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보도문에 북핵문제 왜 빠졌나

남북이 19일 차관급 회담 직후 발표된 공동보도문에는 북핵 관련 문구는 빠졌다.

그 대신 “온 겨레의 염원과 (6.15) 공동선언의 기본정신에 따라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하며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명시했다.

우리측 수석대표였던 이봉조 통일부 차관은 공동보도문 발표직후 브리핑을 통해 합의문에 북핵 관련 문구를 명시하기는 “사실상 어려웠다”고 털어 놓았다.

어떤 측면에서는 우리측이 북핵 문제를 이번 회담의 3대 목표 중 하나로 삼아, 한반도 비핵화 원칙의 준수와 북한의 6자회담 조속 복귀를 촉구하고 그런 내용을 공동보도문에 명문화하겠다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우리측은 최대목표와 최소목표, 두 가지를 갖고 있었다.

지난 16일 시작된 회담에서 이 수석대표는 기조발언을 통해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하며 핵상황 악화조치를 더 이상 취해서는 안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민족공조도 화해협력도 불가능하다는 점을 밝히는 한편,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경우 `중대한 제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런 단호한 입장은 그 후 수석대표 실무접촉 등을 통해 북측에 거듭 전달이 됐으며, 북측은 “할 말은 많지만 참겠다” “관계기관(외무성)에 전달하겠다”고만 말했을 뿐 반발하지 않고 경청하기만 했다.

하지만 북측은 17일에 이어, 예정을 넘겨 18일 새벽까지 밤샘협상을 통해 공동보도문 문구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북핵 관련 문구를 넣을 수는 없다고 버텼다.

북측이 버틴 논리는 두 가지다. 하나는 북측은 이번 회담을 처음부터 `실무회담’이라고 주장하며 실무회담의 성격상 북핵 문제를 거론할 회담이 아니라는 점과 함께, 공동보도문에 민족공조를 강조하는 `우리민족끼리 정신’을 넣겠다고 우겼다.

이 문제를 두고 팽팽한 대치전선이 형성되자 우리측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최대 목표에서 최소목표로 목표 수준을 `완화’하기 시작했다.

그런 조짐은 회담에 참가했던 남측 대표단이나 통일부 당국자들의 말을 곰곰이 살펴보면 회담 이틀째인 지난 17일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우리측 당국자는 지난 17일 오후 회담이 끝난 뒤 “1차 목표는 장관급 회담의 날짜를 잡는 것”이라고 말했고 회담 관계자 역시 18일 “일단 알다시피 날짜 정하는 게 우리측의 1차적 목표라고 봐야 한다”고 재확인하고 나섰다.

북핵 문제에 대한 남측의 목표 수준이 낮아지고 있다는 조짐은 이 수석대표의 발언에서 다시 한번 분명해졌다.

이 수석 대표는 19일 속개되는 차관급 회담 참가를 위해 회담장인 개성을 향해 떠나기에 앞서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사무국에서 “핵문제는 이미 충분히 얘기했다”고 말해 핵 문제의 공동보도문 삽입 여부에 크게 집착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남측이 이처럼 북핵 문제의 목표를 수정한 배경은 비교적 간단해 보인다.

장관급 회담 재개와 그 날짜에 남북이 합의한 마당에 굳이 차관급 회담에서 북핵 문제에 집착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북핵 문제가 장관급 회담을 통해서만 정식으로 거론됐다는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차관급 회담에서 북핵 문제에 너무 집착할 경우 오히려 추후 장관급 회담 재개 가능성마저 막아버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확인된 지난 13일 북-미 뉴욕 실무접촉 사실도 우리측이 북핵 문제를 공동보도문에 삽입하는데 끝까지 집착하지 않은 궁금증을 설명해 주고 있다.

북-미 뉴욕접촉은 북핵 6자회담의 재개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는 만큼, 우리측으로서는 굳이 공동보도문 명시를 고집해 모처럼 맞이한 남북관계 정상화의 기회를 버릴 까닭이 없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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