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의 포괄적 접근’ 해석구구… 결국 韓·美 ‘따로국밥’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미 대통령은 14일 6자회담 재개 및 진전을 위해 ‘공동의 포괄적 접근 방안’을 제시해 그에 대한 해석과 전망이 분분하다.

‘포괄적 접근 방안’이 주목 받는 것은 미국이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가능성이 적다고 보고,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에 따른 초강경 제재 조치를 조속히 취할 필요가 있다는 공문을 6자회담국과 190여 모든 유엔 회원국에 발송한 직후이기 때문이다.

‘포괄적 접근 방안’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포괄적 접근방안의 내용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면서 “하지만 근본취지는 9.19 공동성명을 이행하는 내용이 핵심이며 북한과 다른 5개국이 취할 상호조치를 어떻게 연계시키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북한을 비롯한 6자회담 참가국 대표들은 제4차 6자회담을 통해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기로 약속했고, 빠른 시일 내에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활동보장’등의 내용을 담은 9.19공동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의 위폐제조와 돈세탁에 따른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계좌 2천400만 달러를 동결시켰고, 북한은 금융제재 해제와 북미 양자대화를 요구하며 그동안 6자회담 복귀를 거부했다.

부시 “북한에 대한 ‘인센티브’는 핵포기 이후”

미국은 이에 대해 마카오의 불법 돈세탁 범죄행위를 겨냥한 법 집행이라고 강조했다. 이 조치는 베트남, 몽골, 싱가포르, 홍콩 등 북한의 계좌가 있거나 계좌가 개설될 가능성이 있는 전세계 은행으로 확산되고 있다.

또한 미국 하원은 한·미 정상회담 직전에 북한과 미사일, 핵 등 대량 살상무기(WMD) 관련 물자나 기술을 거래하는 기업과 개인을 제재할 수 있도록 규정한 ‘북한 비확산법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이런 가운데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포괄적 접근 방안’이 제시되자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채찍’ 일변도의 대북정책에서 대화 등 ‘당근’을 함께 쓸 수 있는 여지를 만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북한을 6자회담의 틀로 끌어들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공동의 포괄적인 접근 방안’이라는 말로 두리뭉실 표현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노 대통령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한미간 협의하고 있는 공동방안에 대해 지금 실무적으로 협의 중이지만 아직 완결되지 않았다. 내용은 매우 복잡하다”고 밝혀 북한을 실제로 6자회담에 복귀시키는 구체적인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음을 토로했다.

따라서 이미 북한이 6자회담 복귀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한 미국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도하기 위해 얼마만큼의 노력을 기울일지는 미지수다.

부시 대통령은 정상회담 이후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6자회담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북한에게 줄 수 있는 인센티브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그가(김정일이)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북핵 프로그램을 제거하면 분명히 더 좋은 길이 열릴 것”이라며 북한의 핵포기가 우선임을 분명히 했다.

또한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려됐던 대북제재에 대한 한미간 시각차에 대해선 사전 의견조율을 통해 대북제재에 대한 정상간 논의를 하지 않는 것으로 ‘한미동맹 균열’이라는 심각한 상황은 연출되지 않았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핵문제와는 별개로 미국의 국내법에 의해 진행되는 상황은 지금 현재 진행되고 있다”면서 “새삼스럽게 또 다른 어떤 제재를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고 밝혀 금융제재를 비롯한 해상봉쇄 등 강력한 대북제재를 준비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의 입장을 우회적으로 견제했다.

“섣불리 美 양보 요구하면 반발 초래할 수도”

이렇듯 북핵 해법에 대한 한미간 현격한 입장차이는 쉽게 좁혀지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대해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데일리NK와의 전화통화에서 “‘포괄적 접근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 과정에서 한미간 이견이 도출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미국이 한국의 바람대로 대북 금융제재를 풀고 나올지도 미지수”라고 밝혔다.

그는 “한미 양국이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와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전망에 대해 동상이몽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포괄적 접근방안에 대한) 한미간 실무협상 과정에서 섣불리 미국의 양보와 대북 협력 쪽으로 가닥을 잡는다면 미국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뉴욕타임즈는 북한 핵문제 해법을 둘러싼 한미 간 견해차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유화정책’이 북한을 더 위험하게 만들 것을 믿고 있는 반면, 노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의 대북 강경책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위험한 정책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