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사회주의 사라지고 북한에 남은 것은…

북한이 지난 27일과 28일 평양에서 청년동맹 제9차 대회를 열었다. 청년동맹은 만 14살부터 30살까지의 청년들이 의무 가입하는 조직으로 500만 명이 가입돼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청년동맹 대회는 1993년 이후 23년 만에 열린 것이다.

북한은 이번 대회에서 청년동맹의 명칭을 변경했다.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에서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으로 이름을 바꾼 것이다. 기존 명칭에서 ‘사회주의’라는 용어가 빠지고 ‘김일성-김정일주의’라는 말이 새로 들어갔다. 김정은은 대회에 직접 참가해 한 연설에서 “청년동맹은 김일성-김정일주의화의 기치 높이 위대한 수령님들의 청년운동 사상과 영도업적을 옹호고수하고 빛내이며 청년동맹 안에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철저히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일은 ‘공산주의’ 김정은은 ‘사회주의’ 삭제

앞서 북한은 2009년 헌법 개정과 2010년 노동당 규약 개정에서 ‘공산주의’라는 말을 삭제했다. ‘공산주의’ 용어 삭제에 대해 관측이 분분하던 가운데 2009년 가을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 취재차 금강산을 방북한 남한 기자들이 북한 관계자에게 헌법에서 ‘공산주의’가 빠진 이유를 물었다.
 
당시 북한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고 한다. “김정일 위원장이 ‘공산주의는 파악이 안 된다. 사회주의는 내가 제대로 해보겠다’고 말한 것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기자들이 ‘공산주의가 파악이 안 된다’는 말이 무슨 뜻이냐고 묻자, 이 관계자는 “공산주의는 착취계급과 피착취계급 구분이 없는 계급이 하나뿐인 사회인데, 미제가 존재하는 한 존재하기 힘들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계급 없는 이상사회인 공산주의 사회 달성은 현실에서 어려운 만큼 사회주의라도 제대로 해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그런데, 북한은 그로부터 불과 7년 뒤 이번에는 ‘사회주의’라는 용어마저 삭제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대신 들어간 말은 ‘김일성-김정일주의’였다. 김정일 시대에 ‘공산주의’가 김정은 시대에 ‘사회주의’가 사라지고, 개인 숭배제도를 공식화하는 김일성-김정일주의가 대체 이데올로기로 등장한 것이다.

북한, ‘사회주의’ 외피마저 벗어던지나

북한을 지금 제대로 된 사회주의 국가라고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지금까지는 추구하는 이상가치로서의 사회주의의 깃발을 북한이 내리지는 않아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강조되고 있는 김일성-김정일주의와, 같은 맥락에서 진행된 청년동맹 명칭 변경은 북한이 사회주의라는 외피마저 벗어던지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게 하고 있다.
 
북한이 앞으로 헌법이나 당 규약에서도 사회주의라는 말을 삭제할 지는 좀 더 관찰이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취하는 향후 조치와는 무관하게 김정은이 추구하는 국가는 ‘김일성-김정일주의’로 대표되는 명실상부한 김일성 일가의 왕국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