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北정권은 어떻게 선전할까?

▲ 김계관 대표와 이야기 중인 송민순 대표

난항을 거듭하던 제4차 6자회담이 끈질긴 협상 끝에 19일 막을 내렸다. 이날 발표된 공동성명은 1992년 남과 북이 발표한 ‘한반도(조선반도) 비핵화 공동선언’과 94년에 발표된 ‘제네바 기본 합의문’의 연장선에서 풀이된다.

다른 것이 있다면 ‘제네바 합의’에서의 ‘핵 동결’이 이번 성명에서는 ‘핵무기 및 현존 핵프로그램의 포기’로 결정된 것이다. 또 92년 남과 북끼리, 94년 미북 양자간 합의가 6개국이 서로 지켜보는 가운데 채택되었다는 것이다. 이로써 북한이 공동성명의 이행을 보여줘야 할 상대가 한미 2개국에서 5개국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대목은 ‘핵무기 및 핵 프로그램’이라는 표현에서 나타났듯이 북한이 핵무기 미(未)보유국에서 핵무기 보유국으로 사실화됐다는 것이다. 앞으로 핵 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줄다리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미지수다.

과거의 합의문 위반, 되풀이 할 수도

그동안 북한은 체제안정을 필수적 과제로 삼아왔다. 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발표될 때도 그랬다. 90년대 초반의 동구권 몰락 등 세계정세의 급격한 변화와 중국의 개혁개방에 체제위기를 느낀 북한은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믿지 못할 과거의 공산주의 동맹보다 최후의 핵무기 보유를 선택했던 것이다.

“우리는 핵무기를 만들지도 반입도 하지 않을 테니 너희들도 약속해라.” 이것이 92년 남북 비핵화 공동선언의 골자였다. 그러나 북한은 바로 이 연막 뒤에서 은밀히 핵무기 생산을 멈추지 않고 추진해왔다.

그후 제네바 합의에 도장을 찍고 줄곧 고농축우라늄(HEU)생산에 박차를 가해온 것을 비롯하여 어떻게 하든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이 북한의 최종 목적이었다.

그러면 그때와 달리 지금은 북한의 체제 안보위협에 어떤 돌파구라도 마련되었는가? 아니다. 지난 ‘2.10 핵보유 선언’을 계기로 북한은 핵무기 보유국이 되었다.

김정일 정권은 향후 진짜로 ‘체제의 안정감’을 느끼고 핵무기를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할 것인가?

지금 김정일 정권은 핵무기를 보유하려던 자기들의 목전의 과제가 실현되었다고 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핵포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과 시간이 필요하다.

북한은 현재 중국과 러시아가 쉽게 자기를 버릴 수 없다는 것을 간파하고, 미-중간, 미-러간 미묘한 대립을 활용, 그들의 틈바구니에서 자기의 실리를 챙길 것으로 보여진다.

김정일 위대성 선전, 체제결속 활발할 듯

이번 공동성명의 발표로 북한 내부에서는 김정일에 대한 찬양이 대대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여진다. 94년 제네바 합의가 발표되었던 당시 상황이 그것을 잘 말해준다.

제네바 합의로 미국 주도하의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는 북한에 100만kw급 경수로 2기 건설, 미국은 매년 중유 50만 톤을 제공하기로 되었다.

이 발표가 나가자 북한의 노동신문, 중앙TV는 “제국주의 연합세력을 통쾌하게 눌러 놓으신 장군님의 위대한 외교전술”로 선전했다. 한편 북한으로 송환된 비전향 장기구 이인모는 수기 <당신은 언제나 이기십니다>를 출간했다. “총 한방 쏘지 않고 제국주의 연합세력을 무릎 끓게 한 용병술” “제국주의 연합세력을 쥐락펴락하시는 위대한 장군”으로 연일 선전했다.

한편 노동당 간부들은 주민들에게 김정일을 선전하는 강연과 해설을 대대적으로 진행했다.

“…(요약) 이번 조미 제네바 합의로 하여 우리공화국(북한)은 공짜로 경수로 발전기 두기를 얻어내는 경제적 효과를 보았다. 그 동안 우리나라는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소련식 핵발전소를 이용해왔다. 그런데 미국이 ‘소련식은 신형이 아니니 우리가 신형으로 건설해주겠다’고 요청해왔다. 지금 미국에 추종하는 남조선과 일본이 그 건설부담을 떠안고 쩔쩔 매고 있다….(요약)

미국이 일년에 제공하는 중유 50만 톤은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원유매장지를 발견한 것과 같다. 우리나라에는 50만 톤을 저장할 땅크(탱크)가 없다. 그래서 미국배는 우리가 원유를 다 부리 울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먼저 항구에 들어오면 부두세 받고, 원유 받고, 다 부리울대까지 연체료 받고 그야말로 일거3득이다. 만약 미국이 ‘빨리 부리 우라’고 하면 우리는 ‘다 가지고 가라’고 해도 무서울 것이 없다. 만약 다 가지고 가면 미국놈들은 제네바 합의를 위반한 것으로 된다. 이 모든 것은 장군님(김정일)의 천리혜안의 예지가 가져다 준 덕분이다. 우리는 장군님만 믿고 따르면 무서울 것이 없다.”

강연자료는 주민들에게 미국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심어주는데도 모를 박고 전개되었다. “미국은 제 놈들은 한 푼도 내지 않으면서 남조선에 경수로 발전소건설 비용70%를 담당하게 하고, 일본에는 30%를 담당하게 했다. 이에 남조선이 자기네 부담이 너무 크다고 우는 소리를 하자, ‘앞으로 통일되면 발전소는 너희 것이 된다’고 한 것은 우리공화국을 삼키려는 미제의 야망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북한이 이번 공동성명과 관련해 노리는 것은 주민들에게 김정일에 대한 선전을 통한 내부결속을 강화하는 것이다. 주민들과 군대를 더욱 결속하고 경제적 지원을 김정일의 성과로 만들어 대대적으로 선전할 것으로 보여진다.

한영진 기자 (평양출신 2002년 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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