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어로구역, 北에 침투 루트 제공하는 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의 진위 여부를 두고 촉발된 정치권의 NLL 공방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남북공동어로구역을 설치하는 것은 NLL을 지키면서 동시에 평화를 지키는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박지원 원내대표가 ‘NLL은 영토선이 아니다’고 발언하면서 대선 최대 이슈로 급부상했다. 여기에 북한도 ‘북풍조작설’을 펴며 가세해 논란은 확산일로다.


이들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통일·안보 전문가들은 북한의 NLL 무력화 전술에 말려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NLL은 지난 60년간 사실상 영토선 역할을 한 만큼 공동어로구역을 설치해 평화를 지키자는 논리는 ‘언어도단’이라고 지적했다.  


◆안보적 측면에서 매우 위험=한 국책기관 연구위원은 데일리NK에 “평화를 지키기 위해 설정된 NLL을 북한은 무력화시키기 위해 침범하고 있다.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면 무력화하기 위한 너무 좋은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NLL은 평화를 지키는 선으로 이를 북한은 깨려고 하는데, 10·4선언을 존중해 평화수역으로 만들게 되면 지켜지겠느냐”면서 “10·4선언은 북한의 NLL무력화에 완전히 넘어간 것으로 김정일에게 완전히 농락당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북한은 NLL 재설정을 요구하며 끊임없이 무력화를 시도해왔다. 1·2차 연평해전은 물론,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도 이 같은 의도가 내포됐었다. NLL상에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게 되면 북한 도발의 새로운 빌미를 제공할뿐 아니라 우리 영토 더 깊은 곳까지 침투할 수 있는 루트를 제공하는 것과 마찬가지란 지적도 나온다.


김성만 전 해군작전사령관은 “남북공동어로구역을 설치해 서해를 화해협력지대로 만들겠다고 하는데, 북한의 목적은 그것이 아니라, 서해5도를 공격하겠다는 의도”라며 “북한의 의도와 우리의 의도가 다른데 공동어로구역을 설치하겠다는 것은 아주 큰일 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전문가들의 지적에 문재인 후보캠프 진성준 대변인은 “공동어로구역 설치는 오히려 북한이 NLL을 인정한다는 것을 기정사실화 하는 것”이라며 “일각에서 우려하는 NLL상의 안보위협은 사실상 사라지는 것”이라며 북측의 NLL무력화 시도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NLL, 北도 인정했던 사실상의 영토선=김관진 국방부장관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서해 북방한계선은 60년간 관할해온 관할수역이고 이미 영토선 개념으로 굳어져 있다”며 “헌법적 개념과는 약간 다르다”고 말했다.


정전협정 이후 한반도에서 지상은 비무장지대(DMZ)가 해상은 NLL이 실질적인 군사분계선 역할을 해왔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의 부속합의서 제11조에는 ‘남과 북의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1953년 7월 27일자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하여온 구역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쌍방이 관할하여온 구역’은 NLL 밖에 없다.


북한 또한 NLL을 인정한 사례가 적지 않다.


심윤조 새누리당 의원이 24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북측은 ▲1984년 수해물자 지원시 접촉지점을 NLL선상으로 합의 ▲1996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회의시 우리측 비행정보구역을 군사분계선 기준으로 정하는데 동의 ▲2000년1월 조난으로 NLL을 침범, 나포된 북한어선을 NLL선상에서의 인계에 합의했다. 북한이 NLL을 서해 해상에서 실질적 경계선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경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은 NLL을 군사분계선으로 인정해 왔고,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에서도 재확인했다”면서 “하지만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양보할 것처럼 나오니까 북한은 더 강하게 분쟁을 일으키면 더 큰 양보를 받아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이 NLL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오 연구위원은 문 후보가 주장했던 ‘공동어로구역’ 설치를 논의하기 위한 선행 조건으로 문 후보가 ▲NLL을 우리 영토로 인식하고 확실히 지키겠다는 것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은 영토선이 아니다’라는 발언은 잘못 된 것이라는 두 가지 전제에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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