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당국이 밝힌 간첩단 왕재산’의 전모

지난 10년간 북한의 지령을 받아 암약해온 간첩단 ‘왕재산’의 실체가 낱낱이 드러났다.


북한 혁명성지 이름을 따온 왕재산은 김일성 주석의 교시를 받아 2001년 구축됐지만, 총책 김모씨가 북한 노동당 225국에 포섭된 199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가면 그 연원이 20년에 달한다.


공안당국 수사발표에 따르면 이들은 ‘결정적 시기’의 폭력혁명을 다짐하며 선거개입, 정치권 상층부 진출을 시도하는 한편 군사기밀을 넘기고 반정부 집회·시위를 주도하는 등 지령을 철저하게 따랐다.


◇김일성이 직접 활동지시 = 1980년대 주사파로 북한 사회문화부(현 노동당 225국)에 포섭된 총책 김씨는 1993년 8월26일 김일성을 직접 만나 `접견교시’를 하달받았다.


공작원은 접견교시를 최고의 영예로 여기고 직접 받은 지령은 목숨을 걸고 수행한다. 김씨는 접견일을 뜻하는 ‘93826’을 대북 보고문 암호로 설정했다.


김씨가 받은 교시는 ‘남조선혁명의 지역지도부를 구축하라’였다. 지시대로 지하당 구축을 모색하던 중 대학동창 이모씨와 중학교 후배로 주사파 지하조직 출신인 임모씨를 포섭해 2001년 3월 지하당 왕재산을 결성했다.


안정적 활동기반을 위해 위장기업을 설립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2001년 11월 ㈜코리아콘텐츠랩을 설립했고 2002년 6월엔 ㈜지원넷을 띄웠다. 지원넷은 ‘차량번호 영상인식 주차관제 시스템’을 자체 개발한 것처럼 홍보했는데 조사결과 225국으로부터 핵심기술을 지원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기반을 닦은 왕재산은 2005년 8월 인천지역당 ‘월미도’, 2005년 12월 서울지역당 ‘인왕산’을 잇따라 결성했다.


◇”유사시 동원역량 200명” = 왕재산은 지령에 따라 인천지역을 혁명투쟁의 전략거점으로 만든다는 목표 아래 결정적 시기의 주요 기관·기간시설 타격계획을 세웠다.


타격 목표는 인천시청과 인천지역 케이블방송국 3곳, 모 대기업 인천공장, 인천연유창, 주안공업단지, 인천항, 모 보병사단 연대·공병대대, 모 공수특수여단, 각 경찰서·파출소 등이다.


북한은 2006년 군과 경찰, 향토예비군 등 소위 ‘반혁명집단’에서 성향이 좋은 대상자를 찾아내 포섭하거나 전쟁을 싫어하도록 ‘염전(厭戰)사상’을 불어넣으라고 지시했다.


225국의 지령은 점점 더 파괴적이고 구체적으로 변했다. 작년 말 인천 남동구, 남구, 동구를 거명하면서 2014년까지 지역 행정기관, 방송국 등을 유사시 장악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인천지역 저유소, 공업단지 등에 핵심성원을 배치해 2014년까지 폭파준비를 완료하고 노조와 방송국, 경찰서 등에도 혁명 무장대를 결성하도록 준비하라고 했다.


왕재산은 “민주노총 인천본부 등을 비롯한 제반 단체에 대한 사업이 많은 성과를 내고 있으며 유사시 동원할 조직 역량이 200여명에 달한다”는 대북 보고문을 올렸다.


◇외장하드 통째로 군사기밀 유출 = ‘인민군대의 전투력을 강화하기 위해 보내드립니다’란 제목으로 각종 군사자료를 수집해 225국 공작조에 수시로 보고했다.


북한은 유사시 군사작전계획과 조직편성, 군사정책·훈련자료, 주요 지형·시설 뿐만 아니라 미군의 전시 기동계획과 야전교범, 오키나와 등 미군기지 위성사진 등 광범위한 군사자료를 수집해 보고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왕재산은 용산·오산 미군기지 및 주요 군사시설 등이 상세하게 포함된 위성사진과 미군 야전교범, 군사훈련용 시뮬레이션 게임 등을 수집해 대용량 외장 하드디스크 채로 북한에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군 야전교범은 책자 400권 분량이며 위성사진은 발전소, 가스기지, 방산업체, 백령도 등 인접지역 지형정보, 전투비행단, 탄약·미사일 기지 등 위치정보가 포함돼 있었다.


또 전국 256개 시군구별 위성사진을 10m급(1:5만 축적)으로 제공했고 일부지역은 정밀타격이 가능한 1m급 입체사진을 넘겼다.


◇정치권 상층부 공략 시도 = 225국은 각종 선거 때마다 지령을 내려 진보세력의 역량을 확대하고 민노당을 중심으로 진보 대통합정당을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5월에는 ‘진보대통합당’ 건설과 관련해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사회당을 고사시키라고 수차례 지침을 내렸다.


‘진보신당의 통합 반대세력은 민주노총 등이 내외협공으로 몰아세우고, 통합이 파탄나면 진보신당을 고사시키라’고 하는가 하면 ‘사회당은 점차 악질분자를 고립 축출하라’는 등의 지침이다.


왕재산은 “6·2 지방선거에서 조직원들이 열심히 투쟁해 민노당 후보 중 기왕의 포섭대상을 시의원, 구의원으로 당선시켰다”고 보고했다.


한 조직원은 직접 국회의원 공천을 신청하는 등 정치권 상층부 진입을 시도했다.


총책 김씨는 대학동창 이씨가 16대 대통령 선거 때 모 후보의 선대위원장 비서실 정무부국장 등으로 활동하며 정치권에 활동기반을 마련한 점을 들어 이씨를 통한 상층공작을 요청해 승인받았다.


이후 이씨는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활동하며 임채정 국회의장의 정무비서관을 지내는 등 활발한 정당활동을 하며 정치권 내부동향을 파악해 북한에 보고했다.


이씨는 2008년 2월 제18대 총선 출마를 위해 경기도 모 지역구에 공천을 신청했으나 탈락했다.


◇집회·시위 배후조종 = 2004년 국보법 폐지 촛불집회, 광화문 총파업 결의대회 등에 참여했으며 2005년에는 인천 문학산 패트리어트 미사일 배치저지, 맥아더 동상 철거, 평택미군기지 확장저지, 부산 APEC 반대투쟁 등을 전개했다.


2007년 인천지역 통일운동단체 등과 연계해 한미FTA 저지투쟁, 을지포커스 반대투쟁을 벌였다.


인천지역책 임씨는 “맥아더는 우리 민족의 철천지 원수며, 인천에 원수의 동상을 세워두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각오로 싸웠다”고 대북 보고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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