 입증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강 기갑 의원의 ‘공중부양’ 당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민노당이 “국민께 죄송하다”고 고개 숙였던 모습은 더 이상 찾을 곳이 없어 보인다.
 
이번 사태는 ‘폭력’에 대한 판사 개인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법치주의’의 근간이 흔들렸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


최근 국회 내 폭력을 휘두른 의원은 가중처벌하고 의원직을 상실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는 ‘국회선진화법안’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하지만 이마저도 민주당과 민노당 등이 소수당의 목소리가 묵인당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어 통과가 불투명하다.


언젠가부터 국회는 299명의 검투사들이 활개 하는 로마시대 콜로세움 같은 느낌이다. 건전한 정책제안과 그에 따른 토론과 합의보다는 무단점거와 집단농성, 몸싸움과 욕설이 오가는 공간이 됐다. 이번 ‘공주부양’ 강기갑 의원의 ‘무죄판결’로 국회가 또다시 폭력으로 얼룩지게 될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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