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보도문 ‘우리민족끼리’ 명기는 처음

“쌍방은 공동선언의 기본정신인 우리 민족끼리의 정신에 따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도모하기로 했다.”

제15차 장관급회담에 참가한 남북 대표단이 23일 합의한 공동보도문에 ’우리 민족끼리’라는 말을 명기했다.

장관급회담 공동보도문에 ’우리 민족끼리’가 명시된 것은 남북 정상이 2000년 6ㆍ15 공동선언문 1항에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밝힌 후 처음이다.

이전 장관급회담 공동보도문은 “공동선언의 중대한 의의를 강조하고”, “공동선언의 기본정신에 따라”, “공동선언의 기본정신을 재확인하고” 등 다소 우회적인 표현을 써왔다.

지금껏 차관급 회담이나 각종 경협 합의문에서도 ’우리 민족끼리’라는 말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다만 2002년 4월 대통령 특사로 평양을 방문한 임동원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특보와 김용순 노동당 중앙위 비서가 공동보도문에서 “쌍방은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나라의 통일문제를 자주적으로 풀어 나가기 위한 공동선언의 합의에 따라 그 동안 일시 중지됐던 남북관계를 원상회복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북측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 민족끼리’를 강조했지만 남측은 이것이 말 그대로 민족공조의 뜻 외에 정치적인 의미까지 포함한다고 보고 사용을 꺼려왔다.

북측 대표로 서울을 방문한 권호웅 내각참사는 지난 21일 환영연회 연설에서 “북과 남에 다 같이 희망을 주고 힘이 되어주는 우리 민족끼리의 이념을 민족공동의 정신적 기둥으로 삼고 나간다면 풀지 못할 난제가 있을 수 없다”고 말했으며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은 6ㆍ15 민족통일대축전에서 “복잡한 국제정세 속에서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새천년 역사의 활로를 찾아내자”고 강조했다.

반면 남측 관계자들은 직접 ’우리 민족끼리’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이번 장관급회담 공동보도문에 이를 명기, 상당히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

이는 남측이 지난해 7월 고(故) 김일성 주석 조문불허 이후 남북관계 경색을 풀기 위한 일종의 ’유화제스처’ 또는 일종의 ’양보’로도 해석된다.

2002년 임동원 특사와 김용순 비서가 합의한 공동보도문도 2001년 11월 제6차 장관급회담이 성과없이 끝나고 남북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나온 것이다.

25일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번 장관급회담에 ’우리 민족끼리’가 명시된 데 큰 의의를 부여하면서 이를 “민족적인 견지에서 판단한 결과”라고 평했다.

또 “남측 당국은 그동안 민족공조에 대한 태도를 뚜렷이 표시하지 못했다”며 “북측은 남측이 6ㆍ15 공동선언의 이행에 대해 말은 많지만 ’우리 민족끼리’ 이념에 대해서는 그 말 자체를 꺼리고 있다고 문제 삼았다”고 말했다.

조선신보는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노무현 대통령의 특사인 정 장관을 만난 것도 ’우리 민족끼리’에 대한 남측의 전향적인 태도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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